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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돈을 달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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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돈을 달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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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175쪽 | 244g | 140*205*20mm
ISBN13 9788966550999
ISBN10 896655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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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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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왔냐!”
“엄마가 이거 갖다드리라구요.”
“뭘 이런 걸 가져왔다냐. 엄니한테 고맙다고 혀잉?”
“네, 근디 왜 이렇게 바쁘시대요?”
“창석이가 온댜. 바빠서리 안 올 줄 알았더니만 온다네.”
“아, 좋으시겠어요.”
“좋긴 뭘 좋아. 바쁜 사램들이 일허야지. 여그서 시간 빼서 불믄 오째.”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내내 싱글벙글, 짹짹짹짹, 이리저리 세숫대야 발로 차고, 개 밥그릇 뒹굴어 다니고, 조릿대 삭삭삭 바쁘다 바빠!
이 세상의 엄니들은 풀물 들어 어지간해서는 빠지지도 않은 손으로 한 세월 그렇게 살다 가면 그만이라는 듯이 신산스러워했다가, 객지에서 일하는 자식새끼들이 온다면 두 손 두 발 걷어붙이고, 이 밭 저 밭 알게 모르게 숨겨놓은 것들 죄다 내놓는데, 울근불근 앙알앙알 쫑알쫑알대며, 대문 안으로 들어올 자식새끼들은 엄니의 마음을 알랑가 몰라!
---「알랑가 몰라」중에서

“뭐 땜시 사와서리 사램 오장육부를 뒤집고 지랄이여? 저거 틀믄 전기세는 워쩔 겨? 다달이 줄 겨? 그라믄 나가 아낌읎이 틀어불랑께. 오째, 사램이 물어보지도 않고 승질머리대로 지랄인 겨? 어릴 때부터 자각 못 체리고 지랄허더니 오째 나이 처묵을 대로 드셔놓고는 목소리만 커져서리 여그서 왕왕, 저그서 왕왕대고 말여, 그게 개새끼지 뭐여. 저런 거 말고 차라리 돈을 주믄 나가 쌀이라도 사 묵지.”
목소리에 따발총을 달은 콩나물집 할매가 다다다 쏘아대는 통에, 어디 숨을 데 없는 영진 아저씨는 오롯이 서서 그 말 총알을 온몸으로 다 받아내고 있었다.
---「차라리 돈을 달랑께」중에서

“이 땅에 구신 읎는 곳이 어디 있어? 이 구석 저 구석 틈틈이 앉아 있는디 보이지 않남?”
“할머니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참말로 무서워 죽겠네.”
“뭣이 무서워? 집 지키는 성주도 구신이고,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도 구신이고, 장독대 지키는 장독대 구신도 있고, 나쁜 놈이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지켜주는 대문 구신도 있고, 뒷간 지키는 뒷간 구신도 있고, 다 구신이 지켜주는디 뭣이 무서워? 구신이 다 조상인디 뭐 땜시 무서워?”
“밤마실 왔다가 엄한 소리 들었네. 고만 좀 해요.”
---「대추나뭇집 할머니」중에서

진대가 선산 판 돈을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사기꾼한테 홀라당 다 말아먹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산을 팔라고 종용했던 사람과 부동산에 투자를 권했던 사람 모두 한통속이었다는 말도 함께였다. 작정하고 속이려 달려든 사람에게 당해낼 재간도 없을뿐더러 진대의 바보 같을 정도로 순진한 성격을 이용하기란 숟가락 위에 밥 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 속에 진대는 어디에도 없었다. 고향도 찾아오지 않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 있을 뿐이었다.
---「꼬부랑 살구나무」중에서

“아가, 할미는 다 알어. 느가 올매나 착한 아긴디. 이 할미는 다 알어.”
“할머니, 난 안 때리려고 했는데, 엄마 욕을 하잖어. 그래서….”
“오떤 썩을 놈이 욕을 허고 지랄이여. 뭐 땜시 욕을 혀?”
“그냥…, 아녀. 할머니, 내가 잘못한 거 맞어.”
“죽어라 돈 벌어서리 핵교 보내놨더니 한다는 짓거리가 넘의 부모 욕을 혀? 이건 선생 잘못이여. 승질이 썩었는디 뭘 가르치겠다고 지랄이여? 아녀. 이건 부모 새끼들 잘못이여. 그따구로 오냐오냐 키우다가는 절단 나는 건 금방이여. 그니께 솔이 느는 아무 잘못이 읎는 겨. 나가 느 어미를 잘못 키워서 그런 겨. 다 내 탓이여. 나 내 탓이니께 넌 아무 잘못이 읎어. 암만.”
---「두말허믄 잔소리여」중에서

산다는 건 정말 좆같은 일이다. 씨벌 같은 일이다. 어찌 이 마을에 이런 변이 난 것일까. 돼지 아저씨는 그저 엉엉 울고 있을 뿐이었다. 돼지 아줌마는 울고 있는 아저씨를 감싸거나 안아주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먼 산만 바라봤다. 메기 삼촌은 별의별 생각의 감옥에 갇혀서 혼자 외롭게 울었다. 엄마는 잘 주무시고 계실까. 머리맡에 차려놓은 밥은 드셨을까. 또 비 맞고 서 계신 건 아닐까. 우리 엄마 얼굴은 어떻게 생겼지? 이런저런 생각 끝에 집으로 달렸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파란 대문이 보였다. 한데, 한쪽 대문이 어디로 휩쓸려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벽도 허물어졌다.
---「산다는 건 정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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