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프로젝트기반학습이라는 말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학습”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일정한 기간에 걸맞은 분량의 학습 내용을 배우면서 이를 뛰어넘는 이해와 실천 역량을 반드시 기르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수준 높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이 반드시 조별로 공부를 해야 하거나 교사가 개인 교사처럼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주도학습 역시 반드시 학생 혼자서 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용에 따라서는 새로 접할 때 지시적인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프로젝트에 있어서 관리와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는 핵심 내용을 학습하고 자신감을 기르는 일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 「Intro. 나는 왜 PBL의 열성 팬이 되었나?」 중에서
유능한 학습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초, 심화, 전이라는 세 가지 단계의 지식과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지식과 기능을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을 기르려면, 단일 과목은 물론 여러 과목을 아우르는 철저한 지식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McTighe & Wiggins, 2013). 다시 말해, 학생은 먼저 어떤 과목 내에서 여러 가지 사실을 이해하고 기능을 사용해보면서 핵심 내용 지식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기초 단계의 지식). 그다음에는 여러 가지 사실과 기능을 해당 과목 안에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심화 단계의 지식). 마지막으로 그 내용을 다양한 과목과 상황으로 확장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전이 단계의 지식). --- 「Part 1. 학습에 대한 자신감과 역량을 중시하는 PBL」 중에서
프로젝트기반학습이 성공하려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혁신이 설계와 실행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이는 교사의 역할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실패한 PBL 수업에서는 교사가 주로 프로젝트 운영과 관련된 일을 한다. 즉, 과업이나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학생을 도와준다든지 모둠 관리와 같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사실 교사는 그런 일보다는 주요 학습 내용을 철저히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업을 제공하는 한편, 학생들이 서로의 자원이 되어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을 해야 한다. 또 아이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그러한 사고 과정이 밖으로 드러나게 하여, 그 결과에 따라 학습을 진행시켜야 한다. PBL이 효과를 내려면 사고 과정에 집중해야 하고, 학습효과가 큰 교수법과 이를 가능케 하는 학습과학(science of learning)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 「Part 2. 자신감과 역량을 기르는 PBL 수업 설계」 중에서
그러나 학생들은 실제적인 산출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조직해낼 경험이나 배경지식이 없는 초보자들이다. 따라서 산출물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오래 고민하기보다는 그 산출물이 요구하는 내용과 기능을 고민하고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해당 분야 전문성의 가치를 보여주는 산출물을 제작하기에 앞서 반드시 경영, 요리, 공민학, 생물과 같은 과목의 학습 내용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바로 학생들에게 읽기, 쓰기, 말하기를 많이 시키는 것이다. 슈모커(2011)의 주장처럼 읽기와 쓰기, 말하기와 같은 지적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핵심역량을 계발하여 기초, 심화, 전이 단계의 지식과 기능을 습득할 수 있다. --- 「Part 3. 설계 혁신Ⅰ : 목표의 명료화」 중에서
어떤 활동과 학습자가 습득하는 것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들은 학생이 어떤 활동에서 하고 있는 행동과 학생에 대해 교사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학생의 학습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엄청난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교육자는 반드시 학생 한 명 한 명이 활동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내야 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학습에 도움이 되려면 앞으로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학습에서 너무나 중요한 “점검과 대화”라는 요소가 빠진 단순히 “행하면서 배운다(learning by doing)”라는 슬로건이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이 뭔가를 하면서 배우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배우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는 대충 짐작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정확히 이해하여 활용해야 한다. 질문은 추측을 검증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교사는 질문을 통해 학생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지도가 가능하다. --- 「Part 4. 설계 혁신Ⅱ : 도전적 과제와 적절한 개입」 중에서
학습목표에 따른 성공기준을 바탕으로 제작된 평가 도구(채점기준표 등)는 특정 과제나 문제상황 중심으로 제작된 평가 도구와 달리, 어느 학교, 어떤 프로젝트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즉, 프로젝트나 과제, 평가는 각기 다르지만 동일한 채점기준표로 학습목표와 성공기준에 대한 학생의 성장과 실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은 과업이나 문제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 성과를 표현할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갖게 된다(Marzano, 2009). 학생에게 익숙한 학습 언어로 작성된 채점기준표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 그리고 다음에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며, 배운 것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기회를 갖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학생의 의사와 선택권 발휘라 할 수 있다. --- 「Part 5. 설계 혁신Ⅲ :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문화」 중에서
PBL 교실에 일어나야 하는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학습자가 성장형 사고방식, 평가 능력, 협업 능력을 기를 지식과 기능을 계발하도록 돕는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는 구체적인 지침과 절차를 통해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비롯하여,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학습 언어와 학습 과정을 모니터할 수단 등을 마련하는 등의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습에 오롯이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학습자가 성장형 사고방식을 실천하고 성장 지향 행동을 구현하는 일도, 평가 능력을 갖춘 학습자가 되기 위한 여러 기술을 개발하는 일도, 또 협력을 통해 평가 능력을 갖춘 학습 공동체를 이룩하는 일도 대단히 어려워진다.
--- 「Part 5. 설계 혁신Ⅲ :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문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