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을 괴롭히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를 한 가지만 들라고 하면 그것은 단연 ‘불평등’일 것이다. 지난 40년간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득 불평등이 커져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불평등 또는 양극화라는 단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거의 매일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한국에서는 소득 불평등의 심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이 유독 심각하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은 그 자체로 커다란 불평등과 사회 갈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그 유혹은 다른 생산적 활동을 저해하는 부작용까지 일으키므로 한국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치명적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선진국 진입은 어렵다.
---「책을 펴내며」중에서
실력주의와 금권주의 중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할까? 실력주의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금권주의보다 나은 것만은 분명하다. 20세기 실력주의 시대는 19세기 금권주의 시대보다는 좀 더 공평하고 열심히 일할 만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피케티는 실력주의 시대가 오래 가지 않고 금권주의 시대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소득 비율(β)이 높아져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r(자본수익률)과 g(경제성장률)의 경주에서 g가 패배하고 과거가 미래를 잡아먹게 되면 부유한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주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피케티의 불평등 처방」중에서
삼원사회 지배계급의 규모, 즉 사제와 귀족의 숫자는 어느 정도였을까? 당시 사제는 대체로 인구의 3~3.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귀족의 경우는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 귀족의 숫자가 적은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서는 1~2퍼센트 정도였고, 귀족이 비교적 많았던 스페인, 폴란드, 헝가리에서는 5~8퍼센트 정도였다. 그래서 사제와 귀족, 즉 1신분과 2신분을 합한 두 지배계급 규모는 대체로 인구의 5~10퍼센트 정도였다. 그리고 나머지,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은 평민 또는 농민이었다.
즉 생산자 계급은 90퍼센트 이상이고 생산을 담당하지 않는 지배계급은 10퍼센트 이하였다. 9할의 평민이 1할에 불과한 귀족과 사제를 부양하는 구조였지만, 재산 소유 구조는 정반대로 소수에 불과한 지배계급이 전국 토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평등은 정당한가」중에서
피케티가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사회구성원 전체가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기본 재화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시민적, 정치적 삶의 다양한 모든 형태에 대한 완전한 참여”가 가능한 사회다. 그는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였다”고 갈파했던 칼 맑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말을 변용하여 “오늘날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이데올로기 투쟁과 정의 추구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또한 “계급투쟁과 달리, 이데올로기 투쟁은 인식과 경험의 공유, 타자에 대한 존중, 숙의와 민주주의에 기초한다”면서, “자본주의와 사적 소유를 넘어서서 참여사회주의와 사회연방주의에 기반한 정의로운 사회를 수립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중에서
한국의 피케티 비율은 7을 넘어 2012 년에 7.5까지 치솟았다. 선진국에서 역사적으로 최악이었던 시대 의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부와 소득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불평등이 가장 심화되었던 19세기 말을 능가할 정도라면 현재 한국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고,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β비율이 이렇게 높은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비싼 땅값, 집값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값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그러다 보니 자본(피케티의 개념 정의에서 자본은 부동산을 포함한다)을 국민소득으로 나누면 7.5라는 높은 값이 나오게 된다.
---「한국의 불평등은 더 심해질까?」중에서
사람은 모두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토지는 누구도 독점해서 이득을 챙겨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더 이상 땅이 떼돈을 버는 수단이 되고, 집이라는 공간이 투기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집 없고 땅 없는 40퍼센트의 국민, 그리고 미래에 나라를 이끌 주역인 청년들이 집값 폭등에 좌절해 피눈물을 흘리는 비정상 상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정의로운 분배를 이루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사회와 부동산 불평등」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