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은 꿈을 꾸면서 살았다. 매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오히려 하루라도 아버지와 엄마에 대한 얘기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익숙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달달 외울 정도였다. 이제 자기 아버지나 엄마에 대해 떠드는 사람이 있어도 그냥 지나쳤다. 아버지가 귀신이 되었다, 엄마는 창녀다, 하산이 드디어 미쳤다 등의 갖가지 얘기가 귀 아프게 들려왔다. 새로운 화젯거리가 없으면 이젠 또 말을 만들어서 떠들어댔다. 그 사실이 진짜인 양 떠들어댔다. 꿈인지, 생시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귀신이 된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를 둘러싸고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 무슨 얘기든 지어냈다. 지어내고, 또 지어내고, 꾸며낸 얘기인 줄 알면서도 그 얘기를 믿고, 또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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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주받은 아후리 땅에 무릎을 꿇는다. 천년이나 된 사랑의 땅에, 천년이나 된 봄 땅위에 무릎을 꿇는다. 나는 세 번 소리를 지른다. 세 번 모두 높은 산이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빨강, 파랑, 노랑꽃들에게, 우거진 녹음, 그리고 산꼭대기 은하수에게 무릎을 꿇는다. 산등성이 눈 쌓인 심장 위에 무릎을 꿇는다…… 커다란 사랑에 가슴을 활짝 연 밝음에, 그리고 빛에 무릎을 꿇는다. 닿을 수 없는 분노의 노래를 부른다. 어두운 구름 아래로, 머리가 돌 것처럼 짙은 향내 안으로 무릎을 꿇는다. 끝없이 펼쳐진 천년이나 묵은 땅을 향해 세 번 소리를 지른다. 천년이나 묵은 사랑의 땅을 향해 세 번이나 소리를 지른다. ‘목동들이여’ 하고 부른다. ‘목동들이여, 어디에 있는가?’ 목동이 와서 내 앞에 멈추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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