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에서도 여러 번 등장하지만, 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룬 세대다. 또한 지난 35만 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존재해온 이래, 가장 빠른 문명의 격변기를 몸소 경험하며 대한민국에서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세대다. 신문, 라디오, 흑백텔레비전, 컬러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메타버스와 챗GPT까지. 이렇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에 이르는 모든 스펙트럼을 체험한 유일한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로 배웠으나 디지털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그들에게 인생의 노하우를 묻고 싶다. 과연 우리의 지능은 인공지능과 견주어 버텨볼 만할까요?
--- p.10~11, 「여는 글」 중에서
비슷해요. 결국 개별 정보는 사라지고 연결점만 또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처음에는 조바심이 났죠. 하지만 지금은 걱정 안 해요. 연결점을 놓고서 나머지는 찾아보면 되니까요. 지금은 개별 정보를 일일이 머릿속에 담아두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나이 들면서 생긴 뇌의 변화일까요.
--- p.42, 「1부 〈나이 들어가는 뇌〉」 중에서
내가 소속되어 있는 여러 모임과 조직이 있잖아요. 나는 일단 모임에는 안 나가요.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있고. 나도 60세가 되면서 다짐했어요. 모임이나 조직을 정리하기로. 일단은 돈만 내요. 지금은 후원을 끊으면 어려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돈도 내지 않고 사라져야죠. 대신 요즘은 가족, 지역 이쪽에서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아직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제안했던 노인의 역할에 공감해요. 손자 손녀를 돌보는 일이야말로 우리 시대 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그런데 손주가 없어! 그러니까 내 손주가 아니면 동네 손주를 돌보면 되죠. 이렇게 지역사회에서 내 역할을 찾는 것, 사회관계를 나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으로 좁혀 나가는 것.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 p.70, 「1부 〈나이 들어가는 뇌〉」 중에서
사람들이 지식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뀔 것 같아요. ‘검색하면 다 나와’가 지난 20년의 패러다임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소수가 권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검색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그게 깨졌죠. 검색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권위를 가지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지금은 검색해서 얻은 지식을 어떻게 편집해서 들려주느냐, 이게 아주 중요해졌어요. 그런데 이제 챗GPT가 나와서 깔끔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까지는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이제는 챗GPT가 할 수 없는 개인의 독특한 색깔을 칠해서 전달하는 게 중요해지겠죠. ‘저런 얘기는 챗GPT도 할 수 있겠다’를 넘어서는 개인의 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 p.130~131, 「2부 〈AI 시대의 지능〉」 중에서
이번 대화의 시작이 챗GPT AI였어요. 그런데 사실 챗GPT AI를 학습시키려면, 그리고 그걸 이용하려면 아주 많은 전기가 필요해요. 또 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요. 결국 그 탄소가 지구를 데우면서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기후위기 시대에 AI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어요.
--- p.147~148, 「2부 〈AI 시대의 지능〉」 중에서
챗GPT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서 곧바로 답변이 나오죠. 거기서 편집력에 따라서 다른 반응이 나와요. 그냥 그 답변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사람이 많겠죠. 편집력이 있는 사람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나은 답변을 끌어내고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겠죠. 그 과정을 통해서 자기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결과물을 얻어내는 능력이 바로 편집력이죠.
--- p.152, 「2부 〈AI 시대의 지능〉」 중에서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하면서 과거에 갇혀 있다 보면, 생산적으로 현실 인식에 써야 할 자원을 과거와 미래를 고민하는 데에 낭비해요. 과거의 후회에 갇혀 있거나, 오지 않은 미래의 걱정에 갇혀 있거나. 그리고 정작 현재의 정보를 포착하고 해석하는 데에는 인지적 자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 p.174, 「3부 〈마음과 우정〉」 중에서
우정이 노년 초입의 삶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돼요. 특히 우울한 일이 많은데 건강하게 이겨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 우정이 지켜질 수 있던 건 최소주의? 이게 아주 큰 미덕이에요. 우리는 항상 관계에 있어서 최대주의를 기대하죠. 그런데 서로 기대가 과도하면 그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워요.
--- p.183, 「3부 〈마음과 우정〉」 중에서
요란하게 환갑을 맞이하며 새삼스럽게 깨달은 게 있으니, 우리가 늙어감의 의미와 가치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비로소 고민하고 사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하긴 환갑을 맞이할 나이란 사실도 화들짝, 놀라며 알았으니 나이 먹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어볼 여유가 어디 있었겠는가. 틈틈이 그동안 읽은 책을 떠올리며 묵상했다. 정말 나이 먹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먹어야 아름다운 노년의 삶이 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 p.203, 「닫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