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조선족의 역사는 비단 소수민족의 아픔만을 담고 있는 역사가 아니다. 중국 대륙의 정치적 변혁과 그 영향으로서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일부이며, 연변 조선족의 이웃으로서 북한이나 일본과의 관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역사에 해당한다. 이러한 역사는 1980년대에 대대적인 창작 집필 작업을 통해 희곡과 각종 문학으로 스며들어 있는 상태이다.

이 저술(작업)은 이러한 ‘역사성의 틈입’을 조선족 희곡 창작의 중요한 요건이자 동력으로 간주하고 그 추이를 바라본다는 점에 서는 기존의 연구와 궤를 같이 하지만, 기존의 역사를 대입하여 작품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추적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기꺼이 인정하고, 이를 위해 등장인물이 과거의 상처이자 내면의 상흔(trauma)로 간직하고 있는 사건과 그 결과물로서의 내적 상황을 조명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한 걸음 진전된 연구 방법과 결론에 도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중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장의 본론에는 역사적 층위와 창작적 층위의 관련성을 밝혀 비교적 낯선 조선족의 희곡을 역사적 비평 방식으로 해석하는 분석 방식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이러한 각 장의 결론과 그 하위 단위로서 각 절의 결과를 수합하여 형성한 소결론 격의 종합적 절에서는 역사적 추이 못지않게 등장인물의 ‘내발적 상흔’에 대해서도 아울러 논의 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