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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84g | 120*205*30mm
ISBN13 9791190533416
ISBN10 119053341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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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출간 20231215, 판형 120x205, 쪽수 328
  •  특이사항 : -프랑스소설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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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목이 터져라 울었어. 진실은 냉혹하고, 그 냉혹한 진실이 너의 폐를 채웠지. 각운은 여성형이었어. 네 안에서 분리되는 거친 느낌이 만들어지고 너는 뭔가 나뉘는 것을 느꼈어. 그게 다야. 자르고 잘려져 둘이 되었지. 태어나면서 너는 당연히 너처럼 딸인 엄마의 몸에서 분리되었고 동시에 딸이라 불리지 않는 모든 인류로부터도 분리된 거야. 딸의 반대말은 당연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병실의 공기 중에 조용히 떠다니며 허공에서 섬광처럼 번쩍였지. 배아, 태아, 아기... 이때까지 성별은 아들의 편이었어. 불과 몇 초 전에는 딸이나 아들 모두 가능했지. 남성형 주어를 쓰게 될지 여성형 주어를 쓰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었어. 이제 너의 날개는 잘리고(날개가 아니면 무엇이겠니?) 너는 로빈슨 크루소보다 더 혼자가 되었어. 운명의 주사위는 태반과 함께 던져졌지. 남자로 태어났다고 전해지고, 한 아들의 아버지라고 믿어지는 신이 주사위를 던졌어. 딸입니다.
--- p.12

너는 매일 산 채로 땅에 묻혔지. 그럴 만했어. 네가 아들이어야 했는데. 그러면 딸만 있는 엄마 아빠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거야. 네 동생은 한 번 죽었지만 너는 날마다 죽었어. 더 이상 너를 봐주지 않는 엄마의 눈으로, 더 이상 아들을 기대하지 않는 아빠의 좌절로, 언제가 너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이라 벼르고 있는 언니의 질투로 너는 날마다 죽었어. 심지어 동생의 죽음으로도 너는 죽었어. 동생을 대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이야.
--- p.43

나중에 아빠가 거실 탁자에 놔둔 서류에서 ‘성’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은 적이 있다. (아빠는 남성이라고 적힌 칸에 표시를 했다. 남성 밑에 여성 칸이 있었다.) ‘성sexe’이라는 말은 ‘자르다’라는 뜻의 라틴어 ‘세카레secare’에서 기원한다고 되어 있었다. 거기서 동사 ‘자르다scier’, ‘절단하다sectionner’ 그리고 명사 ‘전지가위secateur’ 같은 단어들이 파생되었다. 그렇다.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남자의 자지를 ‘자르면sexe-tionner’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내 고추가 잘린 거지? 지독하게 아팠을 텐데. 피도 엄청나게 났을 것이고.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 무릎에 피 나는 것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흘렸을 것이다. 흉터도 있다! 가랑이 사이에 가늘게 금이 가 있지 않은가. 나는 자지가 잘린 적이 있는지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잘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뭐지? 누가 결정하는 거지? 아빠는 절대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자는 상처가 난 남자다!
--- p.72

나의 울부짖음은 내 몸 안에 숨겨져 있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 p.89

수치심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내 몸을 한 번에 집어삼켜 버리는 감정이었다. 남학생들의 비웃음에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수치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지만 다시 돌아왔다. 나를 조롱하던 남학생들이 꿈에 나타난 것이다. 남학생들이 나를 내려다봤다. 나도 내 몸 밖으로 나와 나를 내려다봤다. 여자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날개를 파닥거린다. 덫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소용이 없다. 한 번 더 몸부림을 친다... 다시 한 번 더... 점점 힘이 빠지고... 포기하고 만다. 이것이 여자와 나비의 운명일까?
--- p.96

로랑스야,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더러운 빨래는 집에서 빨아야 하는 거야. 밖으로 나가면 안 돼. 알겠지? 싹 잊어버려! 입을 아예 꿰매 버리라고. 절대 말하면 안 돼! 알았지? (...) 아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칼이 아니라면 뭐지? 피범벅이 된 잠지가 보였다. 의사들이 갈색 얼룩으로 뒤덮인 손으로 수술을 하고 있었고 할머니들은 실과 바늘을 들고 입술을 꿰매고 있었다. 아이는 베르트 고모할머니가 한 말을 떠올렸다. 더러운 빨래는 집에서 빨아야 하는 거야. 이상한 말이다. 그날 밤 수염 난 여자들이 거름이 잔뜩 묻은 바지를 빨랫방망이로 내리쳤다.
--- p.106

19세기 파리 살페트리에르 병원에는 아이의 언니처럼 아무 이유 없이 몸이 마비되거나 말을 못 하거나 눈이 안 보이는 여자들이 있었는데 이런 여자들을 ‘히스테리’ 환자라고 불렀다. 듣기 좋은 말이 아닌 히스테리의 어원은 ‘자궁’이다. 사실 그 여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남자들에게는 있는데 왜 여자들에게는 없는가! 이 다름이 여자들을 좌절시켰다. 자신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고 또 없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여자들의 몸과 마음이 뒤틀린 것이다. 아이는 루앙 시립 도서관에서 히스테리에 대한 정보를 모두 얻었다. 하지만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 p.114

계집애. 이 말이 자꾸 생각나 아이를 괴롭혔다. 계집애는 욕이다. 물론 계집애garce는 사내아이garcon의 여성형일 뿐이지만 여성형이 되면 가치가 떨어지고 권위가 상실된다는 것을 아이는 언제부턴가 알고 있었다. 사내아이는 사실이고 계집아이는 가치 판단이다. 사내아이가 계집아이가 되면 나쁜 뜻이 된다. 말은 힘을 가지고 있다.
--- p.128

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처녀성이고 남자에게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남녀 관계에서 남자와 여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여자는 모를수록, 남자는 많이 알수록 더 좋다. 그것이 법칙이다. 여자는 적게 알수록 더 존중받는다.
--- p.133

아이는 쾌락을 알게 된 후 몇 년이 지나 욕망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결핍은 아이를 살아나게 했고 밤은 시들게 했다. 쾌락은 아이를 사라지게 했고 욕망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쾌락은 짧고 욕망은 무한하다. 모든 것을 빼앗긴 삶, 무無로 가득한 죽음. 아이는 무를 알았으니 이제 모든 것을 정복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욕망은 정확히 무엇일까?
--- p.159

너는 그 아이를 기억하니? 갑작스럽게 분출된,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욕망을 기억하니? 물론이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갑자기 새로운 세계가 형태를 갖추고 의미를 갖게 되었고 그 세계에서 남자는 여자를 위해 존재했다. 물론 남자는 여자와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남자는 도전이고 모험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젊고 아름다웠다. 근육은 울퉁불퉁 꿈틀거리지만 두 눈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 오만하게 웃을 때조차 불안이 스쳐갔다. 남자의 몸에 내 몸을 밀착시키는 것보다 세상에 더 급한 것이 있었을까? 불안과 도취가 공존했고 영리하면서도 무지했던 시절이었다.
--- p.160

드디어 네 남편이 병원에 도착했어. 어두운 얼굴로 몸을 떨며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너를 껴안고 울음을 터트렸지.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너를 꽉 껴안았어. 너희 부부는 그렇게 서로를 붙들고 한참을 흐느꼈어. 그러다가 갑자기 크리스티앙이 일어나더니 병실 한쪽으로 가서 벽에 등을 기대고 혼자 우는 거야. 너는 남편이 우는 것을 처음 봤어.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네 아빠는 사위를 위로해 줄 수밖에 없었어. “힘을 내야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남편은 장인의 따뜻한 모습에 무너져 네 아빠 품에서 목 놓아 울었어. 네 아빠는 사위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 주려고 노력했지. “자네, 힘을 내게.” 남편의 울음소리는 더 커졌어. 그러자 아빠가 네 남편의 어깨를 붙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어. “어허! 이러면 안 돼!” (결혼하고 처음으로 아빠가 네 남편에게 말을 놓았어!) “자, 힘을 내! 사내답게 굴어!” 아빠는 붙잡고 있던 사위의 어깨를 벽으로 밀어붙였어. 너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봤어. 그런데 왜 여자답게 굴라는 말은 하지 않지?
--- p.221

너는 몸이 마비라도 된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요? 나에게 일어난 일이에요! 나, 로랑스, 당신 딸에게 일어난 일이라고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나예요. 나는 그런 일을 당할만한 사람인가요? 너는 아빠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 프로테스탄트는 아빠에게 물려받은 공허한 말에 불과했고, 사람들이 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어.
--- p.223

트리스탕이 죽고 몇 주 지나서 의료 감정 보고서를 받았어. 보고서 서문에 ‘의사에게는 치료할 의무가 있지만 치료 결과를 책임질 의무는 없다’라고 쓰여 있었어. 보고서가 내린 결론은 의료 과실이 아니라 기회 손실이었어. 제왕 절개를 했으면 아기를 살릴 기회가 있었을 텐데 제왕 절개를 하지 않아서 손실을 입었다는 뜻이야. 기회 손실... 그것이 결론이었어. 너는 이 말의 무게를 가늠해 봤어. 그 무게가 너를 짓눌렀어. 주사위를 한 번만 던진다고 해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야. 그런데 출산하던 날 너에게는 기회가 없었어. 바로 그거야. 전혀 없었는지 아니면 조금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기회가 없었던 거야. 너는 속물들의 제단에 못 박혀서 발걸이에 다리를 올리고 의사들에게 제물로 바쳐졌어. 네 몸은 무영등 태양 아래서 갈기갈기 찢겨 나갔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잔인한 시나리오의 실물 수업이었어. 네가 상상하지 못한 시나리오... 그런데 기회 손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야. 아주 오래된 것이어서 다른 세상 다른 시대에 일어나는 일로 오해하지. 하지만 여기,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도 기회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선택권이 없는 사람, 이용당하는 사람, 거짓의 노리개, 음모의 대상, 암묵적 합의의 희생자, 자신의 운명과 삶과 희로애락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과 상관없이, 자신의 뜻에 반하여, 부모, 선생님, 남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기회 손실이야. 그러니까 너도 알겠지? 여자가 되는 것은 기회 손실이야.
--- p.231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어떻게요!” 내 슬픔은 누가 달래줄 것이며,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이 돌덩이는 누가 치워줄 것이며, 세상이 정한 틀에 맞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줄 몰라서(어떻게 옷을 만들고, 어떻게 여자가 되고, 어떻게 사랑받는지 몰라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누가 위로해 줄 거냐고? 누가 나를 보살펴 주며 누가 나를 꼭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 줄 거냐고?
--- p.267

모든 여자들이 두려움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게 이유예요. 너무 일상적이고 너무 내재화되어 있어서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요. 위협받는 여자라는 말은 동어반복이라고요! ― 나도 동의해. 하지만 남자들도 두려움이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잘하지 못할까 봐, 성공하지 못할까 봐, 실패할까 봐 말이야. 안 그래? 너도 알다시피 요즘 여자들이 너무...” 알리스가 갑자기 일어서서 다 깐 감자를 물에 담그고 감자 칼을 손에 든 채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엄마,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말이죠, 남자는 명예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여자는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는 거예요.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죽지는 않아요. 하지만 폭력으로는 죽어요."
--- p.306

안타깝다고요? 엄마, 도대체 왜 그래요? 뭐가 문제예요? ― 가끔 너무 걱정이 돼. 그래서 혹시... 앞으로 남자는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니? 불가능한 거야?” 알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대화가 짜증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몰라요. 남자를 만날 수도 있죠. 불가능이란 것은 없으니까. 내 눈에 잘생겨 보이는 남자들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거잖아요. 그 사람이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고.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지 물건이나 특정 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내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난 소피를 사랑해요. 엄마도 알잖아요. 소피와 잘 지내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거기서 입을 다물어야 했다. 하지만 오래되고 케케묵고 뿌리 깊고 우글거리는 벌레들처럼 게걸스러운 공포에서 벗어나야 할 것만 같았다. 나를 붙잡고 있는 수많은 흙 묻은 손들이 나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면 남자와는 절대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거야?” 나는 계속 말했지만, 사실 그건 절규에 가까웠다. 알리스가 특유의 비웃는 듯한 얼굴로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나는 더 대담해졌다. “한번 시도라도 해 보지 않겠니? 어떤지 보려고 말이야. 응?” 나를 쳐다보는 알리스의 눈길은 다정했지만 왠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알리스가 기지개를 켰다. “그럼 엄마는 여자와 관계를 시도해 본 적이 있어요? 어떤지 보려고요?” 나는 하늘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도 안 돼. 나는 난처함을 숨기려고, 어쩌면 알리스가 불편할까 봐 그냥 웃었다. “거봐요. 엄마에게는 누구도 한번 시도해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데 왜 나는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죠?”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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