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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704쪽 | 830g | 142*200*34mm
ISBN13 9791164380138
ISBN10 116438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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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신고서점   평점4점
  •  특이사항 : 책머리 얼룩 약간. 책 밑면 왼쪽 출판사 드림 직인. 책 등면 하단 흠집 약간. 표지 테두리 군데군데 약간 해짐. 표지 하단을 두르는 띠지 없음. 크기: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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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스 로드에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은 이전 주민들보다 좀 더 중산층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남편들은 아주 멋진 직업은 아닐지라도 돈을 벌려고 열심히 일했고, 아내들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예나 지금이나 이 주택 단지는 젊은 가장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물가가 오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아이들을 보모나 보육 시설에 맡기고 맞벌이하는 가정이 피프스 로드에 하나둘 입주하기 시작했다.
(…)
‘저 아랫집 얼마에 팔렸는지 들었어?’
예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집이 팔린) 엄청난 금액’으로 통하던 액수가 이제는 달랑 만 파운드를 가리켰다. 곧 그 액수는 몇만 파운드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것이 십만 파운드, 이십만 파운드가 되고 지금은 백만 파운드가 돼 버렸다. 사람들이 입만 열면 집값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서로 대화를 몇 분 나누다가도 화제가 바로 집값으로 바뀌곤 했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보면 집값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자제했다가, 곧바로 그 욕망에 굴복하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값에 대해 실컷 이야기했던 것이다.
(…)
피프스 로드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돈을 딸 확률이 확실한 카지노에 있다는 것과 같았다. 이미 그곳에 살고 있다면 부자였고, 그곳으로 이사하려면 부유한 사람이어야 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영국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되는 나라가 돼 버렸고, 피프스 로드에 사는 사람들은 단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가진 자가 돼 있었다. 그리고 늦여름날 아침 한 젊은이는 가진 자들로 가득한 이 거리를 찍으면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 pp.6-13

마흔 살 된 로저는 인생의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린 사람이었다. 성장기 때 중력마저 그에게는 덜 작용한 것인지 키도 190센티미터였다. 그 정도면 좀 더 작게 보이려고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는 적당히 큰 키였다. 모든 일이 술술 풀렸던 터라 안주하는 성향이 생긴 것도 너무나 당연했고, 다른 이들에 비해 운이 더 좋았음을 굳이 내세울 필요도 없어서 그런 점이 일종의 매력처럼 보였다. 눈에 띌 만큼은 아니지만 외모가 잘생긴 것도, 매너가 아주 좋은 것도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 그는 명문 해로 공립 학교와 더럼 대학을 졸업했으며, 완벽한 타이밍(우주가 생겨난 직후, 그리고 수학 천재와 장사꾼이, 또는 그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사람들이 몰려들기 직전)에 런던 시티에 위치한 좋은 회사를 들어갔다.
(…)
그는 성공하고 싶었고 또 성공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로 보너스 백만 파운드를 받고 싶었다. 여태 한 번도 그런 금액의 보너스를 받은 적이 없었지만 스스로 그 정도의 몫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 그 보너스가 남성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만큼의 보너스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백만 파운드란 금액이 조금 막연하고 우스운 열망처럼 마음에 품게 되더니 나중에는 점차 각종 청구서 등 가정 경제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데 필요한 실제 금액이 돼 버렸다. 기본 연봉인 십오만 파운드는 아내가 ‘옷값’이라 부르기에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두 군데 주택 담보 대출금을 갚아 나가기에는 부족했다. 피프스 로드에 있는 집은 더블프론트 주택으로, 그 값은 이백오십만 파운드였다. 당시에는 집값이 상한가를 친 것 같았는데, 그 뒤로도 집값은 껑충 뛰었다.
--- pp. 20-26

할머니는 찻주전자 꺼내랴, 찻잔 꺼내랴 수선을 떨었다. 그녀는 고상한 척하며 홍차를 마시는 사람으로, 찻주전자를 데우고 티백이 아닌 찻잎을 우리고 찻잔을 고르는 그 모든 일을 하나의 의식처럼 좋아했다. 할머니가 그렇게 하는 동안, 스미티는 탁자에 놓인 엽서를 집어 들었다. 그는 이삼 초가 지나서야 엽서에 나온 흑백 사진이 피프스 로드 42번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술 작품인 척, 카메라가 밑에서 위를 향하게 찍어서 문틀 윗부분이 흐릿하고 각도가 괴상하게 나온 사진이었다. 평범한 사진이라고 한다면 형편없는 사진이겠지만, 의식적으로 찍은 예술 사진이라고 한다면 괜찮은 사진이었다. 스미티는 엽서를 뒤집어 보았다. 뒷면에는 검은색 잉크로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 외 서명도 없었고 우체국 소인도 없었다.
“할머니, 이거 보셨어요?”
그가 물었다.
(…)
스미티는 서랍장 쪽으로 걸어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진들, 성장기마다 찍은 엄마와 이모 사진들 옆에 엽서 뭉치가 있었다. 모두 피프스 로드 42번지를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은 모두 조금씩 다르게 찍었다. 한 사진은 현관문에 붙은 번지수를 클로즈업해서 찍은 것이었고, 다른 사진은 현관문이 보일락 말락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찍은 것이었다. 또 다른 사진은 현관 계단 앞 바로 머리 높이에서 아래를 향하게 찍은 것이었고, 또 다른 사진은 그와 비슷한 각도로 집 정면 돌출창 쪽을 비스듬히 찍은 것이었다. 면을 네 등분해서 한 칸에 한 장씩 모두 네 장의 사진을 붙인 엽서도 있었다. 엽서 뭉치 밑에는 주소가 같은 서체로 인쇄된 서류 봉투가 놓여 있었다. 스미티는 봉투를 열어 속에 든 DVD를 꺼내 보았다. DVD에는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 pp. 1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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