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누워 있는데 일본 지하철에서 안내방송으로 나오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여행 내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서 그런 모양이다. 대학 때 방학 중에 잠시 후쿠오카에서 보낼 때도 비슷한 음성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던 것 같다. 백화점에서도 지하철에서도
" #^% 지와 나마나끄 데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에게도 서울 지하철 안내방송 음성이 한국하면 떠오르는 목소리일까? 일본 지하철 안내 방송도 호텔 체크인할 때나 리무진 승차권 예약할 때 상점에서 만나 짧게 대화했던 여자들의 음성이나 억양과는 차이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일본 여자의 음성은 이런 느낌이다’ 하는 선입견이 생겼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지하철 방송은 어떤 느낌으로 들릴지 궁금해졌다. 가끔 차장아저씨가 하는 방송은 찐 한국 중년 남성의 목소리면서 왠지 그 소리는 가끔 졸린 목소리여서 정말 사람이 하는 방송 같지만 한때 지하철 안내 방송은 컴퓨터 소리라는 루머도 있었다.

이번 여행은 준비할 때도 좋았지만 다녀와서 사진으로 다시 보고 신주쿠 거리가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며 추억에 젖는 시간들도 참 좋았다. 여행 계획을 짜는 건 2주 동안 했는데 다녀와서 여행 에세이를 쓰는 동안 3주가 지나갔다.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도쿄에 대해 생각한 건 한 달이 넘도록 한 것 같다. 이제 조금씩 일상에 젖어 들면서 여행의 추억도 시나브로 사라져간다. 이토록 좋았던 이유는 처음으로 혼자 해보는 해외여행이었고 계획한 대로 보고 싶었던 거리, 사고 싶었던 물건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혼자 하는 여행도 가끔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남들에 비해 조금 늦은 나이에 한 홀로 여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추억은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니 혼자 계획하고 혼자 헤쳐나가는 여행을 또 계획할 수 있으리라. 여행은 혼자 하면서 깊어지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