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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작가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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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작가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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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66g | 128*188*20mm
ISBN13 9788950977788
ISBN10 8950977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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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대화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 때는 엄청 긴장하고 만다. 세나 아사히는 이 버릇이 사회에 나와서도 고쳐지지 않았다.
아사히는 원래부터 낯을 약간 가린다. 전화할 때는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더 심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세가 많습니다’라는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말을 더듬고 목소리가 뒤집힌다. 전화기를 든 손이 떨리고 이상하게 땀이 난다.
게다가 그 사람이 전부터 쭉 동경하던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시…… 시, 신세가 많습니다. 기, 기오사 세나입……!”
혀가 꼬였다. 어마무지하게 꼬였다.
“시, 실례했습니다! 기오사 출판사의 세나라고 합니다. 신세가 많습니다!” --- p.6

“저, 이미 오하시 편집장님께 들으셨겠지만, 이번에 미사키 선생님의 담당으로…….”
[미안하지만 48분만 기다려주세요.]
전화기 반대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아사히가 당황하고 있는데 상대는 완전히 침묵했다. 어라? 화면을 들여다보니 이미 시커멓다. 상대가 전화를 끊은 것이다.
“왜? 미사키 선생이 뭐라고 해?”
오하시가 히죽히죽 웃으며 물었다. 아사히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오하시를 돌아보며 말했다.
“48분만 기다려달라는데요…….”
“아, 그래? 그럼 가볍게 저녁이라도 먹을까.”
오하시는 동요하는 모습도 없이 사람들로 붐비는 역 앞을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아사히는 서둘러 그 뒤를 따라갔다.
“자주 이러시나요? 아니, 그보다 48분이라니, 그런 애매한 시간이…….”
“자자, 이런 걸로 당황하면 그 사람 담당 못 해.”
오하시는 그렇게 말했다. 아사히는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왜일까. 동경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데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다. --- p.7

“첫 번째, ‘낮에는 절대 연락하지 말고, 방문해서도 안 된다’. 그럼 여기서 문제. 두 번째는 뭐였을까?”
“……미사키 선생님과 만날 때는 은제품을 몸에 두르지 말 것…… 이라고 하셨죠.”
“정답. 그럼 다음은 연상 게임. 야행성에 은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으음…….”
생각하는 척하며 아사히는 테이블 위로 시선을 떨궜다. 테두리가 금으로 장식된 새하얀 티 세트. 옆에 놓인 티스푼도 케이크용 포크도 전부 금색으로 도금되어 빛나고 있었다. 은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고개를 들어 새삼스레 미사키 젠을 바라봤다.
지나치게 잘 다듬어진 얼굴이다. 마치 인간이 아닌 듯한 미모. 안이 다 비칠 듯이 새하얀 피부. 완벽한 형태를 갖춘 입술이 천천히 미소를 짓자, 새하얀 치아가 꽉 들어찬 것이 보였다. 기분 탓인지 송곳니가 더 날카로워 보였다. 마치 짐승의 송곳니처럼. --- p.41

“저는 담당 편집자로서 온 힘을 다해 작가님을 지킬 거예요. 그리고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작가님의 작품을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미사키 선생님.”
솔직히 말해야겠다. 이 순간 아사히는 오하시가 내린 임무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미사키 젠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아사히 자신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하려면 하라지. 이게 악마와의 계약이라면 아사히의 소망은 단 하나다. 그 소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고, 무엇을 내놓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그게 영혼이든, 피든. 오로지 미사키 젠의 신작을 읽고 싶다는? 그 마음만으로 아사히는 미사키 젠에게 머리를 숙였다.
“소설을 써주세요. 부탁합니다.”
그리고 아사히는 미사키 젠이 알겠다고 말할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 p.49

“선생님!”
과연 그곳에는 미사키 젠과 또 다른 한 사람,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분위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미사키 젠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홍차를 담은 찻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막 한 입 베어 문 쿠키였다. 누가 봐도 사이좋게 차를 마시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벌써 오셨어요? 엄청 빠르시네요.”
미사키 젠은 찻잔을 받침에 내려놓고 놀란 표정으로 아사히를 봤다.
“그런데 세나 씨, 대체 무슨 일이죠? 원고 얘기라면 나중에 다시 전화하면 될 텐데.”
“저기, 아까 전화로 체포됐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아사히가 숨을 거칠게 쉬며 묻자 미사키 젠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까 ‘형사한테 붙잡혔다’라는 말을 착각했군요.”
“차, 착각이라고요? 그럼 체포는요? 처벌은요?”
“이 경우 ‘붙잡혔다’는 말은 ‘길 가다가 옆집 사는 오지랖 넓은 아주머니한테 붙잡혀서 한 시간 동안 서서 이야기했어’라고 할 때의 붙잡혔다는 뜻과 같아요. 체포는 아닙니다.”
별일 아니라는 말투에 아사히는 저도 모르게 비틀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전차에 탔을 때 빼고는 여기까지 줄곧 뛰어 왔는데.
“하지만 거짓말한 적은 없어요. 나츠키 씨는 정말 형사거든요. 그리고 전 그저 자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형사…… 자문 역할……?”
아사히는 주저앉은 채 나츠키라는 사람을 쳐다봤다. 나츠키도 나츠키대로 흥미진진한 표정을 하고 아사히를 보고 있었다. --- p.56~57

“미사키는 전부터 이수계에 협력하고 있었다네요. 우리보다 훨씬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아왔으니까 그쪽 계열 녀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고, 이래저래 아는 것도 많아요. 말은 이래도 실제로는 사건이라 해봐야 단순한 장난이거나 평범한 인간의 범행인 경우가 많지만요.”
“정말이지 민폐입니다. 뭐, 받을 건 받고 있지만.”
“받을 거라뇨? 월급이 나와요?”
아사히가 묻자, 미사키 젠은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현금은 아니고, 혈액 팩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아…….”
분명 그런 건 나름의 루트를 통해서 구하지 않으면 좀처럼 손에 넣을 수 없겠지. 일단은 기브 앤드 테이크인 모양이다. --- p.60~61

“선생님은 제가 지킵니다! 어딘가 데려가시거든 저도 갈 거예요!”
“음, 그런 눈초리로 노려봐도 어쩔 수 없을 텐데…….”
나츠키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긁었다. 아사히는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강경한 눈빛으로 나츠키를 노려봤다. 나츠키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세나 씨도 같이 갑시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나츠키 씨?”
미사키 젠이 아사히에게 왼팔을 붙잡힌 채 물었다.
“본청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뭐. 한 명쯤은 덤으로 따라와도 상관없어. 그것보다 이제 슬슬 나가지 않으면 진짜 늦어. 뭐, 의뢰인은 몇 시라도 괜찮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으면 계장한테 혼나. ……이러는 거 역시 계장한테 들키면 혼나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울게요!”
아사히는 미사키 젠의 팔에 매달린 채 그렇게 선언했다.
“같이 가는 건 좋은데, 세나 씨. 지금 가는 곳에서 보거나 들은 건 다른 데 절대 말하지 말아줘요. 비밀 엄수는 필수입니다. --- p.65

“우리 집 자시키와라시가 유괴됐어. 얼른 찾아서 데리고 와.”
‘으음, 자시키와라시가 뭐더라.’ 매우 진지한 모습의 가지와라의 얼굴을 보면서 아사히는 생각했다. 분명 아이의 모습을 한 요괴였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 이상 자세한 내용을 떠올리려고 하면, 왜인지 머릿속에 미즈타니 유타카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마도 전에 봤던 [홈 : 사랑스러운 자시키와라시]라는 영화를 본 탓이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어. 축제 장면에서 눈물이 났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아사히는 자신이 가볍게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지, 이런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야.
“우리 집은 원래 도호쿠 지방 출신이야. 대대로 자시키와라시가 집에 살고 있었어. 내 대부터 도쿄에 올라왔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같이 따라왔네.”
“그것 참 신기하네요. 지시키와라시는 집에 들러붙어 있는 게 보통인데.”
미사키 젠도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자시키와라시가 정말로 존재하는 건가. 뱀파이어가 실재하는데 자시키와라시가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기는 하다. --- p.71

“선생님의 왼팔은 제가 지킬 거예요!”
아사히는 꽉 들러붙은 채 그렇게 선언했다.
“선생님은 앞으로 신작 장편소설을 써주셔야 해요!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떡해요! 꼭 가셔야 한다면 저도 같이 갈게요!”
“그 말은 그러니까, 왼팔만 지킨다는 말?”
“아니, 물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지킬게요!”
“오호, 대체 어떻게 지킨다는 거죠?”
“열심히 지킬게요!”
아사히가 단숨에 그렇게 대답한 순간 희한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사키 젠이 웃음을 빵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서, 선생님?”
“……죄송해요. 좀 재미있어서…….”
웃음을 참듯 얼굴을 옆으로 돌린 미사키 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뭐가 그렇게 웃긴 것인지 아사히는 알 수 없었다. 생각을 너무 솔직하게 말한 게 잘못이었나.
“아사히 짱, 이야, 재미있네……. 그래, 그래, 열심히 할 거구나…….”
보니까 나츠키까지 뭐가 웃긴지 자지러지게 웃고 있었다. 아사히는 점점 부끄러워졌다.
“선생님, 그만 웃고 가요! 얼른 용건 마치고 다음 신작 장편 준비합시다!”
“……아주 훌륭하게도 원고밖에 생각하지 않으시네요. 뭐, 편집자로서는 올바른 자세입니다만.”
미사키 젠이 기가 막힌다는 말투로 중얼거린다. 그게 아니라 미사키 젠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소중하다고 반론하고 싶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부끄러워서 말할 수 없었다. --- p.113~114

“그럼 나츠키 씨, 내일이라도 상관없으니까 이 주변의 파출소나 경찰서에 개한테 습격당해 다쳤다는 신고 내용이 없었는지 확인해주세요. 다카라 씨는 실제로 개가 목격된 장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어요?”
“이 주변 사모님한테 물어보면 아마 알 수 있을 거야. 주부들 정보망이 장난 아니거든.”
그때였다.
꺄악. 가게 입구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잠깐, 무슨 일이야?”
다카라 씨가 낯빛을 바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츠키와 미사키 젠이 그 뒤를 따랐다. 아사히도 서둘러 쫓아갔다.
가게 입구에 젊은 남자 둘이 있었다. 대학생 정도 됐을까. 한 명은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였고 다른 한 명은 머리는 까맸지만 잘 차려입은 요즘 젊은이였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피투성이에 티셔츠는 찢기고 구멍 뚫려 있고, 갈색 머리 남자는 배꼽 근처까지 옷이 찢어져 있었다.
“사, 살려줘……. 당했어, 살려줘!”
갈색 머리 남자의 상처가 심한 것 같았다. 울면서 비틀거리는 갈색 머리를 검은 머리가 필사적으로 안아서 가게 쪽으로 끌고 오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다카라가 달려 나가서 검은 머리에게 물었다.
“당했다니? 뭐에?”
“개…… 새까만, 엄청 큰 괴물 개!”
비명을 지르며 검은 머리는 그렇게 말했다. --- p.126~127

“세나 씨, 수고했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오하시가 뒤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전히 이 편집장은 기척을 감추는 데 선수다.
“헉, 편집장님! 고생하시네요. 놀랐잖아요!”
“미사키 선생님의 단편, 제대로 완성했구나.”
“네. 그런데…….”
아사히는 목소리를 낮추고 오늘 있었던 일을 오하시에게 전달했다. 건물 안에는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어서 주변에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오하시는 이야기를 듣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군……. 뭐, 원고가 완성됐다고 해도 곤란하네. 그분이 좀 더 글을 쓸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오하시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알고 있어요, 편집장님. 우리 회사를 위해서, 무엇보다 독자를 위해서 미사키 선생님이 되도록 빨리 신작 장편소설을 써주셔야 할 텐데.”
“그것도 물론 그렇지만,” 아사히의 말에 오하시는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글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거든.”
“네?”
“어쨌든 그분은, 쓰지 않으면 안 돼.”
--- p.139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제2회 캐릭터소설대상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선택된 작품이다. ‘빨리 계속해서 읽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 주인공 세나 아사히와 미사키 젠의 궁합도 경쾌 그 자체다.
- 가도카와 문고 담당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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