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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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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나의 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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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30g | 150*210*16mm
ISBN13 9788974837136
ISBN10 897483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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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는데, 해결책은? 고작 약이라는 거다. 약을 먹으면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소비사회에서는 생각을 하는 것이 쓸모없는 쓰레기를 사지 않는 것만큼이나 잘못이다. 경제에 해가 된다. 또렷한 정신은 나쁘다. 현실은 무의미하다. 세상을 똑바로 직시하고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면 문제아가 된다. 반항적이라고 찍힌다.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자선사업가들인 ‘활동가 클럽’을 비난한다. 사람들이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내 말을 믿으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창밖을 내다보라. 무엇이 보이나? 자동차들. 수백만 대의 자동차들. 이게 문제다. 이 문제는 그대로다. 끝.
--- p.28

사랑도 그렇다. 십 대들은 사랑에 빠져 황홀경 속에서 거리를 헤매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이 깨지면 충격을 받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든 돌이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십 대는 어떤 일은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모른다. 그래서 십 대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십 대를 가엾게 여겨야 한다. 십 대는 잘해 보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사랑하고 싶은데 항상 뭔가 어긋난다. 여자아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 여자아이도 자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뭔가가 망가졌다. 망가진 게 무엇인지를 찾아서 고치려고 관계를 파고들지만, 그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십 대는 이 끔찍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는 것. 바로 눈앞에 있는 듯 보이는 것, 쉽게 잡을 수 있는 듯 보이는 것조차도, 사실은 손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끝.
--- p.186

하루 종일 언제 세이디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생각한다. 오늘 걸어야 한다는 건 명백하다. 하지만 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바로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나중에 해야지.’
지금이 나중이다. 나는 전화기 버튼을 바라본다. 결국 전화를 안 한다. 2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눕는다. 천장을 본다.
나는 사랑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다. 나는 사랑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감정은 뭔지 모르겠다. 후회는 아니다. 슬픔도. 그렇다고 기쁨이나 행복도 아니다. 어쩌면 지식인지도 모르겠다. 성숙한 관계가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알게 된 순간. 그게 어떤 것이든 나보다 오래된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삶의 가장 심오한 부분 중에 하나이고.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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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모두 학교 성적과 어른들의 강요와 성적 충동에만 덜미 잡혀 사는 것은 아니다. 지구를 말아먹는 세상 구조와 사회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인간에 대한 이상주의에 기울어 고민하고 회의하는 청소년도 있다. 헤어진 여친 주변을 맴도는 덜떨어진 고2생의 사랑 비슷한 것, 날것의 어설픔 때문에 오히려 진실성을 획득하는 10대의 연애도 결코 불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다. 단단하게 여물지 못한 의식으로도 제 인생의 주체가 되어 너끈히 홍역을 앓아내고, 스스로를 성큼 성장시키는 주인공 제임스가 오히려 청소년의 제대로 된 실체가 아닐까 싶다. 코그와일러 선생님의 작문 과제에 가공하지 않은 자신의 적나라한 삶으로 작성한 에세이는 그대로 한 속 끓는 청소년의 진지하고 화끈한 성장담이다. “네 글에 이제 어떤 울림 같은 게 있구나.” 선생님의 마지막 첨삭 코멘트. 문학적 성취와 재미를 다 보여 주는 작품이다.
-배유안(작가)

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 주인공 제임스는 고교생이다. 그는 현대 문명의 모든 문제는 자동차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긴다. 자동차 때문에 얼마나 많은 환경 파괴와 불필요한 소비가 이루어지던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차를 없애야 한다. 제임스의 턱없는 이상주의는 묘하게 깊은 울림을 준다. 현실감은 없어도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짚기 때문이다. 책 곳곳에는 사랑, 우정, 부모님과의 문제, 대학진학 등 성장기에 부딪힐 만한 고민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은이의 촌철살인 위트와 압축적인 문장은 보는 내내 웃음과 깨달음을 던진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청소년 생각을 입시라는 좁은 틀 속으로 몰아넣는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다르게 보고 크게 생각해야 한다. 《마르크스와 나의 여친》은 성장기에 부딪히는 문제를 지혜로 바꿀 문제의식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무척 재미있다.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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