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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이희철 | 리수 | 2007년 07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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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53*224*30mm
ISBN13 9788990449801
ISBN10 8990449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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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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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시아라고 불리는 아나톨리아의 북부에는 흑해가 있고 남쪽에는 지중해, 서쪽에는 마르마라해와 에게해가 있가 있다. 이들 해양들은 인류 문명의 발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아나톨리아 반도에 터키인이 들어온 것은 10세기경이었으나, 아나톨리아 반도는 터키인이 들어오기 이전, 저 멀리 구석기 시대부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나톨리아 반도의 흥망성세를 기록한 역사는 세계사를 축약한 것이라 할 만큼 다양하고 다채롭다. 터키의 전역에는 약 1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오스만 제국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인 유적과 유물들이 빛이 바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아나톨리아 반도를 지나간 굵직한 역사적인 시대를 열거해보면,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히타이트 시대, 프리기아 시대, 우라르투 시대, 리디아 시대, 페르시아 지배 시대, 헬리니즘 시대, 로마 시대, 비잔틴 시대, 셀주크 시대, 오스만 제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문명의 유적과 유물이 산재해 있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터키는 영국의 문명사가 토인비(1889∼1975)가 자신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류 문명이 살아 있는 야외 박물관 같은 나라이다.(p18~19)


기원전 6,000년 인류 최초의 집단 주거지가 발굴된 곳, 차탈회윅.
철기를 사용한 히타이트인의 제국이 있었던 곳, 보아즈칼레.
세계 최초로 주조 기술을 개발한 리디아인이 거주한 곳, 사르트.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발원하는 곳.
궤변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태어난 곳, 시노프.
아브라함이 태어난 곳과 제2의 고향 샨르우르파와 하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두 개, 아르테미스 신전과 마우솔로스 능묘가 있는 곳, 에페스와 보드룸.
창세기의 무대로 노아의 방주가 있다고 믿어지는 곳, 아라랏 산.
초기 기독교 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동굴 집에서 거주한 곳, 카파도키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작가 호메로스가 탄생한 곳, 이즈미르.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태어난 곳, 보드룸.
율리우스 시저가 "왔노라, 보았노라, 정복했노라(Veni, Vidi, Vinci)"라는 말을 남긴 곳, 아마시아.
사도 바울이 태어난 곳, 타르수스.
요한 계시록에 나와 있는 7대 교회가 있는 곳.
산타클로스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가 탄생한 곳, 파타라.(p.19∼20)

터키가 위치한 소아시아 반도는 유대인들과 잡신을 믿던 이방인들에 대한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이 있었던 곳으로 기독교 역사상 초대 일곱 교회가 이곳에 있어 기독교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성지이다. 기독교 교회사 면에서 볼 때, 교회가 핍박당하던 어둠의 시대에 생긴 초대 일곱 교회의 시대와 서기 300년대 초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되어 동로마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서양 기독교의 중심지가 된 시대가 모두 터키 땅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터키는 기독교 역사가 살아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p.53)

우리가 비잔틴 제국이라 부르는 동로마 제국(330~1453년)의 수도에 이어 오스만 제국(1453~1923년)의 수도가 바로 이스탄불이다. 로마 제국은 테오도시우스 1세의 사망 후 동?서로 분열되었는데, 서로마 제국은 476년 멸망하였으나, 동로마 제국은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명맥을 유지하였다. 동로마 제국은 그 수도의 옛 이름이 비잔티움인 데서 보통 비잔틴 제국이라 불리고 있다. 이스탄불은 1,600여 년 간 양대 제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궁전, 모스크, 수도원, 능묘, 성벽, 폐허 등 현대와 과거가 어디를 가도 공존한다. 리무진과 마차가 함께 달리는 다양하고도 독특한 모습과 멋을 느끼게 하는 곳이 이스탄불이다. 동서, 고금, 성속이 하나 되어 극명하게 나타나는 도시가 바로 이스탄불이다.(p.87)

지정학적인 면에서 볼 때, 터키는 국토의 97%가 아시아 대륙에 있으므로 아시아 국가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터키가 유럽 국가임을 알 수 있다. 셀주크 제국의 멸망에 뒤이어 등장한 오스만 제국은 현재의 소아시아 반도를 정복하고 그 영토를 유럽, 아프리카로 팽창해나가면서 유럽과의 접촉을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오스만 제국의 근대화는 한마디로 말하면 서구화였다. 헌법에 의한 정치 개혁의 신호였던 [탄지마트(개혁, 개조를 의미하는 아랍어)]가 그 시작이었다. 과거의 터키인들은 아시아인이었지만, 정복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동양적인 기질과 성격을 유지하되, 외향적으로는 서양인이 되는 과정을 밟았다. 오스만 제국의 역사는 서양이 되고자 하는 오스만 지도자들의 열망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터키는 서구의 종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직도 이슬람을 믿는 국가로 남아 있을까? 이슬람 종교는 오스만 제국의 정복과 영토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정복지에 세워진 미나레가 딸린 이슬람 사원(모스크)은 영토 확장의 상징이었다. 터키족은 소아시아 반도에 들어오면서 이미 페르시아에서 확장된 이슬람을 쉽게 받아들였다. 영토 확장 시에도 오스만 조정은 이슬람 종파의 족장들과 늘 협력 관계에 있었다. 이슬람은 개인이나 국가 생활을 지배하게 되었고, 어느덧 터키인들에게 정신적인 체계가 되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 한국인이 생활 양식은 서양을 따르면서도 정신 세계에는 유교 사상이 남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p.135∼136)

터키인의 조상이 흉노(匈奴)와 돌궐(突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산적의 이름과도 같은 아름답지 못한 조상의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이름이 이렇게 붙여진 이유는 중국 사가(史家)들이 이들 유목민을 야만족으로 묘사하려 했기 때문이다. 한자의 뜻을 살펴보자. 흉(匈)이 주는 어감도 안 좋은데 노(奴)는 남자 종 또는 다른 사람을 천하게 부를 때 사용된 말이니 종 같은 족속이라는 뜻일 것이다. 돌궐의 돌(突)은 부딪칠 돌, 대머리 돌, 갑작스럴 돌의 뜻이며 궐(厥)은 오랑캐 이름이라는 뜻으로, 돌궐은 날뛰는 오랑캐 족속이라는 뜻일 테니 제대로 붙여진 이름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이런 어감을 통해 무언가 강한 힘이 느껴진다고 하면 무리일까?
흉노와 돌궐이 자신들의 족속 이름을 오래 전에 문자로 남겨놓았다면 조상의 이름이 이렇게 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돌궐이 남긴 비문이 19세기 말 러시아 고고학자에 의해 뒤늦게 발견되고, 덴마크 학자에 의해 판독된 후 돌궐이 터키족의 조상임이 확인되었다.
사실 터키 내에서도 흉노와 돌궐이 그들의 조상인지를 아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다. 흉노나 돌궐은 다 한자식 표현이며, 터키에서는 흉은 [훈]으로, 돌궐은 [쾩튀르크]로 적고 있다. 흉노는 기원전 3세기경부터 중국 북방에 나타난 유목 민족이었고 돌궐은 6세기경 중국 변방에 나타난 유목 민족으로, 이들은 중국에 대항하면서 광활한 스텝 지역을 통일하고 유목 제국을 건설하였다. 특히 돌궐 제국은 그들의 근거지인 몽골의 오르혼 강 주변에 여러 개의 비문을 남겼는데, 이 비문들의 발굴로 터키에서는 최근 오르혼 비문 및 돌궐에 대한 연구도 가열되고 있다. 돌궐 비문에 나타난 쾩튀르크는 [하늘이 내려준 터키인] 즉 천자(天子)라는 뜻이다.(p.139∼140)

터키어에는 친밀함을 표현하는 말이 많이 있다. 특히 부부나 자녀 사이에서 많이 쓰고 있다. 우선 부부 사이의 애정을 확인하는 말로는 셰케림(내 설탕), 자늠(내 생명), 카르즈음(내 아내), 발름(내 꿀) 등인데, 이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터키인들이 사용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들린다. 젊은 부부가 사용하면 두 사람만의 사랑이 뜨겁게 느껴지고, 노부부가 사용하면 서로 존경하며 완숙된 부부애를 느끼게 된다. 우리가 여보, 당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사랑의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이름에다 [지임]을 붙이면 우리 할머니가 손자에게 [내 새끼] 하는 정도의 감정을 담는다. 아이의 이름이 닐균이라면, 단순히 [닐균]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닐균지임]이라고 부를 때 감정이 들어가 있는 표현이 된다.
터키인 부부가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보자. 전화를 먼저 건 사람이 상대편에게 "셰케림, 나야" 하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전화 통화를 마감하는 대화는 어떤가? 대화의 성격에 따라 마지막 말을 정리한 후 "욉튐" 하면서 수화기를 놓는다. 어린 아이식 표현으로 뽀뽀했다는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전화상으로 뽀뽀했다고 말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사랑 감정을 표시해준다. 이런 식의 전화 통화는 단지 부부 사이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에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p.184∼185)

터키인들의 성(姓) 가운데는 토팔올루, 파르막스즈올루가 있는데 그 뜻은 절름뱅이 아들, 손가락 없는 아들이니 왜 수많은 성 중에 자신의 약점을 보일 수 있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그것이 궁금하였다.
터키인들은 성(姓)을 사용하도록 하는 성 사용법이 공포된 1934년 이전에는 성을 사용하지 않았다. 성이 없으니 한 동네에 이름이 같은 사람이 몇 사람씩 있을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 사는 메흐메드, 산중턱에 사는 메흐메드, 목동으로 일하는 메흐메드는 이름은 같으나 사람이 다르니 이들을 다르게 불러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보통 별명이라고 하는 것으로 그 메흐메드를 구별하였다. 별명은 주로 신체적인 특징이나 아버지의 직업, 살고 있는 마을의 특징 등으로 붙여졌다.
성 사용법이 공포되어 그때까지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해 그다지 고민한 흔적이 없는 단어들이 성으로 기재되었다. 아마 현재 시점에서 성을 사용하라고 했다면 터키인들도 고민을 했을 텐데, 그때만 해도 문맹률이 높을 때여서 자신의 신체 약점이나 직업 등을 나타내는 별명을 성으로 하였으니 얼마나 대담하고 순진한 결정인가? (p.202∼203)

터키인 학자가 쓴 "터키인들은 누구인가"라는 글의 서두에 있는 부분인데, 내용이 재미있고 생각해볼 점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현대 복장을 한 여성과 두건을 쓴 여성이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사원 입장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현대 복장의 여성이 두건 쓴 여성에게 이 줄이 입장표를 사는 줄인지 아닌지를 먼저 묻는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이렇다.

두건 여성 : (놀라며) 아니 터키말을 아세요?
양장 여성 : (당황한 듯) 예에, 터키 사람이에요.
두건 여성 : 아~, 전혀 터키 사람 같지 않네요. 외국인인 줄 알았어요.
양장 여성 : 당신도 전혀 터키 사람 같지 않아요. 아랍 사람인 줄 알았어요.
두건 여성 : 엠함둘라(신에 감사하다는 뜻), 우리는 다 무슬림이고 터키 사람이죠 뭐.
양장 여성 : 맞아요

위 대화는 누가 토종이고 누가 이방인인지 구분 안 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잘 대변해주는 대화 대목이다.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사람이 만나 터키인임을 확인하는 것인데 문화의 차이로 인해 서로를 이방인으로 보려는 사례는 생활 속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p.259∼260)

코레 가지씨들은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쟁 중의 참혹한 상황을 기억하기보다는 전쟁 이후 발전된 한국을 자기 조국이 발전한 것만큼이나 내심으로 기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국을 바탄(조국)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 한국민에 대해 가진 애정은 한국의 좋은 면만을 기억하려는 마음에서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한국전에서의 기억이란 목숨을 내놓고 군인 정신으로 싸웠던 무용담뿐이다. 전쟁 중에도 터키군은 한국의 전쟁 고아들을 모아 보살피기 위해 앙카라 학교를 세웠다.
한국인을 카르데쉬(형제)로 보게 된 것은 코레 가지씨의 한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단순히 카르데쉬로 끝나지 않는다. 애정의 정도를 강하게 나타내고 싶을 때는 칸카르데쉬(피로 맺은 형제)라고 부른다. 한국인은 피를 같이한 친형제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한국전에 참전한 용사들은 그 이후 코렐리(한국인)라는 별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 마을에 메흐메드가 둘 있다면 한국전 참전 용사는 코렐리 메흐메드로 부르게 되었다. 코레 가지씨들은 이름 대신 코렐리라고 불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 전쟁 이후 생긴 터키의 코렐리들은 한국의 대명사가 되었다.(p.301)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부. 아나톨리아 이야기
현재 터키가 자리잡고 있는 아나톨리아 반도는 약 1만 년 전의 구석기 시대로부터, 철기 시대를 주름잡은 히타이트 제국, 그리고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명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과연 ‘인류 문명의 박물관’이라는 칭송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아나톨리아 반도는 기원전 1세기 경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기독교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노아의 방주가 묻힌 아라랏산과 요한 계시록에 기록된 초대 일곱 교회 등 수많은 기독교 유적이 남아 있다. 지금도 사도바울이 포교를 하고 성모 마리아가 승천한 에페스는 성지를 찾는 기독교인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 그리스와 로마의 무대였기에 신화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전하며, 미다스 왕과 트로이 목마 유적 등은 실제로도 볼 수 있다. 아르테미스 신전을 비롯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두 개가 발견된 곳도 아나톨리아 반도이다.
이와 같은 화려한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곳은 당연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1600여 년 간 양대 제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궁전과 모스크, 수도원과 능묘, 성벽과 폐허 등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여 마치 리무진과 마차가 함께 달리는 다양하고도 독특한 모습과 멋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2부. 터키 이야기
1920년은 터키 역사상 큰 획을 그은 시기로서, 오스만 제국의 말기이자 터키 공화국이 탄생된 때이다. 같은 해 국내의 한 일간지에서도 “비참히 망하는 토이기 제국, 삼억만 회회교도의 큰 서름”이라는 제목으로 오스만 제국의 말기 상황을 전한 바 있다.
오스만 제국은 사라졌어도 터키 국민은 99%가 이슬람을 믿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라 불리지는 않는다. 국가 운영이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별개로 이루어지는 소위 ‘세속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57개 이슬람 국가 중 ‘세속주의’를 택한 나라는 터키뿐이다.
물론 ‘세속주의’에 저항하는 이슬람계의 저항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01년 10월에는 새학기가 시작되어 보수 이슬람계 여학생이 두건을 착용한 채로 강의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두건 위에 가발을 쓰고 강의실로 들어간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터키는 동서로 세력을 뻗쳤던 여러 문명의 중심지였지만, 오늘날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는 못하다. 터키인의 조상들은 너무 힘이 강하여 언제나 적대 대상이 되었고, 그래서 상대편의 입장에서 기록된 역사는 자신들을 문명인으로 터키인의 조상은 야만인으로 서술하여왔다. 이 때문에 중국은 흉노나 돌궐이라 칭하여 변방의 오랑캐쯤으로 여겨왔고, 유럽 입장에서도 십자군 전쟁으로 인한 지속된 적대 감정으로 터키사는 축소되어 왔다.

오늘날의 터키는 동양과 서양 문화, 옛 것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재미있는 사회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한편에서는 배꼽티를 입은 여성이 있는가 하면 이슬람을 상징하는 두건을 둘러쓴 여성이 함께 거리를 활보한다. 터키는 제국의 역사와 유적, 천혜의 자연조건, 그리고 여유롭고 넉넉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괜찮은 나라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소득을 알게되면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터키에서는 서너 사람의 식대가 1억 리라가 넘게 나올 정도로 인플레가 심하다. 물가 상승은 1970년대 말 이후 계속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합작 제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곧 터키의 무시할 수 없는 구매력을 대변해줌과 동시에 지하경제의 위력을 말해준다. 터키의 미등록 경제 규모는 국민소득의 50%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터키의 실제 생활 수준은 비교적 여유롭다.
터키인은 제국의 후손으로 대륙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자존심이 강하고 명예와 대의명분 또한 중시하는 경향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인정이 넘치고, 인간적이다. 만약 여행을 하다 낯선 부인에게 길을 묻는다면, 그 부인은 ‘울름’ 또는 ‘크즘’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길손에게 내아들, 내딸이라니 그 뜻을 알면 감동의 폭은 더욱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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