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미국 본토가 공격을 당했다는 충격 속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미국의 안전을 지키려면 테러리스트 조직을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9·11 공격이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증거’에 기초해 알카에다를 범인으로 지목했으며, 알카에다와 연결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공격했다. 이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알카에다를 지원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라크를 공격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 p.65, 「2장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 중에서
침공의 명분이었던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 상태에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민주주의에 기초한 강력한 이라크 정부strong and democratic government in Iraq’ 건설로 새롭게 규정했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자원을 적절히 투입하지는 않았다. 특히 임시정부의 임무가 이라크 선거의 관리와 이후 정치 과정의 원활한 운영이었는데도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연합군임시행정청 시기 2단계 이라크 복구 지원 예산(IRRF2)의 전체 액수 184억 달러 가운데 0.5% 정도인 1억 달러만이 민주주의와 법치rule of law 관련 분야에 지정되었다. 결국 민주주의를 수립할 이라크 정부와 국가의 역량capacity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주권이 이양되었고, 이는 이라크 사회의 안전을 악화시킨 동시에 국가 형성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 p.175, 「9장 이라크 정부 수립과 커지는 혼란」 중에서
2009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의 이라크화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을 이라크 정책으로 삼았고, 미군 병력의 철수를 그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이라크 정부가 국가 건설과 통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었다. 특히 오바마 개인은 2002년 10월 미국 의회가 부시 행정부에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는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개입을 비난하는 데 정치적으로 자유로웠다.
--- p.303, 「16장 오바마 행정부와 철군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증파」 중에서
그러나 미국의 하드파워는 이라크 전쟁을 통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이라크 전쟁 수행 과정에서 소모되었으며, 2008년 가을에 시작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2001년 1월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던 당시의 강력한 힘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는 시점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양극체제의 등장을 이야기했고, 미국과 함께 세계적 차원의 강대국으로 중국이 거론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경제성장을 계속한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고, 2010년 일본 경제를 추월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이처럼 변화하는 세력균형으로 많은 불확실성이 초래될 수 있다.
--- p.326, 「17장 첫 번째 결론」 중에서
팔루자와 라마디를 장악한 IS는 이라크 서부의 수니파 거주 지역의 대부분을 점령했고, 2014년 6월 9일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그리고 11일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Tikrit를 점령했다. IS는 모술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이라크 중앙은행의 모술 지점에 예치되었던 4억 3000만 달러의 현금과 유전 및 정유시설을 장악하고, 이러한 자원을 동원하여 병력을 확장했다.
--- p.355, 「19장 IS 침공과 이라크의 혼란」 중에서
2018년 5월 총선이 실시되었다. 이라크 시아파 정치 세력이 비록 분열되기는 했지만, 이 선거에서도 수니파와 쿠르드족 정당을 제치고 의석을 석권했다. 하지만 시아파 세력이 이란과의 연계 및 시아파 정체성을 강조하는 시아파 민병대 세력과 이라크 민족주의 및 이라크 국가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세력으로 분열되면서, 미국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 정부의 역량 강화에 무관심했으며, 이라크 문제에 있어서 매우 모호한 그리고 혼란스러운 정책을 추진했다. 2016년 선거 과정에서부터 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여주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면서, 해외 모든 지역에서 미국 병력을 철군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러한 철군 원칙에서 이라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 p.406, 「22장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라크의 혼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