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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중고도서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 본격 며느리 빡침 에세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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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54g | 140*190*15mm
ISBN13 9791190224376
ISBN10 119022437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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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너덜너덜해졌는데 옷 한 벌로 대신하겠다고? 내 마음이 고작 옷 한 벌 값인가? 내 마음은 금목걸이 하나 값인가? 나는 시어머니가 마음대로 화풀이하고 막말을 해도 옷 한 벌 사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헤헤 웃어야 하는 욕받이인가? 선물이라고 주는 건데 왜 내 마음은 더 비참해지는 걸까?
별로 받고 싶지도 않은 선물을 받아 들고 와서 내가 계속 뚱해 있자 남편이 한 소리 했다.
“그래도 좀 웃어.”
그 말이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하지만 솔직한 내 마음을 남편에게, 아니 사실은 시어머니 면전에서 소리 지르고 싶었다.
이런 거 다 필요 없으니 나를 인격적으로 대해달라구요!!
--- 「사과의 방법」 중에서

병원 침대에 누워 초음파를 보는데 의사가 “아기 잘못되었네요.”라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내뱉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믿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나는 당연히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 충격과 괴로움이 익숙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크기를 보았을 때 아기는 이미 한 달 전에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도저히 직접 전화할 용기가 나지 않아 남편을 통해 소식을 알렸다. 남편이 유산 소식을 전하자마자 어머니는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남들 다 하는 임신, 유세하느라 전화해도 얼굴도 안 비치더니!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그 말을 듣고는 더더욱 어머니에게 전화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직접 말씀은 드려야겠기에 그나마 마음을 다잡고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다.
“왜 그랬냐?”
시아버지의 첫마디였다. 나는 무엇을 바란 것일까.
--- 「왜 그랬냐」 중에서

어느 날 시아버지와 남편, 나 그리고 아이 이렇게 넷이서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시아버지 차였기 때문에 아기 카 시트가 없어서 내가 아이를 안고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도저히 달래지지 않을 정도로 울기 시작했다.
결국 조수석에 있던 남편에게 눈짓 손짓으로 작게 말하며 모유좀 먹이게 차를 세워달라고 했는데 시아버지가 들으셨는지 한마디 하셨다.
“어이구, 그냥 여기서 해. 내가 네 젖 먹냐?”
순간 나는 차 안에서 대성통곡하고 있는 아이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이 무슨 끔찍한 단어 선택이며 낯 뜨거운 망언이란 말인가!
--- 「‘젖’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중에서

아이가 신생아기를 지나 배밀이를 하고, 앉고 걷는 등 하나둘 새로운 영역을 넓혀갈 때마다 시가 식구들만의 희한한 기준이 적용된다. 잠투정이 심해 재우기도 힘들고 밤엔 시간마다 깨서 너무 괴롭다고 하면 “아이구, ‘우리 아들’은 눕혀놓기만 해도 알아서 잘 잤는데 얘는 누굴 닮았냐?”라는 말이 나온다. 이유식에 무엇을 넣든 잘 먹는다고 하면 “넌 가리는 것도 많더니 식성은 ‘우리 아들’ 닮아 키우기 수월하겠다.” 하신다.
한번은 시아버지가 또 농담이랍시고 애 걸음 늦는 걸 시비 삼기에 정색을 해버렸다.
“‘우리 아들’은 돌잔치 때 뛰어다녔는데 얜 누굴 닮은 거냐? 혹시 너네 집안 애들은 늦게 걸었냐?”
“아버님! 자꾸 그러시면 저도 기분이 안 좋아요. 저는 웃기지 않아요.”
순간 민망한 공기가 방 안을 채웠고 시아버지는 머쓱해했지만, 참다 참다 그 말을 던진 나는 꽤 속이 후련했다.
--- 「누굴 닮았나」 중에서

아이가 마구 떼쓰며 울고불고하는 동영상도 내 눈엔 너무 귀여워 찍어둔 건데 그런 것도 시부모님과 공유하며 같이 웃고 싶다. 인형처럼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아이, 네 살에 한글을 읽는 아이, 영어 동요를 부르는 아이의 모습만 시부모님께 보내고 싶진 않다. 아이의 얼굴 상태나 아이의 옷, 아이가 먹는 반찬, 아이의 발달 상황을 시시각각 점검받으며 살고 싶지도 않다.
며느리는 손자를 잘 키우나 못 키우나 감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며느리도 손자도 모두 그저 사랑하는 가족이 되기를 바란다. 아이가 너무 예쁘고 자주 보고 싶은 것도 당연히 이해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서 며느리의 육아 방식을 응원해준다면 정말로 좋겠다.
--- 「단체 채팅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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