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도 짝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나 같은 선물 마니아는 그런 점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를테면 립스틱은 작은 손거울과 함께 선물하면 좋다. 구두 선물에는 구두와 어울리는 스타킹이나 양말을 함께 넣어주고, 공책을 선물할 때는 그 공책에 잘 맞는 펜을 선물하는 것 등... 이렇게 뭔가 짝을 지어 선물하면 그 행복감이 두 배, 세 배로 더해진다. 그렇게 넥타이만 달랑 선물했으니 그 만족감이 없을 수밖에...
그렇다면 넥타이와 잘 어울리는 짝꿍은 무엇일까? 나는 팬츠라고 생각한다. 넥타이와 팬츠만 입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요리조리 비춰보는 남자를 상상해보라. 얼마나 재미있는 그림인가. 문제는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남자들, 그 중에서 내가 선물을 해야 하거나 주고 싶은 많은 남자 가운데 팬츠를 너무나 기쁘게,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줄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 아니, 찾기가 아주 힘들다는 것이다.
--- pp.98-99
내가 선물하는 대상은 내 주변에 있는, 늘 만나는 사람들이다. 어떤 선물을 할 때 꼭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주고 싶을 때 주는게 선물이고, 또 받는 사람도 '내가 왜 이걸 받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굳이 할 필요없이 그냥 '잘 먹을게'라고 한마디하는 정도로 편안하게 받으면 그만이다.
선물은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제 방법이예요. 그만큼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있는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제 마음의 표시예요. 사람과 사람사이에 놓인 아름다운 끈. 저는 그걸 더 가깝게, 더 튼튼하게 하고 싶어서 선물하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서도 그럴 것 같아요.
--- p.200& p.235
나는 매일 일기 아니면 편지를 쓰기 때문에 밤늦게 하루 일이 끝나면 책상에 예쁜 전등하나켜두고 우아하게 차한잔 마시면서 일기나 편지를 쓴다기 보다는 자투리 시간이 갑자기 생겼을 때 뭔가를 기다려야 할때 바로 종이를 꺼내어 글을 쓴다.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만나야할 사람이 오지 않을때 그럴때가 바로 나의 일기 또는 편지를 쓰는 시간이다.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