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알리. 난 바그다드에 산다. 나는 친구들과 먼지 날리는 흙 길에서 축구하는 것과 음악을 크게 듣는 것,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서예를 좋아한다. 물 흐르듯이 미끄러지는 잉크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펜이 종이 위에서 춤출 때면 내 귀에 조용한 음악이 들리는 것 같다. 글자 중에는 내 동생의 이름 ‘야스민’처럼 쉬운 것도 있고, 할아버지의 이름 ‘무스타파’처럼 어려운 것도 있다. 나는 신문, 잡지, 편지봉투, 영수증 등 여기저기에 글자를 많이 쓴다. 욕실 거울에 쓰기도 하는데, 아빠가 뜨거운 물을 틀어 놓고 면도하다가 내가 쓴 글자들이 갑자기 나타나 웃을 때도 있다. 엄마는 이런 나를 ‘야쿠트’라고 부른다. 야쿠트는 8백 년 전 바그다드에 살았던 유명한 서예가이다. 글자를 쓰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낼 정도로 천재다.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야쿠트는 내 영웅이다! 1258년 몽골군이 침략해 건물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 때, 야쿠트는 높은 탑으로 도망쳐 글자를 썼다. 2003년 바그다드에 다시 공포의 밤이 찾아왔다. 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지던 날 밤, 나는 야쿠트처럼 글자를 썼다. 그다음, 그 다음다음 밤에도. 내 방에는 글자를 쓴 종이가 가득했고, 내 마음은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폭격은 멈췄지만,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불렀고, 나는 여전히 글자를 쓴다. 우습게도 이 글자, ‘하르브’를 쓰는 건 너무 쉽다. 바로 전쟁이란 뜻의 글자. 반면에 ‘살람’을 쓰는 건 너무 어렵다. 평화란 뜻의 글자……. 눈을 감고도 평화라는 글자를 쓸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더 연습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