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극단적인 주관의 산물이고, 상당한 난해성을 동반하고 있다. 때문에 시사詩史를 읽었더라도 작품의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게 느껴질 경우가 많다. 필자가 부딪친 것은 학생들과의 시 수업에서였다.
시는 독자의 자유스러운 이해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총론적인 감상 수준에 머물러 각론적各論的인 구체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논거를 잃고 뜬구름 잡는 식의 이해가 되고 말 것이다. 시의 이해는 소설이나 수필 등 산문에 비하여 판이하게 다르다.
이 책은 시인과 작품을 신체시부터 시작해서 시대별로 나누고, 집중분석과 감상 위주로 정리했다. 또 시가 지니고 있는 형식, 수사, 리듬, 생성된 개인적 또는 문학사적 배경 등을 자세하게 풀이했다. 이미 정평定評이 난 작품들은 풍부한 자료를 원용援用, 비평 동향을 소개함으로써 객관적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이 책을 모두 읽으면 우리 나라의 가장 광채 있는 현대시의 주류를 파악하고, 정수精髓를 섭렵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그동안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월북 · 납북 시인들의 작품을 대폭 도입하여 함께 다루었다. 그동안에는 시대 상황에 따라 초기에는 정지용을 ‘지용’, 김기림을‘편석촌’등으로 표기하였고,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수준에도 한계가 있었다.
납 · 월북 문인에 대한 전면적인 해금이 단행된 것은 올림픽을 눈앞에 두었던 때로, 제4차 해금조치(1988)에 의해서였다. 그 뒤를 이어 북한에서도 지난 세기 말, 제한적으로나마 남로당계 문인들을 포함한 재남 · 월남 시인의 거론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납북 · 월북 시인들에 대한 해금은 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자료나 연구란 극히 빈약할 뿐더러 또 월북 · 납북 이후 그들의 북한에서의 활동 자료 구득이란 역시 거의 벽에 부딪혀 있었다.
이 개정판에서는 박팔양朴八陽, 임화林和, 박세영朴世永, 박아지朴芽枝, 이찬李燦, 김기림金起林, 권환權煥, 임학수林學洙, 설정식薛貞植, 조벽암趙碧巖, 백석白石, 이용악李庸岳, 오장환吳章煥 등을 수록했지만, 그 자료가 거의가 남북 분단 이전, 그들의 초기 작품에 한정되고 있음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들의 만년까지 포함된 생애적인 자료나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사진 한 장 구하기도 어려워 게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