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늑대는 아무래도 나를 앞질러 사냥감을 놀라게 해서 나에게 잡게 하려고 한 것이지만 그 계획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 한번은 어미늑대가 어린 물소를 무리에서 떼어 내는데 성공했는데, 들소가 내 쪽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본 순간에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아버지의 창을 내던지고는 냅다 가까운 오소리 소굴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두더지보다도 더 작게 몸을 웅크리고 '제발 도와 주세요'라고 곰에게 기도했던 것이다.
어미늑대는 작은 당나귀 무리를 쫓은 일도 있었다. 숫당나귀와 세 마리의 암당나귀, 그리고 한 마리의 새끼당나귀 무리였는데 늑대가 거의 암당나귀들과 비슷할 정도로 체격이 큰데다가 그들에게 상당히 심하게 겁ㅇ르 주는 바람에 늑대의 손길을 벗어나 숲속 덤불에서 뛰어나온 암당나ㅜ기는 동료들을 훨씬 뒤쪽으로 떼어 놓고 짧은 풀이 자란 평원을 똑바로 질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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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죽기 전에 내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결국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호랑이의 뒤를 따를는 까마귀처럼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고, 과연 그것만이 진실의 전부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랑이의 뒤를 따르는 까마귀도 될 수 있지만, 호랑이와 동행하는 다른 어떤 짐승도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렇게 살아왔을지 모르지만, 틸이나 아울이나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한결같이 고기를 지배하는 남자들을 위해 불을 지필 장작을 모으고 그들을 위해 파카와 모카신을 만들며 그 일에 만족하면서 살아왔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것만이 여자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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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진통이 왔다. 이상한 일은, 참기 힘든 진통만하루 종일 계속될 뿐 아기가 밖으로 나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었다. 진통은 누구나 다 이렇게 긴 것일까. 그런데 이번의 진통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랫배가 심하게 출렁거리고, 뭔가가 내 가랑이를 잇는 힘껏 양쪽으로 잡아 당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힘차게 깨물었기 때문에 입가에서 피가 솟구쳤고 그 피의 일부는 턱을 타고 내려가고 나머지 반은 거침없이 입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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