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정을 인식하며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내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명확해지는 것만으로 나와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나를 공감해주는 길이고, 그래야 타인과의 공감으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는 무리한 부탁을 정중히 건강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 거절과 부탁이 어려워 내 에너지를 소진하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답답한 분들이라면 더욱더 형식이 있는 감정일기를 적어보시길 추천한다. 어쩌면 타인의 마음과 취향은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나에게는 꽤나 무심했다는 것에 미안해하며 눈물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속도도 빨라질 것이고 정말 쉽게 감정들을 지나 보낼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니, 포기하지 말고 한 페이지의 매직브러시를 경험해 보시기를 바란다(도서 안에 감정일기를 위한 양식이 담겨 있음).
---「이은숙, 〈서랍에 넣어둔 나를 찾았습니다〉」중에서
#2
소재웅_ “그런 의미에서 초반에 말씀하신 “코칭은 배에다가 돛을 달아주는 것”이라는 표현이 참 적절한 것 같아요. 각자의 배는 있잖아요. 그런데 그 배에 돛을 달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계속 내가 있는 그 바닷가 한 군데에서만 정체한 상태로 있을 수도 있잖아요. 막상 돛을 달고 나니 생각보다 쉽게 갈 수도 있고 ‘여기에도 이런 세계가 있었네!’ 하며 새로운 섬도 발견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코칭이라는 것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포인트를 주어서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아닐까 싶네요.”
이은숙_ “예, 맞아요. 1도만, 진짜 1도만 방향을 틀어도 그게 결국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커다란 방향 전환이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새해 계획을 세울 때에도 거창하게 세워놓기 때문에 못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적으면서도 안 될 걸 알아요(웃음). 남들이 다 하니까 그런 계획을 세우는 거죠. 중요한 건, ‘이게 진짜 나한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봐요. 그리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이게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죠. 작더라도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가령 내가 지각하는 습관이 있어서 고치고 싶을 때 ‘지각 안 할 거야!’라고 다짐하더라도 지각을 안 하는 건 진짜 어렵거든요. 지각을 안 하려면 자기 삶의 패턴 전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것들을 다 둘러봐야 5분, 10분 조금 더 일찍 나갈 수 있는 거죠. 어쩌면 그 ‘5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셈이에요.”
---「이은숙, 〈서랍에 넣어둔 나를 찾았습니다〉」중에서
#3
말씀해 주신 것처럼 모든 일상이 이렇게 진행이 되면 소진돼서 살 수 없겠죠. 일상 속에서 부모님하고 대화할 때도 어떻게 매번 이렇게 경청을 하겠어요. 그래도, 상대방과의 대화 속에서 무언가가 ‘포착’이 될 때가 분명 있어요. 편한 친구들과 만나서 서로 자기 말만 하고 쓸데없는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그 어떤 미묘한 감정이나 상대방의 불편함 등등 상대방의 말에서 중요한 핵심이 느껴지는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정말 짧은 두세 마디 질문을 통해서라도 진짜 집중해서 들어주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사실 우리가 아무한테나 경청하고 싶진 않잖아요. 나랑 깊고 오래갈 대상과 대화를 하는 사이에 내게 그런 것들이 포착된다면, 그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집중해서 그 사람을 마주하는 거죠. 2~3 문장, 짧게는 5분에서 10분간 대화하더라도, 그렇게 대화하면 훨씬 깊어지는 것 같아요.
---「이은숙, 〈서랍에 넣어둔 나를 찾았습니다〉」중에서
#4
저희가 정말 많은 대화를 하며 살아가다보면, 순간순간 움찔움찔할 때가 있잖아요. 대화를 주고받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죠. 그런데 우린 그런 것에 대해 사실 별 내색을 안 해요. 그러면서 조금씩 소원해지기도 하죠.
그런데 ‘이음’이라는 의미는, ‘대화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에게 중요한 부분을 캐치해 주고 그 부분을 충분히 공감해주는 것’을 의미할 거예요. 가령, 상대방의 어떤 부분이 나한테 그동안 특별히 부정적으로 부각되어 보였어도, 정말 핵심적인 어떤 하나가 연결이 되면, 즉 이어지면, 나와 대화하는 그 사람과 깊은 친밀감과 연대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거죠. ‘이 사람이 내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구나! 대화를 해도 괜찮은 사람이구나! 마주해도 되는 사람이다!’라고 느끼게 되는 거라고나 할까요.
---「이은숙, 〈서랍에 넣어둔 나를 찾았습니다〉」중에서
#5
그래도 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우리는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자. 내가 소리지르고 억압한다고 해서 상대를 절대로 바꿀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음을 기억한다면 타인을 대하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기보다 나 자신에게 사랑의 언어를 많이 적용할 수 있다. 내가 충만해져서 부드러워진다면 외부의 자극은 한층 작게 느껴질 테니까.
결국, 사랑이란 것은 당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마음과 말과 행동이 모두 어우러져 맺어지는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잘 이어지고 싶다면 걸음과 생각을 멈추고, 주목하고 관찰하고 기억해라. 그리고 행동으로 직접 표현해라. 언제까지 “원래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핑계를 댈 것인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영원히 내 옆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라. 나 또한 그렇게 미련한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습관대로’가 아닌 ‘배운대로’ 조금씩 노력하고 표현하다 보니 그 누구보다 나와의 사이가 좋아지고 좀 더 여유있게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내가 했다면,
당신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은숙, 〈서랍에 넣어둔 나를 찾았습니다〉」중에서
#6
소재웅_ “코치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성장’이란 무엇인가요?”
이은숙_ “예, 좋은 질문입니다(웃음). 앞에서 말한 부분과 연관지어 말씀드리고 싶어요. 남과의 비교 때문에 만들어진, 결핍을 채우려고 발버둥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무언가를 동경(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 닮고 싶은 마음)하여 쫓았을 때, 거기서부터 좋은 성장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강의하는 저를 예로 들자면, ‘오늘 내 안의 만족도가 더 높아졌어!’라는 느낌, 그러니까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에 비해 내가 성장했다는 만족감이 있다면, 그게 좋은 성장 아닐까요? 그랬을 때 비로소 계속 그쪽 방향으로 동기 부여가 돼서 쭈욱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한 성장은 끝도, 진정한 만족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내 마음 속 롤모델’을 정해서 그를 따라가는 건 질투나 단순한 비교의식과는 다른 부분이겠죠.”
---「이은숙, 〈서랍에 넣어둔 나를 찾았습니다〉」중에서
#7
재능과 강점은 차이가 있다. 재능이 주어지는 것, 즉 타고난 것이어서 자연스러운 사고, 감정, 행동 양식이라면, 그 재능을 학습과 경험을 통해 역량으로 만들어 나만의 무기로 삼으면 강점이 된다. 강점을 사용하면 누가 봐도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옷을 입고 있구나’를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내가 나의 의지에 따라 원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가령, 인내심이 나의 강점이지만 정의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인내하지 않고 자기 주장을 펼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강점은 반복해서 활용하려고 하고 만족감이 있으며 그것을 통해 수행했을 때 느껴지는 나의 감정이 행복에 가깝다. 즉, 몰입할 수 있게 되고 열정이 생기며 계속해서 그것을 활용하려고 하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앞에서도 말했듯, ‘나에게 타고난 재능을 어떻게 가꾸느냐’ 하는 것이 강점을 보유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된다. 아무리 유머가 강점인 사람도 때와 장소에 맞추는 능력이 없다면 큰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들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다면, 그 재능을 단련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그것을 기여하며 확장되는 모습은 〈생활의 달인〉에 등장한다. 이렇게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면 ‘재능’과 ‘강점’의 차이가 더 분명해질 것이다.
---「이은숙, 〈서랍에 넣어둔 나를 찾았습니다〉」중에서
#8
소재웅_ “예, 그리고 강의 현장이란 게 사실 강의를 하는 사람과 강의를 듣는 사람간의 기운이 부딪히는 현장이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결국 강의를 진행하는 사람과 강의를 듣는 사람 간의 연결이 잘 안 된 상태로 끝날 때도 있다고 봐요.
혹시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려운 분위기를 돌파하는 코치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이은숙_ “맞아요, 그 기에 눌리면 강의가 힘들어지긴 해요. 그렇다면 그러한 부분을 저는 어떻게 돌파하느냐, 어쩌면 저의 이야기가 식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저는 굉장히 감사해하면서 강의장에 가요. 제가 뭐라고, 이런 분들한테 강의를 하지? 그런 고마운 마음으로 가죠.
그렇다고 억지로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러면 비굴해지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제가 꿈꾸던 순간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강의를 하고 있는 이 순간이 바로 내가 기도하고 바라고 마주하고 싶던 순간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해요. 내가 꿈꾸던 그 무대에 ‘지금’ 서 있다고 인식하는 거죠. 그러니까 강의를 소홀히 할 수 없고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게 되요. 왜냐하면 여기서 뵙고 나면 언제 또 볼지 모르는 분들이잖아요.
이건 단순히 잘 보이려는 개념하고는 조금 달라요. 진짜 이 순간에 집중하는 거죠. ‘내가 이분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동안 노력들을 했고 꿈을 꾸었고, 그 모든 순간순간이 다 맞아떨어져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한순간도 놓칠 수가 없는 거죠. 대충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이러한 제 마음가짐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아무것도 없던 제가 강의를 할 수 있는 거겠죠?(웃음)”
---「이은숙, 〈서랍에 넣어둔 나를 찾았습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