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나무 중에서 인도에 있는 나무는 멧대추(nabq)뿐이다. 그런데 그곳 멧대추나무는 대단히 굵다. 대추알이 5배자(倍子, 'afs)만큼이나 크고 아주 달다. 그곳에는 수종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도 없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는 망과(芒果, 'anbah)나무가 있는데, 귤나무(naring)와 비슷하다. 그러나 더 굵고 잎사귀도 더 많으며, 다라서 그늘도 더 많이 진다. 그늘이 너무 짙다보니 그 밑에서 자다간 병 들기 일쑤다. 열매는 큰 배만한데, 익기 전에 떨어진 푸른 열매를 주워서 마치 우리나라에서 라임(laim)이나 레몬을 절이는 것처럼소금에 절인다. 그들은 또한 생강이나 후추도 넝쿨째로 절였다가 밥과 함께 먹는다. 밥을 한입 먹고는 이러한 절임채를 한입 먹느다. 망과는 초가을에 익으면 노랗게 되는데, 사과처럼 따먹는다. 어떤 것은 칼로 잘라서 먹고, 어떤 것은 즙을 빨아먹기도 한다. 달기는 하지만, 약간 시금털털하다. 큰 씨가 있어 귤나무 등 과수의 씨를 심는 것처럼 씨를 심으면 나무가 자라난다.
또한 샤키(shaki)와 바르키(barki)라는 나무가 있다. 흔한 나무로서 잎은 호두잎 비슷하고 열매는 나무뿌리에서 맺는다. 그런데 그중 열매가 지면에 닿도록 자란 나무를 바르키라고 하는데, 그 열매는 아주 달고 맛도 있다. 이에 비해 열매가 지면 위에 달리도록 자란 나무를 샤키라고 한다. 열매는 큰 호롱박 비슷하며 껍질은 소가죽 같다. 샤키열매는 가을에 누렇게 될 때 따서 쪼개면 그 안에 오이씨 같은 시가 1,2백 개씩 박혀 있다. 씨 사이에는 노르스름한 막이 붙어 있으며, 씨 속에는 큰 잠두(蠶豆)살 비슷한 속살이 들어있다. 그 속살을 볶거나 삶으면 꼭 잠두맛이 난다. 물론 그곳에 잠두는 없다. 이 속살을 붉은 흙 속에 파묻어두면 이듬해까지 저장된다. 샤키와 바르키가 인도지방에서는 좋은 과실로 친다.
흑단(黑檀, abnus)의 열매인 탄두(tandu)는 살구씨만큼 크고 빛깔도 같으나 대단히 달다. 퍽 오래 살고 키도 큰 나무의 열매인 자문(jamun)은 올리브(zaitun)와 비슷한데, 검정색이고 씨는 올리브처럼 하나다. 그곳에는 단귤은 많으니 신귤은 아주 드물다. 그런데 시큼달콤한 제3종의 귤이 있는데, 라임 크기만 하고 아주 맛있어서 나는 즐겨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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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나니 시를 출발해 도착한 곳은 싸유쓰탄(sayustan) 시다. 큰 도시이기는 하나 시외는 온통 사막과 모래뿐이고 나무란 아라비아 고무나무(Ummu Ghailan)뿐이며 강가에 심는 것이란 고작 수박이 전부다. 식료품으로는 옥수수와 무슈나크(mushnak)라는 야완두(野豌豆 julban)가 있는데, 이것으로 빵도 만든다. 이곳에는 생선과 물소젖이 흔하며 사람들은 도마뱀(saqanqur)을 잡아먹는다. 도마뱀은 마그리브 사람들이 '천당의 살무사(hanishatu'l jannah)라고 부르는 움무 하닌(ummu hanin)과 비슷한 작은 동물인데 꼬리가 없다.
내가 보니 그들은 모래를 파고 그 속에서 도마뱀을 잡아 배를 가른후 내장은 버리고 속에 울금(鬱金) 가루를 넣는다. 그들은 울금을 '자르드 슈바(zard shubah)'라고 하는데, '황색침향(沈香)이란 뜻이다. 그들은 사프란(za'faran) 대신에 울금을 쓴다. 나는 그들이 도마뱀을 먹는 것을 보고 역겨워서 도저히 무엇을 먹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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