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면 “아니, 내가 이런 것도 할 줄 아네?”하고 나의 가능성에 손뼉 쳐 줄 기회가 생긴다. 생각보다 자주. ---「프롤로그」 중에서
취미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주일 중 기다려지는 날이 차츰 늘었다. 퇴근 후의 시간표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가 나를 데려가는 곳」 중에서
삶도 마찬가지다. 겁내고 가만히 있으면 나에게 한 가지 모습밖에 없겠지만, 뭔가를 해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모습이 되어 간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깜찍한 강아지가 아니어도 되고, 탐스럽게 핀 꽃송이가 아니어도 괜찮다. 남들이 뭐라든 뭐 어떤가. 알쏭달쏭, 애매모호한 모양이라도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니 힘닿는 데까지 부지런히, 성실히, 즐겁게 가 보고 싶다. ---「오늘도 부푸는 중입니다」 중에서
연극은 내 삶 속으로 또 다른 나의 삶을 초대하는 거였다. 그 긴 대사를 외우고 구르고 뛰며 소리쳤던 건, 내 삶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더 잘살아 보려는 노력이었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나는 ‘나’라는 역할로 살아갈 테니 일상을 무대 삼아 최선의 연기를 펼치면 됐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권태로우면 기꺼이 권태로워하면서, 매 순간 나를 여실히 표현하며 살아가면 되는 거였다. ---「연극: 오늘의 무대는 반짝임」 중에서
잘할 자신이 없으니까, 언뜻 듣기에도 연주가 어렵게 느껴지니까 두려워서 시작조차 못하는 거였다. “포기하는 게 무섭지, 못 하는 건 두렵지 않다!”라는 문장이 적힌 띠지를 매만졌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고 싶었던 마음을 미루고 미루다 시간이 흘렀는데, 고민만 하는 사이 시간은 또 얼마나 빠르게 흐를 것이며 그때는 무슨 핑계를 댈 것인가. ---「첼로: 속아서 그 산을 오른 것처럼」 중에서
소질이 없는데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을 낸다는 건, 언뜻 보기엔 바보 같지만 실은 기특하고 대견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걸. 마음이 유연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발레를 한다. ---「발레: 몸보단 마음이 유연한 편」 중에서
노래를 부르는 내내 따듯한 물결 속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물방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달까. 물결은 때로 빨라졌다가 다시 느려졌고, 부드럽게 흐르다가도 갑자기 폭포수처럼 거칠어졌다가 하며 나를 어딘가로 자꾸자꾸 데리고 갔다. 마지막 곡의 마지막 소절을 마칠 때는 물결이 나를 꼭 안아 주는 것 같았다. ---「합창: 우리의 노래가 필요한 거죠」 중에서
직접 빚겠다는 건 욕심이었지만, 그 덕분에 나의 달을 가지게 됐다. 휘어지고 갈라지고 터질까 염려하는 마음은 괴로웠지만, 혹여 그렇게 된다 해도 나는 그저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 해 나가면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매끄럽고 완벽한 자태의 달항아리를 단숨에 샀다면 몰랐을 일이다. ---「달항아리: 달을 매만지며」 중에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가며 마음을 기댈 곳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댈 곳을 찾게 된 존재들은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이 삶을 한번 잘살아 보려 애쓰는 이들이 모인 곳엔 서로를 향한 응원과 위로, 애정만이 가득하다. 살아가는 일이 힘에 부칠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 기댈 곳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속이 든든해진다. 따끈한 밥 한 공기 그득 먹은 것처럼. ---「마음공부: 기댈 수 있어 다행이야」 중에서
식물을 돌보는 일이 익숙해지면서 내 마음에도 힘이 붙었다. 바쁜 일상을 무기 삼아 내버려둔 것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이제 더는 삭막해져만 가는 내 삶을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한때 더없이 좋아하고 아꼈던 것들, 일상을 알뜰하게 가꿔 주었던 것들을 되찾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