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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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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48g | 140*210*18mm
ISBN13 9791160409895
ISBN10 116040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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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1984》(1949)에는 중국의 쥐 고문에 맞먹는 또 다른 버전이 등장한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두드려맞고 전기고문을 당하면서도 여자친구 줄리아를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도관들은 그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쥐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걸 본 적 있어?” 101호실의 고문자는 쥐 두 마리가 들어 있는 새장을 흔들며 그렇게 물었다. “이놈들이 네 얼굴 위로 뛰어올라 그 얼굴에 구멍을 뚫을 거야. 눈알부터 공격할 때도 있고 뺨부터 파고 들어갈 때도 있고 걸신들린 것처럼 혓바닥부터 먹어 치울 때도 있단 말이지.” 윈스턴은 “그 짐승들의 역겹고 퀴퀴한 악취”를 맡고 새장의 철망이 뺨을 스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한다. “줄리아에게 하세요!” 그는 공포에 질려 절규한다. “줄리아를 고문하세요! 나 말고! 줄리아!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어요! 그녀의 얼굴을 뜯어내고 뼛속까지 살을 발라내요. 나 말고! 줄리아한테! 제발!”
---「60~61쪽, ‘쥐공포증’」중에서

풍선을 두려워하는 풍선공포증globophobia(globus는 그리스어로 ‘둥근 물체’를 뜻한다)은 풍선이 터질 때 나는 펑 소리에 대한 두려움이 주원인이다. 2013년 오프라 윈프리는 풍선 터지는 소리가 “총소리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아마도 살면서 언젠가, 어쩌면 어린 시절에 총성과 관련된 일이 제 주변에서 일어났던 게 틀림없어요. 근처에 풍선이 있으면 정말 기겁한다니까요.” 2017년 한국의 유명 배우 소지섭은 풍선만 보면 “뱃속이 펑 하고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텔레비전 진행자에게 털어놓았다. 마치 바람 주머니인 그의 몸이 압력에 의해 팽팽하게 유지되다가 펑 하고 터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듯.
---「102~103쪽, ‘풍선공포증’」중에서

1993년 봄 캘리포니아대학교에 다니던 그녀는 캠퍼스에 몇 차례 불을 지르다가 붙잡혀 정신병동에 구금됐다. 그러나 그해 여름 워싱턴 D. C.에서 어느 하원의원의 인턴직을 맡게 되면서 퇴원했다. 그 이후 8년간 그녀는 병원에 33차례 입원했고, 정신병, 우울증, 강박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녀의 내면세계는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내 꿈은 전부 불에 관한 것이다. 내가 지른 불, 지르고 싶은 불, 질렀으면 좋았을 불.” 그리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불에 대한 자신의 열망을 계속 좇았다. 그녀는 자기가 지른 불이 꺼지면 슬픔과 비통함을 느끼면서 다시 불을 지르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237쪽, ‘방화광’」중에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소설에서 처음으로 편집광monomania이라는 용어를 썼다. 단편 〈베레니스Berenice〉의 화자는 약혼녀의 치아에 집착하는 편집광 때문에 그녀를 생매장할 때 입 안에서 치아를 파낸다. 화자는 야만적인 분노를 동반한 광기에 사로잡혔다고 말한다. “나는 기이하고도 저항할 수 없는 그 힘에 맞서 몸부림쳤으나 헛수고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치아 생각뿐이었다. 나는 광적인 욕망으로 그 치아들을 갈망했다.”
---「255쪽, ‘편집광’」중에서

도이치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공상적 거짓말쟁이들이 상대방의 존경심이나 질투심 등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방의 반응은 전혀 안중에 없다. 그들은 그저 의사소통하고 싶은 내면의 욕망을 따르고 있을 뿐”임을 알게 됐다고 도이치는 말했다. 상대방의 존경심 혹은 질투는 반가운 부작용에 불과했다. “그런 면에서 공상적 거짓말쟁이는 세상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을 내놓는 진정한 창의적 작가를 닮았다. 그들은 대중의 입맛에 맞춰 작품을 쓰는 이류 예술가와는 거리가 멀다.” 소설가처럼 허언증 환자도 지어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벗어나고─ 혹은 발견하고─ 싶은 충동을 따른다.
---「263~264쪽, ‘허언증’」중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대다수의 고소공포증 증상자가 뜻하지 않은 추락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되레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 같았다. 홀은 이렇게 썼다. “거의 모두 이 충동을 느꼈다. 대부분 한순간 탑, 창문, 지붕, 다리, 교회나 극장의 최상층, 벼랑 등에서 아래로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벼랑에서 뛰어내리지 않으려고, 혹은 자살하지 않으려고 난간이나 구경꾼에게 매달리기도 했다. 한 남자는 “낙하라는 격렬한 쾌감”에 유혹을 느낀다고 인정했다. 어떤 사람들은 허공으로 뛰어드는 “아름다운 느낌”에 끌렸다고 홀은 썼다.
---「269쪽, ‘고소공포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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