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쯤 있어야 한다면.
도서3팀 수헙서/IT모바일/대학교재 MD 박숙경(beblue84@yes24.com)
2016-02-03
대학 때, 전공과 부전공은 학문의 내용부터 강의의 스타일까지 극과 극이었다. 강의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대부분이 ‘팀플’로 진행되었던 전공 수업에서는 파워포인트 보고서(이하 피피티) 제작쯤은 하룻밤이면 뚝딱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본 탑재했어야 했다. 반면, 거의 개인 서술 리포트로 평가가 됐던 부전공 수업에서 일 년에 한 번쯤 발표 수업이 있기라도 하면, 나는 상당한 레어템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영입대상으로 찍히곤 했다.(능력과는 별개, 오로지 전공 꼬리표만으로!)
하지만 전자든 후자든,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같은 수업을 듣는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보고서가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조사한 사실을 얼마나 깔끔하고 보기 좋게 보여주느냐, 특히 발표라도 곁들여야 하는 수업이라면 준비한 내용을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했느냐가 오히려 평가의 대상이었겠지. 하지만 그때도 피피티 제작이나 발표는 참 어려운 것이었고, 회사생활을 어느덧 6년째 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불편한건…나만 그런가? 진짜 나만 그래?
물론 아닐 것이다.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보고서 작성의 노하우’라든지 ‘파워포인트 사용법’과 같은 도서가 새롭게 출간되고, 이에 대한 수요 역시 끊임없는 것을 보면 다행히도(?) ‘어떤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인가?’ 에 대한 정답도, 누구나 어느 정도 회사 생활만 하면 보고서는 저절로 잘 쓰게 된다는 법도 없는 것 같다.
그럼 이렇게 매년 쏟아지는 책들 중 한 권쯤 열심히 판다고 해서 내 보고(서)가, 피피티가 당장 업그레이드되나? 그건 물론 아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좋은 보고서는 작성자가 얼마나 보고하는 내용에 대해 이해하고 충분히 고민했느냐를 바탕으로 해서 나온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얼마나 시간을 들였느냐가 보고의 질을 결정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그 ‘시간’이란 단순히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걸린 시간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해 고민하고, 관련한 정보를 모으는 데 할애한 시간까지를 말한다. 평범한 나에게는 번뜩이는 재치와 순간적인 아이디어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경험이 극히 적었다.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컨설턴트의 보고서’를 미끼로 내세우는 이 책의 PART 1 부분은, 어떤 사람에겐 당장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보고서의 객관성이나 논리성, 그걸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까지 하느냐에 대한 답은, 결국은 직접 해보고 얻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여러 번. 참고야 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전문가가 제시하는 템플릿 몇 장만으로 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보고서 작성의 기술 with 파워포인트』의 진가는 오히려 그 이후에 등장하는 ‘글꼴’, ‘선’, ‘도형’부터 시작하는, 언뜻 보기에 ‘누가 이걸 몰라?’ 싶은 팁에 있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발표하는 기회가 많은 실무자에게는 ‘파워포인트’로 만드는 보고서에 대한 팁은 적용할 수 없다면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디테일이 차이를 만드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포함된 팁들은 아는 것을 어떻게 정보로 만드느냐에, 특히 어떻게 ‘예쁘게’ 만드느냐에 많이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이왕 집어 들었다면 어딘가 만만해 보이는 비주얼에 속지 말고, 사무실 책상에 뒀다가 피피티 만들 때마다 한번씩 들춰보자.
만약 극심한 취업난에 할 것도 많은데 이 책까지 본다는 취준생이 있다거나, 의욕 충만한 인턴들이 보고서를 준비한다고 이 책을 펴든다면 말릴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깨알 팁들은 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 된 친구들이 더 훤할 테니까. 대신, 나의 보고서와 입사 동기의 그것이 다르긴 다른데 그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는 A 대리님, 다른건 다 자신 있는데 자기가 만든 파워포인트를 들고 남 앞에만 서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B 과장님께, 한 권쯤 구비하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