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종이 한 장을 상상해보십시오. 직선,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등 여러 가지 도형들이 그 위에서 한 자리에 꼼짝 없이 붙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종이 표면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도형들은 종이 표면의 위에서 혹은 안에서 이동하지만, 종이 너머로 풀쩍 뛰어오르거나 아래로 쑥 뛰어내리지는 못해요.” --- p.12

“뾰족한 각을 지닌 하층민이 예외 없이 모두가 희망과 야망을 전혀 가질 수 없다면 그들은 수시로 반정부 폭동을 일으킬 테지요. 그러는 가운데 지도자를 발굴해 수적으로나 힘으로, 심지어 동그라미의 지혜로도 당해낼 수 없을 만큼 우세해질 게 분명해요. 하지만 지혜롭게도 자연법칙은 이렇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노동자 계급의 지능과 지식과 미덕이 커질수록, 그들을 물리적으로 두려운 존재로 만드는 뾰족한 각의 크기도 점점 커져서 비교적 해가 없는 정삼각형 각에 가까워지도록 말이죠.“ --- p.24

“이제 의장은 노동자들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이익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그들이 색채 법안을 받아들일 생각이라면 적어도 결과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요. 그리고 계속해서 이렇게 말을 이었어요. 노동자 가운데 다수가 이제 곧 정삼각형 계급에 편입될 시점에 와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본인은 희망할 수 없었던 탁월한 특징이 자녀들에게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처럼 훌륭한 포부를 단념해야 할 것이다.“ --- p.73

“이렇게 저는 단 한 사람도 개종시키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새 천 년의 계시는 저에게 공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 위 스페이스랜드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을 위해 불을 가지고 내려오느라 결박을 당했지만, 플랫랜드의 처량한 프로메테우스인 저는 동포들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한 채 여기 감옥에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됐네요. 하지만 어쩐지 저는 이 회고록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인류의 생각 속으로 찾아 들어가, 제한된 차원에 틀어박혀 있길 거부하는 반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 것만 같은 희망을 품고 살아간답니다.“

<b> 19세기의 가장 창의적인 수학 작품</b> <br/><br/>SF소설의 대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플랫랜드를 “우주와 우리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을 담은 소설”이라고 격찬했다.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로 평가되는 플랫랜드에는 단순한 상상 이상의 과학적 세계가 펼쳐져 있으며, 그런 이유로 영미문화권의 SF 장르문학 독자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또한 이 소설은 『걸리버 여행기』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버금가는 환상문학의 고전으로 전 세계인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 왔고 오늘날 다방면의 과학 콘텐츠들에 영감을 주고 있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플랫랜드를 예로 들어 다른 차원을 설명했고 시트콤 [빅뱅 이론]에서도 에피소드의 소재가 되었다. <br/> <br/><b> 치밀한 묘사와 사회적 풍자</b> <br/><br/>플랫랜드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이유는 탄탄한 스토리와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2차원 세계를 치밀하게 묘사한 데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사각형은 1부에서 플랫랜드의 세계와 역사를 서술한다. 여기서 이등변삼각형과 동그라미로 대표되는 불평등하고 엄격한 계급 구조, 직선인 여성을 억압하는 행태에 대한 묘사, 그리고 색채 반란은 진보를 두려워하는 지배층의 교묘한 전략과 더불어 계급적 불안이 초래한 대중의 반동성을 잘 그려낸다. 이는 2차원 세계에 대한 단순한 서술이 아니라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br/><br/><b> 2차원 세계의 수학자, 차원을 말하다</b> <br/><br/>20세기 물리학자들의 극찬을 받은 2부는 1999년의 끝자락에 주인공이 꾼 꿈에서 시작된다. 1차원과 0차원의 세계로 이동하면서 저차원 세계의 사람들과 만난 주인공은 그들에게 더 높은 차원을 설명하는 데 실패하고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꿈에서 깬 주인공은 정작 플랫랜드보다 높은 3차원 세계에서 온 구(球)와 만나게 되자 그가 낮춰보았던 저차원 사람의 신세가 된다. 그런데 구의 도움으로 ‘위’를 보고 거대한 통찰을 얻어 더 높은 차원을, 3차원을 뛰어넘어 4차원, 5차원, 6차원을 상상하게 된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를 연상하게 하는 이 장면은 차원을 가장 잘 설명한 텍스트로서 오늘날에도 많은 과학 저술에 인용되고 있다.<br/> <br/><b> 시야를 넓혀주는 우리 시대의 고전</b> <br/><br/>이 소설에는 평면도형 주인공과 2차원 세계, 유클리드 기하학과 고차원 수학이론으로 연결되는 과학적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이 세계만이 세상의 전부라는 걸 주지시키며 체제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지배층과 거기에 길들여진 플랫랜드 주민들의 모습은 오늘날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높은 차원을 향한 주인공의 열망은 앎에 대한 의지와 더불어 현실을 뒤집어 세계를 새롭게 사고하려는 전복적 상상력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헌사를 통해 이렇게 당부한다. 이 거룩한 세계의 시민들도 4차원, 5차원, 아니 6차원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더 높고 높은 세계를 염원하길. 그의 바람은 후세의 과학자들에게 끼친 영향으로 볼 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br/><br/><b> 추천사 </b><br/><br/>“사시사철 푸르른 매력을 발산하는 영원한 고전” _ 바네시 호프만(물리학자)<br/>“공간의 여러 차원을 인식하는 방법을 가장 잘 소개한 작품” _ 아이작 아시모프(SF작가)<br/>“가장 창의적이며 즐겁고 감동적인 수학 작품 중 하나” _ 워싱턴 포스트 북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