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는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 지역에 따라 그 생김새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옹기 중에서도 지역적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도 바로 항아리이다. 경기도나 충청도 등 중부 지방의 항아리는 배가 부르지 않고 날씬한 모습을 하고 있어 비슷하나 충청도 항아리가 경기도의 것에 비해서는 몸체가 더 넓다는 특징이 있다.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의 항아리는 배가 불렀다는 특징이 있는데 경상도의 것은 가운데 배가 부르고 어깨에서부터 아가리까지가 급격하게 좁아져 아가리가 매우 작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라도 항아리는 아가리가 밑바닥에 비해 더 넓고 윗배가 불렀으며 어깨에서 밑으로 둥글게 흘러내려 어깨가 떡 벌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전라도 항아리가 갖는 이러한 특징은 평야 지역이 갖는 넉넉함에다 보다 많은 곡식을 저장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장 옹기를 말하다」중에서
옹기의 유약을 잿물이라고 부른다. 이는 나뭇재를 이용하여 만들기 때문인데, 잿물은 약토와 나뭇재를 물에 풀어서 만든다. 약토는 주로 소나무가 많은 산에 나뭇잎이나 풀뿌리 등이 오랜 시간 쌓여서 썩은 흙으로 철분 함량이 많은 부식토(腐植土)나 부엽토(腐葉土)를 일컫는다. 나뭇재는 소나무 태운 재를 주로 사용한다. 잿물을 만들 때는 약토와 나뭇재의 비율을 1:1을 기준으로 상황에 따라 조절한다. 옹기장은 보통 불에 잘 녹는 약토를 질이 좋다고 한다. 약토가 불에 잘 녹지 않으면 나뭇재의 비율을 높여서 녹는점을 낮춘다. 시유옹기는 유약을 입히지만 질그릇과 푸레도기는 유약을 입히지 않는다. 질그릇과 푸레도기는 유약 대신 연(煙)을 입힌다. 또한 푸레도기는 굽는 과정에서 가마에 소금을 집어넣어 연과 함께 그릇 표면에 흡착시킨다. 이러한 연이나 소금이 녹아 그릇에 흡착하여 얇은 막을 형성하는데 유약보다는 덜하지만 그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즉 그릇 사이의 투공을 막아 물이 새거나 흡수되는 정도를 줄여 준다. ---「2장 옹기를 꾸리다」중에서
옹기의 몸체는 타림질, 수레질, 근개질을 반복해서 만들어 나간다. 이때 흙가래 타림법과 쳇바퀴 타림법은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타림질 과정이 가장 다르다. 타림질은 흙가래나 질판을 올린 후 손으로 기벽을 쌓는 방법이다. 흙가래 타림법은 둥근 흙가래를 이용하기 때문에 손기술로 기벽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펴 주는 동작과 위아래 흙가래를 붙이는 동작을 반복한다. 반면 쳇바퀴 타림법은 이미 기벽의 형태에 가까운 질판을 이용하기 때문에 위아래 질판을 붙이는 동작을 반복한다. 바닥 위에 첫 번째로 타림질하는 것을 청타림이라고 한다. 청타림에서 중요한 것은 바닥과 단단하게 이어 주는 것으로 타림질 후에 안쪽을 다시 흙으로 메워 준다. ---「3장 옹기를 만들다」중에서
옹기는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동절기에 저녁을 먹고 난 후 옹기 등잔에 불을 밝히고 온 가족이 질화로에 둘러 앉아 노변정담(爐邊情談)을 나누었는가 하면, 방 윗목의 한쪽 구석에 는 옹기 요강을 두고 사용하였다. 옹기 기와로 지붕을 이었으며, 옹기로 우물이나 목욕통을 만들기도 하였다. 먹을 갈 때에 쓰이는 연적과 벼루를 비롯하여 필통, 필세 등 다양한 옹기 문방구와 담뱃대, 타구 등의 옹기 취미용품이 사랑방에 함께 하였다. 벌통, 미꾸라지통, 문어통, 그물추 등의 옹기는 생계를 도와주었고, 약뇨병, 부항단지, 배밀이 등의 옹기는 의료 행위를 도와주었다. 훈, 부, 물박, 꾸르기, 장구와 같은 악기와, 다양한 종교·신앙·제례용품들도 옹기로 만들어졌다.
---「4장 옹기를 누리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