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렬 맨 앞에는 봉매기와 푸른 실로 몸체를 삼고 위와 아래에 붉은 등을 매단 청사등롱 수십여 개가 나가고 긴 저고리 통바지에 신들매 고쳐 맨 팔십여 명의 장정들이 목화송이 매단 패랭이를 쓰고 용을 그린 물미장을 짚고 나가면 그 뒤로 각설이, 걸궁패, 들병이, 유무 등 잡색패, 용천뱅이, 환술사, 책장사 등이 뒤를 따른다. 보부상들은 이런 난장을 벌여 많은 사람을 모았다. 농악대도 동원하였다. 난장 속에는 어울림과 질펀한 말투가 살아 있다. 이들이 쓰는 말은 은어적인 측면도 있으나 비속어의 성향이 강하다.

지금도 사용되는 용어들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말이 있다. '도떼기 시장'도 이때 생긴 말이다. 도떼기란 도거리라고도 하며 물건을 나누지 않고 한꺼번에 합쳐 흥정하거나 파는 것을 말한다. '돌팔이'란 말도 마찬가지로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을 파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상인들이 물건을 처음 팔았을 때 쓰는 '마수걸이'란 말도 보부상들의 용어였다. '흥정'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