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믿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다. 교육대학 진학 후부터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들며 수백 명의 아이들을 만나오기 시작한 저자는 ‘진짜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답을 찾고 있다. 숙명여대 테솔을 비롯한 각종 영어 교사 연수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초등영어교육과 대학원에서 초등 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 고급심리학을 이수하고 각종 상담 및 심리 도서를 탐독하며 심리학을 교실에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또한 글쓰기, 독서 교육, 인문학, 영어 교육, 역사 교육 등 다방면의 호기심을 충족하며 배운 것들을 아이들과 교실에서 함께 나누고,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부모 멘토로서 활동하고 있다. 자녀교육서 《내 아이의 속도》에 공동 저자로 참여하였다.
저자가 운영 중인 ‘초등생활처방전’ 까페 http://cafe.naver.com/learningmom 저자 메일 yminlee@naver.com
16~17p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놀기에 바쁘다. 단 10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기에 수업이 쉬는 시간을 넘어가기라도 할 성 싶으면 아이들의 원성은 높아진다. 그렇게도 아이들이 열망하는 쉬는 시간이지만 왁자지껄하는 가운데 친구들과 놀지 않고 책을 꺼내드는 아이들이 있다. 쉬는 시간에도 책을 보는 아이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 아이의 원래 기질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여 책을 읽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고, 둘째,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으나 친구들로부터 배제되어 어쩔 수 없이 책을 읽는 경우이다. 아이가 내성적이면 혼자 있는 시간을 편하게 느끼고 혼자 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듯 아이의 기질이 내성적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아이가 활발하고, 친구도 많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내향성과 외향성, 두 기질은 양립하기 힘든 기질인데 말이다. 실제로 내향적인 성격 탓에 친구들이 적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활발하고 외향적인 것이 꼭 좋은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내향적인 아이들은 조용히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고 차분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은 너무 외향적인 아이를 둔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46~148p 아이들에게 애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차가운 부모들이 있다. 이런 부모들은 농담이 서툴고 ‘꼭 사랑을 말해야만 하나?’ 하고 생각한다. 차가운 부모들은 아이와 스킨십도 거의 없고 “우리 예쁜 딸”, “왕자님”, “우리 아들 최고다!”와 같은 애정 표현도 하지 않는다. 칭찬하는 것도 쑥스러워서 혼내듯이 말한다. 이들은 대개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 많다. 부모가 무관심하거나 엄격해서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적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랑 표현은 곧 먹는 것과 같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사랑받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살 수 없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과 애착, 스킨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또 하나의 실험이 있다.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2세는 몹쓸 호기심을 느꼈다. 아기들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라게 되면 어떤 언어를 쓸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는 부모 몇 명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보모가 키우도록 하는 실험을 강행했다. 먹이고 재우고 씻기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말을 건네지도 못하게 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아무런 언어적 자극과 스킨십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과연 어떤 언어를 사용했을까? 이 잔인한 실험은 아이들이 어떤 언어를 쓰는지 알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왜냐하면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한 역사가는 이를 이렇게 기록했다. “쓰다듬어 주지 않아서 아기들은 살 수 없었다.” 피부에는 일정한 속도와 압력이 작용해야 활동하는 C-촉각 신경섬유가 있다. 이 신경은 엄마가 아기를 달래고 쓰다듬을 때 활성화된다. 스킨십은 정말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사랑이 담긴 스킨십은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은 기쁨을 느끼는 뇌의 부분인 안와전두피질의 활동을 증진시킨다. 또한 스킨십은 심혈관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코티솔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시킨다. 스킨십은 뇌를 쓰다듬어 주는 것과 같다. 피부는 밖으로 나온 뇌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접촉 위안에 대해 그리워한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의 스킨십에 위안을 얻고 안정감을 얻는다. 퇴근 후 잠시 아이 얼굴을 마주하고, 미안한 마음에 주말이면 맛있는 것을 사 주고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 주는 부모는 철사 엄마이다. 드라마를 보면 아이가 병원에서 바뀌는 경우가 종종 등장한다. 그때 아이는 낳아 준 엄마를 선택했나, 길러준 엄마를 선택했나? 아이에게는 기른 사람이 엄마이다. 직장 생활을 하느라 자식을 돌봐 주지 못하고 돈만 대 주었다면 훗날 “내가 너 키우려고 돈 버느라 얼마나 고생한 줄 아니?”라고 토로해도 아이에게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엄마더러 고생하라고 했나요?”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원하는 부모는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더 좋은 교육을 시 키지만, 정서적인 유대감이 없는 부모가 아니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아이에 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함께하는 부모이다. 나는 과연 젖을 주는 철사 엄마일까? 안정감을 주는 헝겊 엄마일까? 아이의 이상형 부모 월드컵에서 선택될 수 있는 부모인가 생각해 보자.
269~270p ‘궁금이 수첩’ 만들기 아이들에게 수첩을 쥐어 주자. 수첩에 이름을 붙여 주면 좋다. ‘궁금이 수첩’ 또는 ‘호기심 박사’ 등 아이와 상의해서 이름을 붙여 주면 수첩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항상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질문을 수첩에 적어 보라고 한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궁금이 수첩’을 만들어서 이용해 보았다. 아이들은 수첩이 생기니 무심코 넘어갔던 사실도 궁금해 하고 여러 궁금증을 수첩에 적었다. 수첩에 궁금증이 쌓이면 주말에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는 것이다. 부모님이 답을 모르는 질문이라고 “넌 뭘 그런 걸 물어 보고 그래?”, “공부나 해.” 라고 다그칠 필요 없다. “엄마도 모르겠다. 궁금이 수첩에 적어 볼래? 주말에 도서관 가서 찾아보자.”라고 말하면 된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함께 이 책, 저 책을 찾아본다. 책을 이용해서 정답을 못 찾으면 인터넷을 이용해도 좋다. 영재 교육이 별건가? 궁금한 것도 자꾸 만들다 보면 더 많은 질문이 생기는 법이다. 호기심을 억제시키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다 보면 나중에는 궁금한 것마저 없어진다. 고학년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고 “질문 있는 사람?” 하고 물어보면 조용하다. 서로 눈치만 본다. 호기심은 모든 시작의 원천이다. 부모는 아이가 선한 지혜를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약간의 시간 투자로 아이들은 세상을 향한 신비로운 눈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