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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600g | 133*203*35mm
ISBN13 9791170960782
ISBN10 1170960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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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내 말에 공감한다는 듯 대답했지만 나는 언니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고, 바다에 추락한 딘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 것이며,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타블로이드지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 역시 깨닫게 되리라. 언니는 그렇게 여기고 있을 터였다. “그만 끊어야겠어.” 내가 말했다. 나는 완벽한 정리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 이르다. 아직은 그를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다시 창가로 돌아와 바다를 내다보았다. 요트는 이제 수평선 위의 작은 점처럼 보였다. 요트는 곧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테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 p.81

낮 동안에는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하지만 어둠에 자리를 내어준 밤이 오면 정적을 견디기 어려웠다. 책상 위 스탠드 아래서, 식탁 위 차갑게 느껴지는 형광등 아래서 딘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했다. 이제 내 삶에 기쁨은 남아있지 않았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상실감과 가혹한 슬픔만이 남아있었다. 가끔은 마음의 아픔때문에 몸까지 아팠다. 그럴 때는 잠을 청할 수가 없어 밤새 추락 사고에 관한 조사 보고서들을 읽었다. 새벽까지 보고서를 뒤지며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과거에 일어날 수 있었을 모든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을 가능성도 있는지, 그 모든 것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만 매일 밤 제자리걸음이었다.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아기가 다시 발차기를 했다. 나는 배꼽 바로 위를 둥글게 쓰다듬었다.
--- p.111

그는 왜 계속 이러는 걸까? 그가 없으면 어김없이 내가 우울의 늪에 빠진다는 사실을 그는 분명 잘 알고 있었다.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가 나한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알려주기 위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 그는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는 내 행복감의 원천이며 우리가 떨어져 있는 시간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그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떨어져 있는 시간은 지구가 자전을 멈추고 태양이 빛을 잃은 것 같았다. 그가 저 문을 열고 나를 향해 웃으면서 들어오는 순간이 되어서야 세상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지구가 자전하고 태양이 빛을 뿜었다.
--- p.238

나는 저 멀리 야외 갑판에서, 올리비아와 그녀의 어머니가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강력한 욕망의 물살에 휘말렸다. 주의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욕망에 잠식당해 익사할 정도로 강력한 갈망이었다. 나는 두려웠다. 하지만 물살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강 위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오후의 내음, 아름다운 일몰의 마법에 흠뻑 취한 지금은 물살을 멈출 수 없었다. 이곳에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확실했다.
--- p.254

“무슨 일 때문인가요?”
루소 형사는 재킷 주머니에서 조그만 메모장과 펜을 꺼냈다. 존슨 형사는 몸을 앞으로 약간 기울였다.
“얼마 전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었어요. 뉴저지의 오클랜드 북쪽의 숲에서요. 혹시 뉴스에서 들어보셨나요?”
시체가 발견됐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이 나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서 속이 메스꺼워졌다. 하지만 어떻게든 연관이 있을 터였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 이들이 우리 집 거실에 있지 않았을 테니까.
--- p.392

예상치 못한 충격이 몰려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면 깊숙한 곳에서 숨어있던 흥분이 삽시간에 불꽃처럼 튀어 올랐다. 이게 바로 한때 내가 꿈꾸던 순간이었다. 간절했던 바람이 현실이 되는 순간. 하지만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부정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마치 원자폭탄처럼 내 안에서 폭발했다. “그럴 수가 없어. 아마 실수가 있었을 거야. 다른 사람에게 갔어야 할 메일을 잘못 보냈을지도 모르고…… DNA 결과를 잘못 입력했을지도 몰라.”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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