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파리에서 팔다리 중 하나가 잘려나가는 불행을 겪은 사람들은 몸을 사리느라 14구에 있는 생-조제프 병원 주위의 넓은 우회로를 피해 다녔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일하는 깐깐한 가톨릭 외과의사 피에르 바르베가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는 방금 절단한 팔을 겨우 몇 분 만에 널빤지 위에 8밀리미터 두께의 사각 못으로 박았다. 마치 꾸물대는 걸 싫어하는 사형집행인 같았다. 그러면 그 팔들은 40킬로그램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이 이야기는 그의 책 『외과의사의 관점에서 본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Die Passion Jesu Christi in der Sicht des Chirurgen』에서 읽을 수 있다. ---p.84중에서
E, T, 4, 7. 이 네 장의 카드에 관한 수수께끼는 한눈에 보면 말도 안 되게 쉬운 것 같다. 이 수수께끼는 1960년대에 영국의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고안해냈다. 당시에는 이 문제가 웨이슨을 얼마나 유명하게 만들어줄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자, 테이블 위에 카드 네 장이 있다. 각 카드의 한 면에는 알파벳이, 그 뒷면에는 숫자가 하나씩 적혀있다. 두 카드는 각각 알파벳 E와 T를, 나머지 카드는 각각 숫자 4와 7를 보여주고 있다. 네 카드에는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다. ‘한 면에 모음이 있는 카드의 뒷면에는 짝수가 있다.’ 이 규칙이 틀림없이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어느 카드를 뒤집어봐야 할까? 이 간단한 문제는 나중에 ‘선택과제’라 불리며 심리학 실험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었다. 그 문제가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실험 참가자 중 10퍼센트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는 놀라운 사실 때문이다. ---p.128~129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줄서기란 지루함과 아픈 발이 한데 합쳐진, 우리 문명이 낳은 괴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대기줄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줄서기는 ‘사회시스템’이고, “그 사회시스템이 유지되는 건 사람들이 그 상황에 적합한 행동 방식을 잘 알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 말은 스탠리 밀그램이 「새치기에 대한 반응」이라는 연구에서 쓴 말이다. 핫도그를 먹겠다고 줄에 서는 사람은 고유의 규범이 있는 소규모 사회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느냐 아니냐는 상관없다. 1980년대 초 스탠리 밀그램은 줄서기 규범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규범을 연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새치기를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밀그램은 뉴욕에 있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어디서든 대기줄에 서면 새치기를 하라고 지시했다. ---p.206~207중에서
어떤 생각―예를 들어 헤어진 여자친구나 다음에 피울 담배 생각―을 머릿속에서 내몰겠다는 바람이 머릿속에 꽉 차 있을 때, 잊으려는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생각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생각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한 집단의 학생들에게 하얀 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한 후 의식적으로 하얀 곰을 생각하라고 요청하자, 이전에 하얀 곰에 대한 생각을 억누르는 노력을 하지 않은 집단에서보다 하얀 곰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하게 일었다.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하얀 곰 대신에 빨간 폭스바겐을 생각하도록 지시했을 때 그들의 눈앞에 계속 곰이 떠올랐다. 물론 폭스바겐도 함께 떠올랐다. 곰이 핸들을 잡고 있었는지,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지는 물론 논문에 나와 있지 않다. ---p.217중에서
보르도 대학교 와인학 교수 브로셰는 정기적으로 짓궂은 테스트를 하며 학생들을 속인다. 1998년 그는 가장 악명 높은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54명의 와인학과 학생들에게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을 시음하게 했다. 학생들은 대학의 커다란 시음 장소 내 개별적인 부스에 앉아 메모를 했다. 레드와인의 경우 학생들은 ‘진하고’, ‘깊고’, ‘나무 향이 나고’, 화이트와인의 경우 ‘과일 맛이 나고’, ‘드라이하고’, ‘향이 진하다’고 느꼈다. 브로셰는 새로운 시음 노트를 작성하기 위해 그들의 메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그들은 몇 시간 후에 새로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을 맛보았다. 여기에서 학생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 마신 와인은 한 가지 종류였다! 브로셰는 첫번째 테스트에서 썼던 화이트와인에 천연 식용색소 안토시아닌을 약간 넣어 레드와인을 만들었다. ---p.276~277중에서
앨런 네빌이 130개 이상의 학술논문을 썼지만, 어느 것도 그 짧은 편지만큼 주목을 받았던 건 없었다. 그 편지는 1999년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에 보낸 것이다. 그후 잉글랜드 울버햄프턴 대학교의 교수가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에서 네빌의 이름을 봤으며, BBC 방송에서 한 번 더 듣게 되었다. 하지만 네빌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아낸다든지, 아인슈타인 이론에 반박을 한다든지, 그런 대단한 연구를 한 게 아니었다. 그는 축구 경기의 홈 이점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었다. 원정구장보다 홈구장에서 더 잘 이기는 이유를 통계학자의 정교한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p.281중에서
이메일로 낯선 사람에게 부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그 부탁을 들어줄 확률은 너무 낮아서 아예 기대를 안 하는 게 낫다. 빨간 양말, 땡처리 비행기 티켓, 저렴한 정력제 등 ‘일생일대’의 광고가 너무 많이 들어와 매일 받은메일함을 꽉 채운다. 모르는 사람의 부탁에 눈 돌릴 겨를이 없다. 심리학자들은 승낙을 얻어내는 확률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냈다. 자신의 이름이나 성이 수신인과 같은 것처럼 가장해서 메일의 마지막 줄에 수신인과 똑같은 이름이나 성을 적는 것이다. 이름이 실제로 같지 않다면, 거짓말을 해야 한다. 거짓말하는 게 좀 꺼림칙하지만 그 값어치를 한다. ---p.284중에서
그런데 콧구멍은 왜 두 개여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오래도록 찾지 못했던 이유는, 유일하게 그럴싸하다고 알려진 가설도 별로 설득력이 없었고 검증하기는 더욱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가설에 따르면, 콧구멍이 두 개 있어야 냄새가 나는 곳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콧구멍 안에 들어온 냄새 분자의 농도와 속도차를 비교하여 뇌가 냄새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믿기 힘든 가설이다. 왜냐하면 콧구멍은 서로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그 차이가 그렇게 클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가설을 검증하기는 더 어렵다. 다른 동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인내심이 많다는 개조차도 콧구멍 하나를 막아놓는 실험을 하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런 실험 과정을 불평 없이 참아낼 수 있는 동물은 사람뿐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