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전이고, 거의이고, 전혀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당신에 대한 사랑을 그치면서 얻게 되었다.
--- p.26
나는 내 모든 걸 바쳐 당신에게 글을 쓰고 있으며, 나는 존재의 맛을 느끼고, ‘당신의 맛’은 순간처럼 추상적이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도 온몸을 바쳐 형태가 없는 것을 캔버스에 옮긴다. 나는 온몸으로 자신과 씨름한다. 당신은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들을 뿐. 그러니 당신의 온몸으로 나를 들어라.
--- p.13
나는 비밀을 먹고 살며, 그 비밀은 환한 광선 속에서 반짝이며, 만일 내가 거짓 확신이라는 무거운 망토로 그 빛을 덮지 않는다면 그것이 나를 어둡게 만들 것이다. 신께서는 저를 도우소서: 나를 인도하는 이 아무도 없고 다시 어둠이 찾아왔으니.
--- p.71
이 순간 나는 무엇인가? 어둡고 습한 새벽에 건조하게 메아리치는 타자기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내가 물체이기를 원했다. 나는 하나의 물체다. 피로 더럽혀진 물체. 그 물체는 다른 물체들을 창조하며 타자기는 우리 모두를 창조한다. 그것은 요구한다. 그 메커니즘은 내 삶을 요구하고 또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완전히 복종하진 않는다: 내가 물체가 되어야만 한다면 소리치는 물체가 되게 하라. 내 안에는 아픈 것이 있다. 아, 그것은 얼마나 아픈지, 도와달라고 얼마나 소리치는지. 하지만 나라는 타자기에서는 눈물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운명 없는 물체다. 나라는 물체는 누구의 손안에 있는가?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내 운명이다. 나를 구해 주는 건 소리침이다. 나는 생각-느낌 너머의 너머에 있는 물체 안에 있는 그 어떤 것의 이름으로 저항한다. 나는 긴급한 물체다.
--- pp.140~141
거울이란 무엇인가? 거울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고 거울들만 존재한다. 단 하나의 거울이 무한히 많은 거울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딘가에는 내 거울도 있을 것이다. 거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많은 준비 없이도 몽유병을 지닌 채 반짝이는 자신만의 거울을 가질 수 있다: 둘이면 충분하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 비친 그림자를 비추는 것이다. 강렬하면서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전보문으로 전달되는 떨림, 계속되는, 물과 같은, 그것 안으로, 당신은 자신의 매혹당한 손을 집어넣을 수 있고, 손을 빼낼 때는 그 단단한 물이 비추고 있던 것들을 뚝뚝 떨어뜨린다. 그것이 거울이다.
--- p.126
내가 당신에게 쓰는 이것은 계속되며 나는 홀려 있다.
--- 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