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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제로 NON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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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제로 NONZERO

: 하나된 세계를 향한 인간 운명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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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687쪽 | 1084g | 153*224*35mm
ISBN13 9788992114493
ISBN10 899211449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역사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거의 문화 진화주의나 19세기 진보주의 역사관의 모든 교의와 신조를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를테면 나는 모든 면에서 자유와 평등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기쁨에 찬 예측을 내놓을 수 없다. 실제로 나는 어떤 면에서는 역사가 인간의 자유를 향해 나간다고 보지만 또 다른 면에서 자유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출현하고 있는 사회 구조에는 멋지고 훌륭한 측면이 있는가하면 두려운 측면도 있다. 다행히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는 대체로 거부할 수 없는 것이지만 세부적인 면까지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역사의 기본적 방향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할 것인지 오히려 더 구속할 것인지,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어줄지 지금보다 못한 것으로 만들어줄지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자 한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역사의 기본적인 방향이 인간을 도덕적으로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세상사의 혼탁한 표면을 걷어내고 그 아래를 들여다보면 특정 세력의 번영과 몰락을 넘어서는, 역사의 무대에 거들먹거리며 등장했다 사라졌던 “위대한 인물”들의 일화를 뛰어넘는, 수만 년 전에 출발해 긴 역사를 관통해 오늘날에 이르는 화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앞을 바라보면 그 화살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게 될 것이다. --- p.32, 「1장 문화 진화의 사다리」 중에서

산토끼들을 잡기 위해서 쇼숀 인디언들이 사용한 도구는 한 가족이 다루기에는 너무 컸다. 그들은 토끼를 길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그물로 몰아넣은 뒤에 몽둥이로 때려 죽였다. 이와 같이 토끼 사냥을 할 때에는 사회 조직에 대한 요건이 충족되었다. 평상시에는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여남은 가족들이 잠시 동안 한데 모여서 ‘토끼 대장’의 지휘 하에 서로 협동한다. 쇼숀 인디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더 이상 축소할 수 없는 최소한”의 조직 형태로 살아가지만 갑자기 넌제로섬 원리가 출현하는 순간에는 잠재되어 있던 사회적 기술이 전면으로 나오고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하게 된다.
넌제로섬 이익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사회의 복잡성을 높여준다고 말하는 것은 거의 중언부언이나 마찬가지이다. 넌제로섬 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다 보면 대개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하게 된다. 게임 참가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다른 이들과 조화롭게 맞추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궤도대로 돌아가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태양계를 형성해서 더 큰 규모의 동조하는 전체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집단 안에서 노동의 분화가 일어나게 된다. 어떤 이는 그물을 만들고 또 어떤 이들은 그물을 치고 또 다른 이들은 토끼를 몰아대는 식으로 말이다. 조금 전까지 독립적인 채집인이었던 사람이 이제 통합된 토끼 사냥팀의 일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팀의 각 구성원들 간에는 분화가 이루어졌지만 한편으로 모두 일체가 되어 함께 움직인다. 복잡한 결합이 실현되었다. --- pp.38-39, 「2장 그 옛날 우리의 모습」 중에서

인구 증가가 기술적·경제적·정치적 발전의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그와 같은 발전이 인구 증가를 촉진한다. 이러한 공생적 성장에는 거역할 수 없는 문화적 복잡화의 힘이 놓여 있다. 인구 성장의 ‘부정적(문제점)’ 측면을 강조하든 ‘긍정적(기회)’ 측면을 강조하든 인구 성장과 문화 진화는 상호적 양의 되먹임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많아지면 문화가 발전하고, 문화가 발전하면 인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인구 증가의 ‘부정적’ 측면(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의 압력)은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물건 중 상당수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기술의 산물이 아니다. 심지어 지금으로부터 50,000년도 더 전인 중기 구석기 시대에도 사람들은 물감의 원료로 쓰인 황토나 황철광 결정 등에 흥미를 보였다. 그리고 중석기 시대에는 보석과 같은 ‘사치품’이 총생산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 p.89, 「4장 보이지 않는 뇌」 중에서

그러나 전쟁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제로섬 원리로 일관된 것은 아니다. 그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비록 전쟁이 두 집단 사이에 제로섬 동력을 끼워 넣는 것이 사실이지만 각 집단 안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만일 도끼를 휘두르는 살기등등한 자들이 당신의 촌락을 둘러싸게 된다면 당신과 이웃 주민들의 관계는 즉각 넌제로섬 원리를 향해 선회하게 된다. 서로 힘을 합쳐 조화롭게 움직인다면 공격을 막아낼 수도 있겠지만 촌락 사람들이 사분오궿된다면 촌락은 함락될 것이다.
도끼를 휘두르는 공격자들 사이에서도 이와 동일한 상호의존성이 존재하게 된다. 승리에 대한 최선의 희망은 역시 조화로운 협동에 놓여 있다. 따라서 당신이 어느 편에 속하든 간에 당신과 같은 촌락 사람들은 한 배를 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촌락 사람들은 각자의 운명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나 서로 운명을 공유하고 있느냐, 그것은 사실상 넌제로섬 원리를 나타내주는 간단하지만 훌륭한 지표이다. 전쟁은 각 집단 내부 사람들 사이의 운명의 공유 정도를 높임으로써 넌제로섬 원리를 빚어내고 그것은 문화의 진화를 더욱 심원하고 광대한 사회적 복잡성을 향해 나가도록 촉진한다. --- pp.97-98, 「5장 전쟁, 무슨 쓸모가 있을까?」 중에서

이 모든 사실을 살펴볼 때 농업의 출현은 대대적인 혁명이라기보다는 점진적인 진화에 가깝게 느껴진다. 수렵·채집사회의 사람들은 식량의 획득을 증강하고 한정된 땅에서 더 많은 양의 식량을 얻기 위해 땀 흘려 노력해왔다. 자연의 ‘평형 상태’ 개념에 대해 의심을 표명한 최초의 인류학자인 마크 네이단 코헨의 말을 빌자면 농업은 “기존의 생계를 위한 생활양식 패턴과 아무런 개념적 단절을 보이지 않는다.”
농업은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구조를 뒤바꾼 혁명적인 기술로 판명되었다. 실제로 농업이 출현한 이후의 사회 변화 속도는 농업 이전 사회의 느린 변화에 비하여 너무나 획기적으로 빠른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평형equilibrium’ 상태에 혼란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혼란 상태가 가뭄이라든지 빙하의 감소와 같은 외부적이고 변덕스러운 힘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노력이나 인구 증가와 같은 내부적이고 내재되어 있는 힘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 pp.130-131, 「6장 농업의 필연성」 중에서

‘문자 = 문명화’라는 공식에 대한 대략적이나마 정당성을 찾아보자면(실제로 어느 정도 정당화의 여지가 있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좀 더 기술적인 의미에서 ‘문명화’는 종종 국가 수준의 조직화에 도달한 사회를 일컫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문자가 국가의 성립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국가의 진화에 도움을 주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문자는 완전히 새로운 넌제로섬 영역을 열어젖히며 추장사회에서 국가로 넘어가는 전이 과정을 매끄럽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전 세계에 걸쳐서 국가 수준의 사회들은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가 국가 수준으로, 기술적 의미에서 문명화 수준으로 진보해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의미에서의 문명화, 즉 문명화된 행동의 장으로서의 문명화로 나아가는 길을 닦아준다고 할 수 있다. …
실제로 우리는 엄밀한 의미라기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문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문자는 궁극적으로 독재자의 권력을 침식해 들어가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우리는 데이터 처리 과정의 발달에서 나타난 다른 문턱들, 이를테면 인쇄기나 인터넷의 출현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우리는 문자가 애초에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쇄기나 인터넷 역시 ─어떤 의미에서─ 데이터 저장 및 전달 방식에 일어난 이 태고의 혁명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 p.163, 「7장 두번째 정보혁명」 중에서

고대 국가에서 진화되었던 기본적인 정보 기술에는 문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돈(표준화된 통화) 역시 일종의 정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개인이 과거에 수행한 노동과 그 노동에 대해 사회가 평가하는 가치를 기록한다. 한편 우리가 돈을 쓸 때 그 행위는 일종의 신호가 된다.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혹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확인해주고 비록 간접적이긴 하나 그 정보를 당신의 요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돈은 더욱 큰 보이지 않는 손의 신경계를 흘러 다니면서 공급자에게 수요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돈에 대해 많은 불평이 쏟아져나왔다. 어떤 사람들은 돈이 사람들을 짓밟고 억누르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돈은 오히려 억압에 대한 해법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돈은 읽고 쓸 줄 아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지배받는 중앙통제경제에 대한 대안을 제공해준 셈이다. 만일 어떤 경제적 정보 기술을 당신에게 유리하도록 하려면 대개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 자신이 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 pp.183-184, 「7장 두 번째 정보혁명」 중에서

자, 고맙다, 미개인들이여! 우세한 문명이 정체되고 쇠퇴하여 넌제로섬의 행진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게 되면 ─문화진화론자의 시각으로 볼 때─그 문명에는 골칫거리가 생겨 마땅하다. 그런 다음 그 시스템을 산산조각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다. 게다가 미개인들이 문명화된 밈들을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난 이상, 아예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문화의 재건이 얼마나 자주 필요한지를 생각해볼 때 문화 해체반이라는 미개인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게 부각된다. --- p.233

어떤 의미에서 미개인들은 문화의 진화에서 일반적이고 효과적인 제로섬 동력의 한 특수한 사례, 즉 이웃한 사회들 사이의 냉혹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은 경직된 사회를 크든 작든 재건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동요하도록 만든다. 그와 같은 사회는 주변의 거대한 문명에 흡수되어 동화될 수도 있다. 혹은 그들은 미개인의 침입을 받아서 미개인의 손에 의해 해체된 후에 나중에 다시 집결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사회는 재생하여 다시 주도권을 잡게 될 수도 있다. 아놀드 토인비가 강조한 ‘도전과 응전’의 동력에 따라서. 어떤 경우든 요점은 항상 동일하다. 착취, 독재, 자기 권력의 확대의 성향이 아무리 뿌리 깊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성향에 굴복해버리는 사회는 이 세상에 오래 발붙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 p.235, 「10장 우리의 친구 미개인들」 중에서

중국의 수력 방적기에 경탄한 마크 엘빈은 “만일 당시 중국이 보였던 발전 양상이 그 뒤를 이어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갔더라면 중세 중국은 향후 서양보다 400년이나 앞서서 직물 생산 분야에서 진정한 산업혁명을 일구어냈을 것이다.”
중세 말기 세계적 우위를 점유한 중국의 휘황찬란한 모습을 마주하고서 끈질긴 유럽중심주의자들은 그 사실을 자기네 입맛에 맞게 요리했다. 중국이 스스로 산업혁명을 이루어낼 기회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섰는지를 우리 모두 알게 된 이상 실제로 그 기회를 실현시키지 못한 것은 훨씬 더 용서받지 못할 못난 짓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때 성실하지만 아둔한 학생으로 평가받던 중국은 이제 머리는 좋은데 성적이 안 좋은 학생으로 재분류되었다. 어쨌거나 여전히 낙제점인 것은 변함없다. “불가사의한 점은 중국이 그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랜즈는 못 박았다. --- p.277, 「12장 불가사의한 동양」 중에서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만일 ‘유럽의 기적’의 핵심이 지리적 상황에 있다면, 유럽과 중국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상대적 근접성이라는 지리적 상황의 차이가 아니라 유럽과 중국의 정치적 지형이라는 지리적 상황의 차이에 있다. 유럽은 밈들을 시험할 수많은 독립적인 실험실들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중국은 정치적 단일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 단일성은 일상적 거래에 있어서는 좋은 자산이지만 기술적 우위를 놓고 벌이는 장기적 경주에서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인쇄기는 오늘날 우리의 삶에 혁명을 가져온 정보 기술을 위해 길을 닦아준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쇄기는 그러한 혁명의 전조가 되었다. 독특하고 어떤 면에서 역설적인 결과에 의해 인쇄기의 혁명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microelectronics 혁명의 최종 국면과 유사하다. 실제로 인터넷이 우리의 정치적·사회적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에 대해 생각하는 데 있어서, 과거에 인쇄기가 사람들의 정치적·사회적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훌륭한 역사적 통찰이 아닐 수 없다. 현대(오늘날)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근대 초기를 닮았다. 그 정도가 더 클 뿐이다.
--- pp.288-301, 「12장 불가사의한 동양」 중에서
이러한 국가들에서 인쇄기가 국가 통치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경제적 회복과 확장의 와중에서 논리적으로 볼 때 인쇄기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통치 범위가 확장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쇄기는 그 논리를 더욱 강화시켰고 국가 정서에 특별한 색조, 즉 공통의 언어·문화·감정에 기초한 일체감을 더했다. 그리고 손에 잡힐까 말까 하는 이 통일성이 국가를 정복에 저항하는 더욱 강력한 단위로 만들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인쇄기는 중앙집권적 정부가 국가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데 미친 영향보다 국가 수준에 도달한 정치 단위가 더 높은 수준, 즉 제국 수준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는 데 기여한 몫이 더 크다고도 할 수 있다. --- p.311, 「13장 현대사회」 중에서

유럽의 통합은 처음부터 전적으로 경제적인 목적만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화를 도모’하는 방법의 하나로 간주되었다. 전쟁으로 발기발기 찢어진 대륙을 경제라는 접착제로 하나로 붙여서 전쟁을 생각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 계획은 지금까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들의 연합 뒤에는 순수한 경제적 논리가 존재한다. 유럽의 기업들이 연합을 추진하고 주식 시장이 연합의 탄생에 갈채를 보낸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이 화폐를 통일시키자마자 「이코노미스트」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화폐”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했다. 이 기사는 이와 유사한 강력한 경제적 논리가 세계적 화폐 통합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암시했다. …
전체적으로 볼 때 EU의 교훈은 이것이다. 국제 거래는 자기재생적인 넌제로섬 원리를 통해 통치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계의 침략자 따위는 없어도 좋다. 기술이 경제적 거리를 계속해서 좁혀감에 따라 초국가적 통치의 논리적 범위가 지구 전체를 아우르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세계의 문화적·언어적 다양성과 일부 민족들 사이의 들끓는 증오심을 생각할 때, 이런 가능성은 상상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점을 기억하라. 만일 90년, 아니 60년쯤 전에 당신이 언젠가 프랑스와 독일이 같은 통화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을 것이다. “그래? 어느 나라가 어느 나라를 정복한다는 거지?” --- pp.368-369, 「15장 새로운 세계질서」 중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세계 통치가 도래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는 제네바에 있는 세계 무역 기구의 본부 주변의 호텔들이 로비스트들의 소굴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에트나 생명보험Aetna, 씨티은행, 국제회계사연합International Federation of Accountants 등 온갖 조직을 대표하는 로비스트들이 이곳에 진을 치고 있다. 강력한 로비 활동은 1996년 UN의 세계 지적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의 후원 하에 160개국(거의 전 세계라고 할 수 있다)사이에서 저작권 관련 협약을 이끌어냈다. 한편 국제소비자기구Consumers International를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들은 UN의 코덱스 식품 표시 분과위원회Codex Committee on Food Labelling로 하여금 유전자 조작 식품에 유전자 조작 표시를 하도록 촉구했다. 그 노력이 실패한 후 로비스트들은 EU와 일본이 속해있는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diversity이라는 초국가적 조직에 접근했다.
자, 이 패턴을 눈여겨보자. 초국가적 ‘부족’(환경 집단, 노동 집단, 인권 집단, 무역 집단, 다국적 기업)들은 혼란이 아니라 질서를 야기한다. 그들의 좁지만 오랜 영향력은 법과 규제를 전지구적 조화를 향해 움직이도록 한다. 수많은 종류의 서로 다른 세포들이 그들이 구성하는 좀 더 큰 유기체와 역설적 대조를 이루는 것이 아니듯, 이 서로 다른 부족들은 세계화와 역설적 대조를 이루지 않는다. 이 두 사례에서 모두 미세한 다양성들은 하나로 통합된다. 이익 집단들이 관여하지 않는 한 국제적 정치 조직이 진정한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 사회적 복잡도가 깊이나 범위에 있어 증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 노동을 포함한 노동의 분화가 점점 더 미세하면서 동시에 광범위한 범위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국가적 ‘부족주의’는 인류 역사 전체의 자연적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 pp.380-381, 「15장 새로운 세계질서」 중에서

제2차 세계 대전 무렵에는 ‘세계 구원saving the world’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히틀러에 대한 저항 세력을 결집하는 과정에서 윈스턴 처칠은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했을 공적을 세웠다. 바로 이러한 상황, 2천년기의 말의 배경에서 지도자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 정복의 가설적 가능성이 지도력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 주된 요소는 아니다. 설사 통치권이 세계 수준으로 평화롭고 민주적으로 이동해간다고 하더라도 바로 그 통치의 지침은 새로운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지구는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금융 위기 이후에 IMF를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이제 그 방안들을 차례로 하나씩 하나씩 시험해볼 수밖에 없다. 한꺼번에 병렬적으로 시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첫 번째 시도가 끔찍한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건 정말로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쁜 소식의 잠재적 유해성은 점점 증대되고 있다. 세기가 바뀔 때마다 점점 더 많은 영혼이 지구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적 고통의 순수한 무게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히틀러나 스탈린이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고 수천기의 핵폭탄의 도래가 이 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물론 만약 당신이 충분히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걱정쯤은 언제든 가볍게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우리가 지구상에서 인류를 싹 쓸어내 버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어떤 종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방사능에 저항성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바퀴벌레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만일 생물의 진화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2부 참조) 언젠가 궁극적으로 문화 진화의 불씨를 다시 지펴낼 만큼 영리한 종이 탄생하게 되어 다시 한 번 전 지구적 수준의 사회적 조직화를 추진해나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지구적 화합이라는 가능성은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p.392, 「16장 자유도自由度」 중에서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생물학자들이 감각이나 지각력 따위가 있을 리 없는 한 점 얼룩에 지나지 않는 미토콘드리아가 곤경에 처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떻게 어떤 세포소기관이 ‘노예’가 되어 ‘착취’될 수 있다는 말일까? 여러분은 아마 이런 얘기를 들으면 미토콘드리아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추구할 이익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참으로 만들어줄 관점이 있을까?
그렇다. 바로 다윈주의적 관점이다. 다윈주의 용어에 따르면 살아있는 생물은 ─자연선택에 의해─ 자신의 유전자를 차후 세대에 물려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유전자의 증식에 이바지하는 것이 바로 생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이익을 좌절시키는 것, 이를테면 생물을 ‘착취’하는 것은 그 생물의 유전적 유산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를 마음에 새기고서 우리는 게임이론을 생물의 진화에 적용할 수 있다. 두 생물 개체가 서로의 생존과 번식의 전망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면 그들은 넌제로섬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들의 이익이 배타적인 정도에 따라 그 동력은 제로섬을 가리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생물의 진화가 문화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넌제로섬 동력의 구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최초의 원시적 염색체에서 최초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자연선택은 넌제로섬 원리가 확산되는 쪽에 미소를 보내왔다. --- p.425, 「18장 생물학적 넌제로섬 원리의 출현」 중에서

이 책의 주된 테마는 생물의 진화에서든 문화적 진화에서든 넌제로섬 원리가 출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넌제로섬 원리는 종종 압도적으로 제로섬에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던 개체(촌락이나 도시, 국가)들 사이에서 출현한다는 것이다. 설사 미토콘드리아와 더 큰 세포 사이의 관계가 처음에는 투쟁과 보복으로 얼룩져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그들은 근본적으로 넌제로섬 게임으로 한데 묶여져 있으며 둘 다 게임을 잘 해서 서로 이익을 얻고 있다.
결국 넌제로섬 게임이 잘 이루어지게 되는 현상의 근간에 놓여 있는 이유는 문화의 진화에서나 생물의 진화에서나 동일하다. 한 무리의 유전자든 한 무리의 밈이든, 일단 한 배에 타게 되면 생산적인 조화와 협동에 이바지하지 않을 경우 결국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유전자의 경우의 배는 하나의 세포나 다세포생물체, 혹은 곧 살펴보겠지만 좀 더 느슨한 집단으로서 한 가족이 될 수 있다. 밈의 경우는 대개 좀 더 큰 사회적 집단(촌락이나 추장사회, 국가, 종교적 교파, 보이스카우트 등)이다. 따라서 유전적 진화는 균열 없이 매끈하게 통합된 생물체를 생성하는 경향이 있고 문화의 진화는 균열 없이 매끈하게 통합된 생물체들의 집단을 형성하는 경향을 띤다. --- p.433, 「18장 생물학적 넌제로섬 원리의 출현」 중에서

새롭고 향상된 종교가 세계를 통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할까? 만일 가능하다면 그 중심적 교의는 무엇일까? 그것은 오래고 오랜 종교의 교의(보편적 형제애)와 동일하다. 새로운 것은 이번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낡아빠진 상투적 문구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탐욕에 대한 훈계들, 이를테면 지구가 쓰레기 더미, 녹아내리는 빙산,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따위가 뒤섞여 끓어오르는 거대한 가마솥이 되어가는 것을 늦추고자 하는 노력이 그것이다…….
물론 종교에 희망을 거는 것에 대한 어려움 중 하나는 과학이 종교의 기반을 침식해왔고 계속해서 침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침식은 현대 및 포스트모던 시대의 허무주의와 권태의 원천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과학이 정말로 심오한 신비와 목적purpose의 존재에 대한 모든 증거들을 일소해버렸다는 통념에 도전하는 것이다. --- p.551, 「22장 신의 진화」 중에서

생물의 진화와 문화의 진화 두 경우 모두에 대한 엄밀한 경험적 분석은 세계가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목적, ─심지어─ 선한 목적을 암시하고 있다. 지구상의 생명은 처음부터 의미를 생성해내고 그 다음 그 의미를 더욱 심화시키는 기구였다. 그 기구는 선의 잠재력을 창조해냈고 그 잠재력을 실현시키기 시작했다. 그 기구는 한편 악에 대한 잠재력 역시 가지고 있고 그 잠재력 역시 무수히 실현시켜왔다. 그러나 마침내 악에 대한 선의 비율이 점차로 커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혹은 적어도 인류에게 그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와 같은 선택에 대한 엄청난 동기 유발원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 p.552, 「22장 신의 진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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