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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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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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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98g | 133*200*16mm
ISBN13 9788954677608
ISBN10 895467760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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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소년이로』 편혜영 소설집] 삶의 이면을 감각하게 하는, 편혜영 소설집. 조금씩 금이 가는 일상은 일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무너진 세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평온해보이는 배경 속에 침입한 예상 밖의 인물과 상황이 끊임없이 긴장을 불어넣는, 익숙한 장면들에 새 의미를 부여하는 반전과 서스펜스가 가득한 이야기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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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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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나 나나 질문이 많은 사람보다 말이 많은 사람이 낫다고 여겼다. 대답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지만 듣고만 있으면 그럴 일이 없었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 p.10~11, 「어쩌면 스무 번」 중에서

한번 내지르면 다음에는 수월한 법이다. 악을 쓸수록 세상이 고요하고 온순해지므로 참을 도리가 없다. 비명이 터지기 직전의 기분을 잘 알았다. 가슴에 긴 끈이 걸린 기분. 조금만 캑캑거리면 끈을 쑥 빼낼 수 있을 듯한 기분. 일단 소리가 터지면 괜찮아졌다. 끈이 빠져나오니까. 그런 일이 반복되면 비명을 지르는 건 신발끈을 묶었다 푸는 일만큼이나 간단해진다. --- p.22, 「어쩌면 스무 번」 중에서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들뜨지 않는 것처럼 자신이 오래전에 죽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도 별 감흥이 없었다. --- p.51, 「호텔 창문」 중에서

“사진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남아 있잖아요. 나를 때린 사람도 있고 내가 잘못한 사람도 있고요. 심지어 죽은 사람도 있어서 기분이 이상해져요.” --- p.83, 「홀리데이 홈」 중에서

그후 수오와 무영은 어떤 의미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둘이 있으면 적어도 살아서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미안해지는 일은 없었다. 서로에게는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있었다. 죽을까봐 무서웠지만 죽지 않아 더 무섭다는 말 같은 것. 모든 건 지나간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나는 이유나 밤에도 불을 켜고 자는 사정을 털어놓을 필요가 없었다. 함께 살아났다는 것에 감동받은 적 없지만 적어도 안심은 됐다. --- p.106, 「리코더」 중에서

술은 미조가 온종일 잠을 자든 소리 죽여 울든 내버려두었다. 오히려 잠을 자도록 도왔고 마음껏 울도록 도와주었다. 미조에게 그렇게 해주는 건 술이 유일했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면 느긋하고 애틋하게 지난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 p.121, 「플리즈 콜 미」 중에서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게 더께와 나이테를 늘려가는 마을의 보호수처럼 제자리에서 늙어가고 있었다. 외지인의 전입과 내지인의 이탈이 적다보니 평생 같은 사람을 이웃으로 두고 지냈다. 누군가를 잘 이해하기보다 오해하고 서운하게 여길 일이 많을 것이다. --- p.151, 「후견」 중에서

정소명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법을 진작 터득했다. 일관성을 지키면 되었다. 성적이나 옷차림, 머리 모양, 가방과 신발, 등하교 시간이나 인사하는 태도, 말버릇 등을 언제나 같은 정도로 유지했다. 조금이라도 달라지거나 남과 다르면 질문을 받기 마련이었다. 천편일률적이고 전형적인 태도를 보여야 어른들은 문제가 없다고 여겨 마음을 놓았고 모범생이라 칭찬했다. --- p.152, 「후견」 중에서

내가 그랬듯이 어머니는 곧 실수를 만회하고 모든 일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그것이 어떻게 끝날지는 몰랐을 것이다. --- p.185, 「좋은 날이 되었네」 중에서

나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어머니를 따라 웃었다. 어머니가 나를 안아주며, 흘러가는 건 다 좋은 거라고, 좋은 건 다 흘러간다고 말했다. --- p.196, 「좋은 날이 되었네」 중에서

아줌마는 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친한 친구 이름이 무엇인지, 친구들과는 무엇을 하고 노는지,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지 하는 것 말이다. 그런 질문에 내가 대답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줌마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구했다. --- p.213, 「미래의 끝」 중에서

시련이 닥치면 아무도 찾을 수 없다. 도움이 필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만한 시간이 없어서 말이다.
--- p.224, 「미래의 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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