연합함대는 제국시대의 일본에게 있어 가장 영광스러운 이름이며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일본 우익들에게는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이름이다. 하지만 이 영광의 이름을 위해 410척의 함선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2만 6,000기의 비행기가 추락했으며, 40만 9,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합함대’는 그야말로 한 시대의 영광과 오욕을 함께 품고 있는 이름인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청나라는 당시 세계 최강급이라고 하는 정원과 진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정의 실권을 가지고 있던 서태후의 환갑잔치를 위해 해군 예산으로 정해진 2,000만 냥이 넘는 거금을 황실정원인 이화원 중축에 써버렸기 때문에 정작 함포를 채울 포탄을 사지 못했으며, 두 군함을 보조할 신형 전투함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2,000만 냥이면 3만 4,000톤급의 순양함을 10척 이상 구입할 수 있는 금액으로 만약 이 돈이 다른 곳에 쓰이지 않았다면 청일전쟁의 결과도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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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공격은 흔히 항공기에 의한 공격으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진주만을 최초로 공격한 것은 갑표적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소형 잠수정이었다. 당시 일본 해군에서 마메센이란 명칭으로 불린 이 잠수정은 일보의 어뢰 개발사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개전을 앞두고 열강들은 장차 해전을 주도할 거라 생각했던 무항적 어뢰 개발을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은 대부분 전지식 어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일본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소어뢰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 산소어뢰의 개발은 뇌격전에 있어서 다른 나라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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