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는 진짜로 쓰레기통을 뒤지러 갈 줄은 몰랐다. 더 화가 나는 건, 이런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다름 아닌 로리 자신이라는 거였다. 안 그래도 환경운동에 한껏 참여하고 있는 가족한테 도대체 왜 음식 쓰레기 다큐멘터리를 보여줘서 이 사달을 낸 걸까? 그걸 보여주면 환경운동에 더 열을 올릴 게 뻔한데!
로리가 보여준 다큐멘터리에는 자칭 ‘쓰레기 셰프 제프’라는 남자가 나온다. 제프는 마당을 걸어 다니면서 바비큐에 얇게 썬 감자를 넣어 구워 먹고 병째로 우유를 들이켜고 초코 비스킷을 먹는데, 이것들이 전부 슈퍼마켓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음식이라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먹을 게 많아요!” 제프가 말한다. “챌린지를 하도록 하죠. 하루 동안, 아니면 일주일, 아니면 아예 한 달 동안 음식을 사지 않는 거예요. 어때요?” --- p.7~8
“엄마, 쓰레기통에 있는 건 슈퍼에서 버린 게 맞지만, 아빠 말로는 쓰레기도 결국 슈퍼 거라던데, 그럼 나쁜 짓 아니에요?”
엄마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로리, 진짜 나쁜 짓은 말이야, 먹다 남은 베이글을 한 무더기씩 그냥 막 갖다 버리는 거란다.”
“음식 낭비는 당연히 나쁘죠. 나도 그건 싫어요. 근데요! 좀 다른 방법을….” --- p.9
로리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로리와 펀은 먹을 수 있는 뷰티용품을 만드는 걸 좋아했다. 부엌에서 발견한 음식물을 활용해 라임과 페퍼민트로 목욕 거품을, 초콜릿과 오렌지로 마스크팩을, 야생 장미와 딸기로 보습제를 만드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활용법도 많이 알게 되었다. 펀이 울고 나면 로리는 펀의 눈과 볼에 생감자 썬 것을 올려두어 부기를 가라앉게 해줬다. 또 로리의 턱에 여드름이 났을 때는 토마토로 세럼을 만들어 올려뒀더니 여드름이 금세 싹 사라졌다. 이 멋진 세럼에 로리는 ‘피부의 귓속말’이란 이름을 붙였다. --- p.16
지난밤 찰리와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너무 속상했고,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이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건지는 걸 알게 된 찰리의 입을 막을 수 있을까? 로리 가족의 주변 사람들은 로리 부모님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이 흔히 자랑하듯 친환경 음식을 먹거나 비건 가죽 재킷을 구매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로리 가족은 웬만한 힙스터보다 훨씬 히피적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로리 가족이 얼마나 철저한 과소비 반대 운동가들인지 아무도 몰랐다. --- p.34
“우리 실버데일 중학교도 이 대회에 참여하기로 했답니다.”
로리는 〈젊음! 재능! 부자!〉 프로그램을 본 적은 없지만, 대충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알았다. 참가자들이 각자 사업을 하나씩 시작해서 그 사업으로 매출을 낸 뒤, 가장 높은 순이익을 낸 참가자가 우승하는 식이었다.
돈?!
로리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거야. 이거야말로 모든 걸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거야. 로리의 머릿속에 마치 불꽃놀이처럼 문구가 떠올랐다. ‘로리 라크시, 번뜩이는 혁신 기업가!’ --- p.48~49
찰리가 카페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혁신가들〉 대회에 나갈 팀을 꾸려볼까 하는데, 넌 어때?”
“너랑 나랑?”
찰리 슬로스가 나랑 팀을 만들어서 대회에 나가고 싶어 한다고? 그럼 대회에서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리가 활짝 웃었다. “그래. 그런데 그냥은 안 돼. 네 아이디어를 제공해야지. 너 혼자면 우승해서 뷰티 사업가가 되는 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테니까.”
로리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대회 우승자가 되어 학교 강당의 연단 위로 계단을 올라가는 자신의 모습이.
--- 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