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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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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2호

: 겨울호 특집 리뷰: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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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42g | 140*225*15mm
ISBN13 9791197689789
ISBN10 1197689788

중고잡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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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stayy5   평점4점
  •  출간 20231215, 판형 140x225, 쪽수 280
  •  특이사항 : -학회/무크/계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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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및 편집위원 소개

편집위원 강예린, 권보드래, 권석준, 김두얼, 김영민, 김홍중, 박진호, 박훈, 송지우, 심채경, 유정훈, 이석재, 정우현, 정재완, 조문영, 현시원, 홍성욱
편집장 홍성욱
책임편집 김홍중
필자 (게재순)

박진호
본지 편집위원. 언어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공저로 『한국어 통사론의 현상과 이론』, 『현대한국어 동사구문사전』, 『인문학을 위한 컴퓨터』 등이 있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과학 잡지 《에피》 편집주간. 과학기술사회론(Science, Technology & Society)을 공부한다. 지은 책으로 『사람의 자리』, 『로봇의 자리』, 『미래는 오지 않는다』(공저), 『호흡공동체』(공저) 등이 있다.

이상욱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교(LSE)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철학과와 인공지능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공저로 『과학과 가치』, 『인공지능의 존재론』, 『인공지능의 윤리학』,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학』,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등이 있다.

김재인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 유럽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철학과 기술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AI 빅뱅』, 『뉴노멀의 철학』, 『생각의 싸움』,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등이 있으며, 다수의 번역서와 논문이 있다.

김지훈
학제간 인문예술학인 영화미디어학(cinema and media studies)의 제도화에 주력해 온 영화미디어학자.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Activism and Post-Activism(Oxford University Press, 2024), Documentary’s Expanded Fields(Oxford University Press, 2022), Between Film, Video, and the Digital(Bloomsbury, 2016)을 썼다. 2021년 대우재단 학술연구지원사업 논저 분야 선정작으로 『위기미디어: 위태로운 21세기 사회와 미디어의 확장』을 작업 중이다.

고인석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각각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독일 콘스탄츠대학교에서 과학 이론의 변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철학회 회장을 지냈고,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로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철학적 문제들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을 다루는 사회적 방안에 관한 논의에 철학으로 기여하려고 노력 중이다.

권석준
본지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고분자공학부 및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로 계산과학과 물리학에 입각한 반도체 소자, 소재, 공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반도체 삼국지』가 있다.

현시원
본지 편집위원. 독립 큐레이터이자 연구자로 전시 도면에 관한 박사 논문을 썼다.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며 저서로 『1:1 다이어그램: 큐레이터의 도면함』 등이 있다. 전시 공간 시청각랩을 운영한다.

전가경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강의하며, 대구에서 ‘사월의눈’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책을 기획하고 만든다. 갈수록 짧아지는 그래픽 생애주기의 현장과, 공백으로 놓여 있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 역사를 텍스트 생산을 통해 연결 짓는 데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세계의 아트디렉터 10』과 『세계의 북 디자이너 10』(공저)이 있으며, 여러 디자인 단행본과 잡지에 글쓴이로 참여했다.

이유진
《한겨레21》 선임기자. 《한겨레》 편집국 문화부, 편집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책지성팀장과 토요판 부장을 지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과 문화학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가 있고, 『엄마도 아프다』, 『종이약국』을 다른 필자들과 함께 썼다.

조문영
본지 편집위원.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지은 책으로 『빈곤 과정』, THE SPECTER OF “THE PEOPLE”(‘인민’의 유령), 엮은 책으로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민간중국』, 『문턱의 청년들』,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 옮긴 책으로 『분배정치의 시대』가 있다.

김미정
문학평론가, 연구자. 쓰고 옮긴 책으로 『움직이는 별자리들』, 『전후 동아시아 여성서사는 어떻게 만날까』(공저), 『정동의 힘』(역서) 외 여러 권이 있다. 각 시대의 이야기 양식은 곧 그 시대의 인식·정동 체계라는 점을 새삼 각별히 생각하며 동시대 서사를 읽고 있다.

심채경
본지 편집위원. 태양계 천체를 연구하는 행성과학자.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에 재직하며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옮긴 책으로 『우아한 우주』 등이 있다.

오지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경제 동향, 부동산 동향을 담당하면서 거시경제 및 주택 정책을 연구했고, 현재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강예린
본지 편집위원. 건축가.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브릭웰’, ‘생각이섬’, ‘윤슬’ 등의 공간을 디자인했으며, 공저로 『도서관 산책자』, 『아파트 글자』 등이 있다.

김용언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영화 잡지 《키노》, 《필름2.0》, 《씨네21》, 장르 문학 전문지 《판타스틱》, 서평 웹진 《프레시안 books》 등에서 일했다. 『여자에게 어울리는 장르, 추리소설』, 『문학소녀』, 『범죄소설』 등을 썼고,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죽이는 책』, 『코난 도일을 읽는 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홍중
본지 편집위원. 사회학자. 사회 이론과 문화사회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가르친다. 최근 관심은 물성(物性), 인성(人性), 생명, 영성(靈性)의 얽힘과 배치이다. 지은 책으로 『은둔기계』, 『마음의 사회학』과 『사회학적 파상력』이 있다.

송지우
본지 편집위원. 정치철학, 법철학, 인권학의 교집합에 있는 문제를 주로 연구한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번 호 특집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 정확하고 통찰력 있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런 문제의식으로 관련 서적을 검토해 보았다. (……) 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우리를 흔들고 깨워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임무는 바로 그런 책을 소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pp.2-3 김홍중 「편집실에서」 중에서

LLM이 대단한 성취를 한 것도 사실이고 현재 AI 관련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대상인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이 AI의 전부는 아니다. 전부가 아닐뿐더러, AI를 실현하는 다양한 접근법 중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비판도 꽤 있다. 챗GPT나 하이퍼클로바 같은 LLM은 훈련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전산 자원을 소모하며, 훈련을 마친 뒤 서비스할 때도 에너지와 전산 자원의 소모가 만만치 않다. 그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AI 기술과 산업을 소수가 독과점하는 길로 가는 촉매제가 될 우려가 있고, 에너지 소모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환경에 대한 악영향도 크다. (……) 따라서 LLM이 제시하는 전망을 너무 장밋빛으로만 그리기보다는 명암을 균형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p.16 박진호 「한국의 AI 기술과 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나」 중에서

리처드슨이 MIT를 찾아간 이후 지난 20년 동안 로봇인류학이 던지는 질문은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 새로운 로봇, 특히 노동봇이 곳곳에 등장하면서 로봇인류학자가 따라다녀야 하는 사람(과 로봇)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 (……) 오늘날 막국숫집에 들어가는 로봇인류학자는 식당 서빙이란 도대체 어떤 일이고 누가 하는 일인지, 식당 손님과 직원과 로봇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는지 물을 수 있다. 식당 직원 한 사람의 신체가 막국수 주문을 받는 태블릿과 막국수를 운반하는 로봇으로 분할되는 과정을 고찰할 수도 있다. 물론 막국숫집 사장님이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궁금하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설명이 필요한 현실의 질문들이다.
---pp.33-34 전치형 「터미네이터와 막국수」 중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합리적인 태도는 인간의 마음과 기계의 마음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동시에 어느 한 종류의 마음이 다른 마음에 비해 범주적 우월성을 가진다는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마음은 ‘제대로 된’ 마음인 반면 인공지능의 마음은 불완전한 마음이거나 오직 은유적으로만 마음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다. (……) 내가 보기에는 이런 ‘마음의 다양성’에 대한 긍정이 포스트휴머니즘의 출발점이다.
---pp.46-47 이상욱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바라본 AI」 중에서

우선 초지능은 현실 영역이 아닌 SF의 영역이다. 그것이 실현될 기술적 가능성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초지능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여러 문제 중에서 시급한 문제에 할애할 시간을 빼앗는 주제다. 초지능보다 에너지, 자원, 생태, 불평등, 민주주의, 소유권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더 중요한 문제가 가득하다.
---p.51 김재인 「초지능이라는 가짜 문제」 중에서

즉 생성형 AI는 기계학습 기반 모델들의 위상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산출하고 유통하는 미디어(media)로 확장되었음을 뜻한다. (……) 『AI 지도책』이 예시하는 합성주의적인 미디어 개념과 이를 조직하는 학제간 비판적 미디어 연구의 실천은 이처럼 생성형 AI를 둘러싼 과도한 유행과 설익은 비관주의를 넘어 생성형 AI가 지구와 사회, 인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포괄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도 여전히 유효하고도 화급하다.
---pp.75-76 김지훈 「인공지능을 미디어로 합성하기」 중에서

다만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인지 하고 나아가 유사한 감정을 표현하는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일은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기계가 감정을 느끼도록 할 어떤 이유가 있을지는 궁금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만일 기계가, 완벽하게,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것의 ‘감정’ 지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이다. 이러한 물음은 감정뿐 아니라 언어 이해, 자의식, 도덕성 등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한 인문학적 토론에서 거론되는 다른 핵심 주제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pp.88-89 고인석 「몸을 만들어 주면 인공지능에서 마음이 생겨날까?」 중에서

혁신의 방향은 근본적으로 언어의 한계 돌파에 맞춰져 있지 않다. 인간의 개입 혹은 중개가 없어도 스스로 정보를 생성하고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근본적인 그리고 궁극적인 방향이다. 이는 강인공지능의 존재 당위성을 논증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있다. 언어라는 그릇에 생성형 AI를 애써 가둬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p.108 권석준 「미학과 철학의 기준으로 재평가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운명」 중에서

장 뤽 고다르의 〈알파빌〉은 제목부터가 어떤 ‘마을’을 지칭한다. 알파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은 개인과 집단을 통제한다. 통제의 방향과 전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알파빌은 어떤 규칙에 의해 반복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규칙과 반복을 이용한 통치술은 알파빌의 핵심이다. 앞서 말했듯 여기 사람들은 컴퓨터에 조종당한다. 영화 속 사람들은 몇 단어들을 분실했다. ‘사랑’, ‘양심’, ‘왜’라는 말들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대신 존재하는 것은 부호다. 화살표가 화면 안에 등장하고 여러 공식과 부호들이 등장한다.
---p.126 현시원 「‘미래’라는 변수」 중에서

지난 몇 년간 전시와 책의 관계에 관한 논의 속에서 디자이너와 큐레이터 및 미술가들은 책과 전시 그리고 작품 간의
유기적 관계를 탐구한다. 전시와의 관계에서 한때 책은 전시의 부속물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실을 한다. 그런 점에서 ‘포토북 페스티벌’은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의외 발견이었다. 전시는 단순한 사진책 컬렉션에 머무르지 않고, 주제전에 의문을 던짐과 동시에 의미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전시와 책의 관계를 재설정한다. 주제전이 ‘사진의 힘’에 충실했다면, ‘포토북 페스티벌’은 ‘사진책의 힘’을 다층적으로 보여 줬다.
---pp.144-145 전가경 「사진의 가장 끝에서, 사진책이 시작되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 기자’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기자들끼리도 마찬가지다. 오는 책을 가만히 앉아서 받아 읽고 글로 ‘썰 푸는’ 일이 뭐가 어렵냐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만만치 않다. 하루 이틀 만에 책 두어 권을 읽는 사이사이 학계와 출판계 소식도 취재해야 한다. 각종 도서전 취재나 출판사 소식뿐만 아니라 인터뷰, 나라 안팎 유명 작가, 학자들의 부고 기사까지 챙기려면 보통 바쁜 것이 아니다. (……) 서평 쓰기는 책 기자 궁극의 업무이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다. 고상하게 우아 떨며 일하기보다 낮에는 사방팔방 취재하고, 집에 와서는 까만 밤을 하얗게 새워 책 읽고 지저분한 꼴로 마감 시간까지 줄창 자판을 두들긴다. (……) 에디팅(editing)과 라이팅(writing)을 겸하는 일이다.
---pp.151-152 이유진 「‘책 기자’라는 환상과 환장」 중에서

다양성은 복잡하고 심지어 추할 때도 있지만, 그 자체가 협력적 생존의 방식을 보여 주는 증거다. 인위적인 재배 노력을 거듭 수포로 만든 송이버섯이 오히려 인간이 교란한 숲에서 쑥쑥 자라나지 않던가. 환경 파괴를 기꺼이 견디고, 나무에 영양분을 줘서 척박한 땅에서도 숲이 형성될 수 있게 돕지 않던가. 인간이 교란한 풍경에서 벌어지는 협력적 생존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우리는 인간이 길들이고 지배할 수 있는 자원으로 자연을 타자화하는 낡은 습성을 버려야 한다.
---pp.168-169 조문영 「송이버섯 냄새를 맡자. 그다음은?」 중에서

물론 2009년 연설 속 ‘벽’과 2023년 소설 속 ‘벽’이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내내 화두로 삼아 온 ‘벽’이
각 시간대를 통과하며 다른 맥락에 놓이는 사정은 기억해야 한다. 2020년 고쳐 쓴 ‘벽’의 의미는 그의 작품을 통틀어 2009년 ‘벽’의 비유에 가장 근접한 듯 보인다. 이때 ‘벽’이란 일종의 시스템, 인간의 손에서 만들어졌지만 어느새 인간의 손을 떠나 자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인간을 초과해 버린 생물체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벽이 무엇이든 개개의 존재나 힘은 보잘것없다. 이 벽의 비유는 적어도 ‘나’의 안을 향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p.189 김미정 「그는 무엇과 작별하는가」 중에서

하와이 사진신부들은 그랬다. 언어도 체제도 낯선 사회에서 고된 노동과 차별을 견디며 살아남았다. 다음 세대 아이들을 낳아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다. 아무리 쪼개도 부족하기만 한 돈과 시간을 모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그들은 결혼 시장에서 사진 한 장을 근거로 얼마간의 여비와 교환된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인생을 개척해 낸 선구자들이다. 작가 이금이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사진신부’라는 단어 뒤에 숨겨져 있는 도전과 용기와 모험, 그리고 애국의 정신을 독자 앞에 망라한다.
---p.203 심채경 「하와이에 산다면 이런 비쯤 아무렇지 않게 맞아야 한다」 중에서

저자 김수현은 『부동산과 정치』에서 세 가지 주요 질문을 던진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왜 집값을 못 잡았을까? 둘째, 문재인 정부의 책임은 무엇인가? 셋째, 앞으로 한국 사회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나는 『부동산과 정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본다. 첫째,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답은 새로운 것인가? 둘째, 저자의 현실 진단은 타당한가? 셋째, 저자의 정책 기조는 정치적으로 포용적인가? 넷째, 저자의 정책 대안은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가?
---pp.208-209 오지윤 「차가운 이성을 기대하며」 중에서

‘K’의 수식을 받는 여느 단어와는 달리, 이 책에서 쓰이는 K-가족은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띤다. 한국의 급격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부동산 개발과 아파트 문화가 이 단어가 뿌리내린 자리다. 부동산으로 성했건 망했건, 우리는 모두 이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의 가족이 살아온 공간 역시 K-주택가와 K-아파트라고 부른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보문동의 저층 밀집 지역과 이 책에 나오는 오금동 사진을 섞는다고 해도 우리는 몰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p.233 강예린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DNA」 중에서

독서 취향은 어린 시절에 확고하게 결정된다. 문제는 그 취향이 주변 어른들을 보고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린이의 독서는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의 독서 생활도 그렇게 될 운명에 가까웠다. 가족 중에는 안타깝게도 책을 좋아하는 이가 없었고, 집에 비치된 책의 종류도 대단히 적었다. 유일한 지표물은 50권짜리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명작전집’이었다. 내가 갓 태어났을 무렵 언니와 오빠에게 읽힐 용도로 샀을 그 낡고 너덜너덜한 책들만 되풀이해 들여다봤다.
---p.238 김용언 「빈 책장」 중에서

들뢰즈는 우리 시대의 문화(그러니까 20세기 후반의 문화)가 자기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가 글쓰기를 동물-되기, 소수자-되기, 여자-되기라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기를 벗어던지고, 자기 바깥의 광활한 타자들의 세계로 가라. 도주선은 그 길을 따라서 변함없는 자기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그런 통로가 아니라, 반대로 첩첩이 자기 자신의 세계에 갇힌 자가 그것을 벗어나 다른 것이 되는 연결 과정인 것이다.
---pp.250-251 김홍중 「마주침과 글쓰기」 중에서

다행히 로드리고는 두 번째 앨범에서 이런 마음을 찾은 듯하다. 《GUTS》(2023)는 《SOUR》에서 흥미로운 조연이었던 록과 팝펑크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층 복합적인 전개를 보인다. 서정적 발라드로 성공을 거둔 가수가 현재 팝 시장에서 비주류 장르인 록의 비중을 높인 것은 모험이다. 그렇지만 ‘용기’를 뜻하기도 하는 앨범 제목처럼, 《GUTS》는 첫 수록곡 〈all-american bitch〉부터 록으로 질주한다.
---p.256 송지우 「대담한 예술가의 발라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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