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첫사랑 49.5℃〉
내 한 몸 보호하기도 힘든 세상, 어떻게 동물 보호하고 환경 보호하고 지구 보호하고 그러면서 살겠는가? 무엇보다도 1끼 1고기를 포기하느니 첫사랑을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p.16~17
이미 먹을 만큼 먹기도 했지만 송하도 삼겹살을 더는 먹고 싶지 않았다. 기온이 40도가 넘는다니, 49.5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니. 언니가 너무 걱정되었다. --- p.27
금희, 〈유채꽃 피는 여름〉
세상이 이렇다. 그러잖아도 느린 차인데, 느리게 달린다는 이유로 빨리 달리는 차들을 만날 때마다 번번이 정차해 기다려 줘야 하는 몫까지 맡아야 한다. 완행열차일수록 연착이 더욱 심해지는 까닭이다.--- p.38
“선생님, 지하수도 말할 수 있다는 거 혹시 아세요?” --- p.63
이주혜, 〈여름, 우리가 주머니에 넣어 온 것들〉
아루는 책을 좋아했고 단어를 사랑했다. 특히 지금은 사라진 것들의 단어를 애틋하게 좋아했다. ‘여름’도 ‘바다’도 ‘파란 하늘’, ‘흰 구름’, ‘붉은 태양’도 전부 아루가 아끼는 단어였다. --- p.74
소래는 긴장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도 수월하게 여름 책을 품에 넣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책을 훔치는 데 성공한 소래는 아루까지 훔쳤다. --- p.76
탁경은, 〈쓰레기 산〉
“지구가 망하게 생겼는데 결석이 뭔 대수?”--- p.102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진짜였으면 좋겠다. 아직은 포기할 수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p.118~119
임어진, 〈디아-스페로-K〉
“전언 둘, 악당이라는 표현은 사안의 중대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기후 범죄도 범죄이다. 범죄 기업들을 기후 악당이라는 꾸밈말로 치장해서는 안 된다.”--- p.131
“디아-스페로 K의 새 메시지 또 하나. 사람들에게 거리 두기를 시작한 지구의 생물들이 거리 두기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한다. 고립된 채 소멸의 수순을 밟을 것인가, 다른 방식으로 살며 공생의 기회를 다시 얻을 것인가. 우리는 길을 택해야 한다.” --- p.145
박유진, 〈무단 어드벤처〉
대자연을 거스르면 고장이 나고, 그걸 고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다. --- p.163
아이들은 스스로를 불량품 취급했고 학교를 수선 공장이라고 불렀다. 산에 있는 모든 것들은 수선 공장의 중요한 재료였다. 하지만 산은 이용당할 만큼 당했는지 더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매몰차게 굴었다. --- p.169
최상희, 〈하지의 소녀〉
무나는 창을 열었다. 단 한 번도 연 적 없는 창이었다. 힘을 주어 창을 열자마자 무나의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바람이 좋구나.” 할머니가 말했다. 이게 바람이구나. 무나는 난생처음 맞는 바람에 얼굴을 내밀었다. --- p.211
“오늘이 하지야. 일 년 중 그 애가 가장 밝고 찬란하게 빛나는 날.”
--- 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