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죽음’(Good Death)이란 개념은 영국에서 나온 보고서 ‘생애말기 돌봄 전략’(The End of Life Care Strategy)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합니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반면 죽음에 대한 사회적 준비가 부족한 것을 인식하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좋은 죽음은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는 것을 가리킵니다.
--- p.9, 「프롤로그」중에서
죽음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는 일, 자신과 가족의 정체성을 기억하게 하는 공간 준비, 형제와의 오래된 갈등을 푸는 화해의 시간, 자녀를 축복하고 당부하며 남기는 유언 그리고 일상의 삶이 죽음과 죽음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좋은 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물질을 좇느라 죽음을 잊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삶의 결과가 보여주는 안타까운 죽음 역시 좋은 죽음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역설합니다.
--- p.13, 「프롤로그」중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중요한 또 하나는, 삶의 좋은 지침을 남기는 것입니다. 삶의 유산을 남기는 것, 그래서 앞서 산 사람으로 다음 세대에게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죽음에 앞서 생각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리고 천국에서의 영원한 삶을 소망하며 죽음을 인식하는 삶이야말로 인생의 큰 그림을 보며 우리의 시선을 더 높은 곳에 두는 지혜로운 삶입니다.
--- p.100, 「솔로몬, 죽음을 기억할 때 선명해지는 삶」중에서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기 참 어렵습니다. 그저 나의 고통의 경험에 견주어 헤아릴 뿐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이의 고통은 내게서 금세 잊어집니다. 그러나 그 고난의 당사자에게는 삶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 p.113, 「욥, 죽음 속에 감춰진 은혜」중에서
그래서 죽음은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문으로 종종 표현됩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삶을 마무리하는 삶의 종착점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하나님의 부르심 안에서 인생의 마지막 선물임을 욥을 통해 깨닫습니다.
--- p.117, 「욥, 죽음 속에 감춰진 은혜」중에서
“죽음의 인식에서 삶은 가치 있게 시작된다”는 생사학 보급에 기여한 알폰스 데켄 교수의 말처럼 자기 삶의 마지막을 알고 준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준비의 첫 번째는 끝까지 사랑하는 것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말이지요. 그것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사랑의 마음을 남겨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p.146, 「예수 그리스도, 죽음 앞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중에서
결정적인 것은 ‘끌려갈 때’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나이가 들거나 영적으로 더 성숙하면, 기도하고 기다리면서 손을 펴는 법을 배우고,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끌려가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모두 다 했다는 것이 아니라, 내 소명을 이루기 위해 내게 이루어져야 하는 일들이 내게 이루어지게 했다”는 것이라고 헨리 나우웬은 설명합니다.
--- pp.197~198, 「베드로, 죽음이라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중에서
우리 삶의 연약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기, 비록 부끄럽고 난감한 순간일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가야 할 그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원한다면 기꺼이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의탁하며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나를 맡아달라고, 도와달라고, 나를 이끌어 달라고 말입니다.
--- p.200, 「베드로, 죽음이라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