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카메. 어제 이 근처에서 불난 거 알아?”
“또? 우체통에 불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잖아.”
심각한 표정으로 츠루타가 말을 잇는다.
“이번에는 스쿠터가 탄 모양이야. 우편배달 스쿠터래. 왜, 빨간 상자 달린 그 스쿠터 있잖니. 상자에 편지가 들었을 텐데, 거기다 이상한 걸 집어넣고 도망가는 바람에 불이 붙었대.”
“어머나. 편지는 무사하대?”
“글쎄. 좀 그을리기는 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우편물에 피해가 생기면 저번처럼 우체국 직원이 사과하러 오잖아. 우리 집에는 안 왔고, 카메네 집에도 안 온 거 아니야? 그럼 우리한테 오는 편지는 없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아.”
“……그렇네.”
“그 ‘모닥불 할멈’ 말이야, 진짜 있는 걸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찻잔을 기울인다.
“그런 요괴 같은 게 있을 리 없잖아.”
필사적으로 웃어 보인다.
“그래도 소문은 엄청나. 이 근처에 범죄자가 있단 소리잖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카메야마는 애써 차분함을 가장한 채 부정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동요가 치닫는다. 오랜만에 느끼는 쫓기는 공포. 자신이 궁지에 몰리고 배척당할 것만 같은 두려움. 츠루타의 눈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안경 너머의 가느다란 눈을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의도로 카메야마에게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 읽어낼 수가 없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었다. (본문 83p 중에서)
“이햐, 토우코. 그새 선배 노릇 하는 거냐? 많이 컸다.”
지나가던 요시다 주임이 씨익 웃는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반론하려는 토우코의 뒤쪽에서 스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습니다. 하나키 씨는 선배이시니까요. 아니, 그 전에 여자분이 무거운 물건을 들면 안 됩니다. 그렇지요?”
요시다 주임의 눈이 동그래진다.
“오오, 토우코가 여자라고?”
흠,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
“요시 주임님, 들으셨죠? 저도 여자라고요.”
“나 지금 처음 알았어.”
요시다 주임이 얄미운 소리를 하며 지나간다. 하여간, 하며 분개하려는 순간 문득 스오가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내뱉었다.
“선배가 너무 예쁘셔서 다들 놀리고 싶은 겁니다. 틀림없어요.”
“뭐?”
심장이 쿵 내려앉아 뒤를 돌아본다. 스오는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도, 농담을 하는 것도 아닌 듯이.
“자, 잠깐. 내가 뭐, 어떻다고?”
“네? 굉장히 예쁘시다고요. 오기 전에 이 부서에는 남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봤을 때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스오가 어리둥절하며 말을 잇는다.
이 사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구나.
“그, 그런 소리 하지 마! 쑥스러우니까. 자, 자, 빨리 가져가자. 서둘러.”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이런 새로운 패턴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시다 주임처럼 놀려 대는 편이 차라리 편한데.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토우코는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구분용 책상으로 향했다.
“네, 선배. 저기 저 책상에 내려놓으면 되는 거죠?”
“으, 응.”
“이 근처가 좋을까요?”
토우코와 달리 스오는 차분하기 이를 데 없다. 혼자만 겉도는 느낌이다. 토우코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며 이마에서 이상한 땀이 흘러내렸다. (본문 49p 중에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