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언제 어떻게 시간(Hour)이라는 단위로 구분되어졌을까? 그리고 수많은 경우 중에서 왜 하필 24부분으로 나누었으며, 24라는 숫자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우리는 이집트인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시간”이라는 개념과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는 하루를 해 뜰 때와 해 질 때를 중심으로 크게 낮의 12부분과 밤의 12부분으로 나누고, 이들을 “데칸”(decans)이라고 하였다.
원래 ‘데칸’이라는 단어는 이집트어에서 “10일”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되었으나, 고대 이집트 천문학에서는 10일마다 하늘을 통과하는 별자리 그룹을 가리키는 데에도 이 데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에 따라 이집트인들은 밤하늘의 별들을 관찰하여 총 36개의 별자리 그룹으로 구분하였으며, 10일 간격으로 구분된 그 별자리들을 기준삼아 일 년을 분할하였을 뿐만 아니라 밤의 시간까지도 12부분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별자리에 의해 12부분으로 나누어진 밤의 시간을 각각 데칸이라고 칭한 것이었는데, 이 명칭이 낮의 시간 영역까지 확장 적용되어 하루의 시간이 총 24 데칸이 된 것이다.
---「하루 24시간, 60분, 60초」중에서
일주일, 주(週)라는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시간 단위 중에서 일주일이라는 단위는 다른 일반적인 시간 단위와는 달리 그 개념의 근거를 직관적으로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많은 학자들이 일주일의 유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학설들을 발표하였다. 시간 주기 중 일주일을 제외한 일, 월, 년과 같은 시간 단위들은 반복적인 자연 현상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적 주기와 뚜렷한 상관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이들 시간 단위들은 표현에 차이가 있더라도 어느 문화권에서나 쉽게 그 개념들을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탐구하려고 하는 7일로 이루어진 시간 단위인 일주일 체계는 연관된 자연 주기를 직관적으로 곧바로 연상하기가 어렵다. 그런 이유로 이 주기는 대부분의 다른 문화권에서는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매우 생소한 시간 단위였다.
이처럼 평범하지 않은 7일 주기의 기원과 관련되어 지금까지 알려진 이론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두 이론에서 주장하는 7일 주기의 형성 원리와 배경, 그리고 형성 과정은 각기 전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두 이론 모두 7일 주기의 기원을 바빌로니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의 유래」중에서
물아핀(MUL.APIN, 쟁기)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아마르시나마(Amar-sin) 왕조시대에 작성된 천문학 텍스트이다. 이 문서는 별과 별자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 ‘MUL’은 별이나 별자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되며, ‘APIN’은 ‘쟁기’를 의미하므로, ‘MUL.APIN’은 ‘쟁기 별’ 또는 ‘쟁기 별자리’로 해석될 수 있다. 약 기원전 1370년경에 작성된 이 텍스트는 바빌로니아 천문학의 기초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문헌 중 하나로 평가되는데, 아카드어로 쓰여진 두 개의 점토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아핀은 고대 천문학자들이 하늘의 별들, 별자리, 행성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 텍스트에는 별들의 뜨고 지는 시간, 별자리와 행성들의 움직임, 그리고 일출과 일몰 시간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텍스트 내용을 분석해 보면 물아핀은 1년이 12개월 360일로 구성되어 있는 별 기반의 달력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달력사」중에서
윤일을 영어로는 bissextus(bis-sextus, second sixth)라고 한다. bissextus는 ‘두번째 6’이라는 뜻인데, 왜 로마인들은 윤일을 이렇게 표현했을까? 그것은 로마인들의 날짜 셈법 습관과 관련이 있다. 율리우스력 이전의 로마 공화력에서는 윤년에 해당할 경우에 2월의 마지막 날인 29일 뒤에 30일의 윤일을 추가하지 않고, 24일 날짜 뒤에 또 하나의 24일을 추가하여 24일의 날짜가 연속해서 두 번 들어있게 하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25, 26, 27, 28, 29일의 날짜가 이어지게 하였다. 다시 말해서, 윤년에는 2월의 날짜가 1, 2, 3, - - - - - -22, 23, 24, 24, 25, 26, 27, 28,29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원래 로마력 표기법에서 2월 24일의 날짜를 표현하려면 3월 1일, 즉 칼렌드스마르티우스를 기준으로 해서 표현해야 된다. 다시 언급하게 되는 것이지만, 고대 로마에서는 날짜를 표시할 때 현재 우리처럼 1, 2, 3, 4, 5…일과 같이 일련의 숫자로 날짜를 표기하지 않았으며, 대신 그 기준점이 되는 세 개의 기준일을 중심으로 나머지 날들을 표현한다고 하였다. 즉 어떤 날에 대해 그 날짜를 숫자로 표현하려고 할 때에는, 그 날짜 이후에 처음으로 오는 칼렌드스, K(1일)’나 ‘노나이, NON(5일 또는 7일)’, 또는 ‘이두스, IDUS(13일 또는 15일)’를 기준으로 삼아 날짜를 세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기준일을 기점으로 해서 몇 일 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반드시 기준일로부터 몇 일 전이라고 표현하였다.
---「율리우스력」중에서
춘분이란 천문학적인 1년인 365.24219일을 기준으로 밤과 낮이 같아지는 시점에 해당하므로, 1년 중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같게 된다. 그런데, 율리우스력에서 적용한 1년의 길이가 실제 천문학의 1 회귀년의 날수인 365.24219일보다 0.0078일이 길었으므로, 율리우스력 상에서 춘분이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 실제 천문학적인 관찰 결과보다 매년 0.00781일(11분 14초) 늦어지게 되었다. 1년에 11분 14초의 작은 차이였지만 128년의 시간이 지나 누적되면 그 차이는 하루가 되고, 세월이 갈수록 그 차이는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율리우스력의 근원적인 문제로 인해서 세월이 흐를수록 율리우스력 상에서의 춘분의 시점이 실제 천문학적인 춘분보다 점차 더 늦어지게 되었지만, 325년에 열렸던 니케아 공의회에서는 부활절 계산에 중요한 기준점인 춘분의 날짜를 율리우스력 상에서 3월 21일로 한다고 아예 고정시켰다. 실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를 춘분이라고 한다는 천문학적인 정의 자체가 완전히 무시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교회에서 규정한 춘분 날짜와 실제 천문학 상의 춘분 날짜 사이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점차 시간 차이가 벌어져 갔다.
결과적으로 3월 21일로 고정되어 있는 교회의 춘분날에 비해 실제 천문학적인 춘분일이 점점 빨라지게 되면서, 교회 춘분 날짜에 연계되어 결정되는 부활절 역시 세월이 흐를수록 실제 천문학적인 춘분일에 비해 계속 더 늦어지게 되었으므로, 올바른 시기에 부활절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항의가 쇄도하였다.
실제로 니케아 공의회가 열린 325년부터 1,250년이 지난 16세기에 이르게 되었을 때는 그 차이가 누적되어 율리우스력 상에서 교회에서 춘분이라고 한 3월 21일과 실제 천문학적인 춘분 날짜에 해당하는 3월 11일 사이에는 10일의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결국 교회 달력 상의 춘분 날짜에 연계되어 결정되었던 부활절 날짜로 인해 교회는 부활절 준수와 관련하여 매우 큰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디오니시우스의 파스카 계산법에서 발생하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확실하게 해결해야지만 계절과 일치하는 부활절을 기념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이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16세기에 접어들어서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다. 두 가지 문제점 중에서도 특히 달력 상의 춘분 날짜에 비해 천문학적인 춘분 날짜가 점차 빨라지는 문제가 더 심각하였다.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했다.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춘분을 3월 21일로 고정시켜 공표한 규정을 수정하던가, 그 근본 원인을 제공한 율리우스력을 수정해야 했다.
---「그레고리우스력의 개력 동기」중에서
아켈리스는 세계력이 전 세계적으로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1930년에 TWCA(The World Calendar Association)를 설립하였다. 1930년대에는 유엔의 전신인 LN(League of Nations)에서 이 개념에 대한 지지가 커졌다. 아켈리스의 세계력은 구조적으로 매우 단순하고 간단하여 누구든지 쉽게 기억할 수 있으며, 시계처럼 사용할 수 있다. 모든 날짜들이 해가 바뀌어도 주 중에서 그리고 월 중에서 정확하게 같은 자리에서 반복된다. 연도만 바뀔 뿐 달력의 모든 내용이 전혀 변경되지 않고 영원하기 때문에 달력을 다시 구입하거나 인쇄할 필요가 없어서 경제적 효과가 있다. 또한 직장과 학교의 일정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해마다 다시 만들 필요가 없다. 세계력의 날짜는 그레고리력의 날짜와 2일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와 같이 편리하고 과학적이라고 생각되는 세계력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7일 주기와 관련된 문제였다. 7일 기준의 일주일 제도는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교 인들에게 있어서, 예배와 관련된 특별한 날들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이었고 신앙의 근본 요소였다. 유대인들은 십계명에 근거하여 토요일을 안식일로 기념하였고,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가 죽음에서 부활한 일요일을 주일로 기념하였으며, 무슬림 들은 금요일에 회교 사원에서 기도를 하였다. 이들은 세계일과 윤일이 일상적인 7일 주기에서 제외됨으로서 전통적인 7일 주기가 손상되는 것을 반대하였다. 세계일을 7일 주기에서 제외함으로서 실제 예배일이 세계력에서 매년 1일씩, 윤년에는 2일씩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 주된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7일 주기가 손상되기 때문에 반대하였던 이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는 달랐지만,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7일 주기를 세계력의 기본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존재하였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7일 주기의 일주일 제도를 기본 틀로 삼고 있다는 것이 비 서양 국가들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반대 논리였다. 동양에서는 7일 단위의 주 단위보다는 10일을 단위로 하는 상순, 중순, 하순과 같은 십진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