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나는 인도네시아 자바의 구눙 할리문-살락 국립공원(Gunung Halimun-Salak National Park)에서 자바긴팔원숭이(Javan gibbon)를 연구하고 있다. 자바긴팔원숭이는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그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게 그리 많지 않은 상태이다. 하다못해 그들이 야생에 몇 마리가 생존해 있는지 혹은 행동권(home range)은 얼마나 넓은지, 그래서 그들을 복원하여 방생하려면 어느 정도의 숲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우리의 연구가 그들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환경부도 산양, 반달곰, 황새, 따오기 등의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쓴소리를 해대는 것 같아 주저되지만, 이 같은 모든 복원사업에는 생태적 병목(ecological bottleneck) 현상 또는 최소생존개체군(MVP, Minimum Viable Population)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생태학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생물다양성이란 무엇인가?」(최재천) 중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의약품들을 생물다양성에 의존하고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 중 하나인 아스피린은 버드나무류(Salix alba) 껍질과 장미과의 터리풀 종류(Filipendula ulmaria)에서 발견된 살리실산에서 유도된 아세틸살리실산으로 만든다. 약국에서 팔리는 모든 처방약의 1/4은 식물에서 추출된 것으로 총 40% 정도가 생물에서 유래한 천연물이다.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119가지 순수약물 중에서 무려 88가지나 원주민들의 민속식물학적 지식을 실마리로 개발된 것은 무척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민속식물학적 지식은 원주민들의 터전이 개발되고 농경지나 도시로 이주하면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보르네오의 페난인들은 과거 숲에서의 생활을 접고 마을에 정착하였는데, 빠른 속도로 옛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그들의 선조들은 어떤 나비종이 출현하면 언제나 멧돼지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고 성공적으로 사냥을 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원주민들이 그것이 어떤 나비종인지 모른다고 한다. 한편 선진국들이 민속식물학 지식을 이용해 열대지방의 식물로부터 신약개발을 독점하자, 이러한 자원착취를 막기 위한 노력이 생물다양성협약의 배경이 되었다.---「생물다양성은 우리 삶에 어떤 혜택을 줄까?」(박상규) 중에서
서식지의 감소는 해양과 담수생태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파괴적인 어로방법이나 과도한 어획, 수질오염, 연안개발 등 사람의 활동으로 산호초의 60%가 위협받고 있다. 강 생태계도 댐을 건설하고 수로를 직선화하거나 변경하는 등 광범위한 물리적 변형으로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해양은 지구 표면의 2/3를 차지하는데도 육지의 150만 종에 비해 훨씬 적은 30만 종 정도만 조사되어 알려져 있다. 해양의 생물다양성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열대지방에서 매우 높은데 열대의 산호초에 약 10만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물고기는 지구 전체 해산 물고기의 40%에 해당한다. 종수로 보면 산호초의 파괴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지만 면적으로 보자면 저인망어업방식이 가장 심각하다. 저인망어업으로 바다의 바닥이 매년 1,500만km2가 파괴되고 있고, 특히 대륙붕과 같이 생산성이 높은 곳은 평균적으로 매년 2번씩 저인망으로 파괴되고 있는 셈이며, 심한 곳은 1년에 5번에서 50번까지 저인망이 훑고 지나간다. 비가 오면 육지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오염된 침전물도 산호초 파괴에 일조한다. 이는 강수량이 많고 산림의 파괴가 심한 곳에서 문제가 많이 되는데 특히 육지의 생물다양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 태평양 동부와 카리브해 지역에 인접한 해역이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협」(조도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