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는 모처럼만에 아침 일찍 눈을 떴습니다.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해.」
엄마는 이런 말은커녕 주방에서 출장요리에 쓸 재료를 준비하기 바빴습니다.
“민호야? 오늘 엄마 늦어. 학원 갔다가 아리 집에서 저녁 먹어. 그리고 네 방 청소 좀 해 놓고. 그게 뭐니.”
민호의 마음도 모른 채, 엄마는 가방 보따리를 매고 할 말만 하더니 바쁘게 나가 버립니다.
「엄마, 오늘 내 생일파티에 친구들 초대했단 말이야!」라며 화를 내고 싶었지만 엄마는 너무도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민호는 신경질이 나면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이 빠집니다. ---「망쳐 버린 생일」 중에서
“내가 어른이 되면 아들 생일은 멋지게 해줄 거야.”
민호는 또 중얼거립니다.
“내가 어른이 되면 밤늦게 들어오지도 않을 거야.”
“그러면 좋지.”
민호는 깜짝 놀라 주위를 살핍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습니다. 민호는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엄마가 요리를 아무리 잘하면 뭐 해. 허구한 날 아리네 집에서 먹는걸.”
“엄마가 무척 바쁘시구나.”
그때 민호의 눈앞에 뿌옇게 안개가 낀 듯합니다. 뿌연 안개 속에서 빨간 우산을 쓴 할아버지가 보입니다. ---「빨간 우산 할아버지와의 만남」 중에서
1교시가 다 끝나고 학교에 나타난 민호를 규일이와 예진이가 놀립니다.
“민호야, 너 바지 거꾸로 입었어.”
“뭐?”
그때 옆에서 아리가 눈짓을 하며 알려 주었습니다.
“김민호, 진짜야. 바지 좀 봐.”
바지를 보니, 정말로 체육복 바지를 앞뒤를 돌려 입은 것입니다.
“하하하, 엉덩이 주머니가 앞에 있어.”
하영이가 크게 웃자, 반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립니다.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조용히 해. 민호가 병원 갔다가 빨리 학교에 오려고 그랬나 보지. 민호야, 얼른 화장실 가서 갈아입고 와.”
민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얼른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아휴, 창피해.'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중에서
“요즘 민호가 많이 삐쳐서 아마 통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런데 정말 일하는 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까 봐요. 자꾸 민호와 멀어지는 것 같고, 또 옆에서 챙겨줄 것도 많은 시기라.”
“하긴 나도 그런 때가 있었어. 지금은 애들이 다 커서 이해하지만 어떻게 키웠는지……. 그런데 요즘은 애들도 많이 고마워하더라고.”
“며칠 전, 민호 방 청소하다가 휴지통에서 편지 쓰기 숙제를 찢어 버린 것을 봤는데 마음이 영 안 좋더라고요.”
“뭐라고 썼는데?”
“제가 챙겨 주지 못하니 친구들과도 오해가 생기는 것 같고, 저에 대해서도 반감이 많은 것 같아 어쨌든 일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어요.” ---「엄마의 진짜 마음」 중에서
엄마, 수첩을 펼쳐 16일 할 일을 확인하고 오늘 3은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16일이라는 말에 불안해지는 민호의 얼굴.
민호 :(혼잣말) 16일? 안 돼! 16일은 내 생일인데.
엄마 :사장님 이 날은 안 되겠는데요. 네 우리 민호 생일이에요. 민호와 약속이 있어요. 네, 어떻게 안 될까요?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모자란데……. 네! 대신 15일은 제가 늦게까지 일하도록 할게요. 그런가요? 그럼 내일도 제가 야근할게요.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는 엄마의 얼굴이 어둡다. 반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민호. 다시 어딘가로 전화하는 엄마.
엄마 :여보세요? 아리 엄마? 응. 나 민호 엄만데 다름이 아니라 내일하고 15일 저녁에 우리 민호 좀 부탁할게. 5월이라 출장요리 일이 많네. 매번 미안해. 저녁만 챙겨 주면 민호가 밤에는 집에 와 있어도 될 거야. 내가 다음에 아리하고 아리 엄마한테 한턱 낼게. 매번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 응. 그래요~ 또 전화할게. ---희곡 「3장」 중에서
민호 :아니야, 엄마 난 괜찮아. 엄마는 왜 비 맞았어? 우산 써, 엄마.
엄마 :(그제야 엄마는 비에 젖은 걸 깨닫는다) 응? 아…… 그래! 우리 우산 같이 쓰자. (우산을 펴서 민호와 함께 쓴다) 민호야, 친구들 생일 초대했는데 엄마가 파티 못해 줘서 미안해.
민호 :치! 나 애들한테 거짓말쟁이라는 말까지 들었단 말이야!
엄마 :우리 내년에는 정말 근사한 생일 파티 하자. 그때는 아빠도 한국에 돌아오실 거야
민호 :내가 친구들한테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엄마 :엄마가 놀면서 그러는 거 아니잖아. 회사일이 갑자기 생겨서 어쩔 수 없었어. 아들! 오늘은 정말 엄마가 잘못했어.
--- 「희곡 ‘5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