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너그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저 너그러운 미소가 아니었다. 영원히 위로가 될 것 같고 평생 네댓 번 볼까 말까 한 진귀한 미소였다. 잠깐 온 세상을 마주했다가, 혹은 마주한 듯했다가 상대를 보면 그 사람을 까닭 없이 두둔하여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미소였다. 그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그 사람을 믿으며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좋은 인상을 그대로 받았다고 말하는, 그런 미소였다.---p.61
갑자기 그는 신의 응보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하나님께 맹세코 진실을 얘기하죠. 나는 중서부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식구들은 모두 죽고 없죠. 미국에서 자랐지만 옥스퍼드에서 공부했어요. 우리 집안은 조상 대대로 그곳에서 교육을 받았거든요. 집안 전통이죠.” 그는 곁눈질로 나를 보았다. 그제야 나는 조던 베이커가 왜 그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p.81
그렇게 소박한 청이었다니. 오 년을 기다려서 저택을 사고 몰려드는 나방들에게 별빛을 나눠준 사람이 정작 자신은 어느 날 오후 남의 집 정원에 ‘건너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단 말인가. “겨우 그런 부탁을 하면서 굳이 그 긴 사연을 전부 털어놓아야 했던 겁니까?” “두려운 거죠. 너무 오래 기다렸잖아요. 혹시 당신이 기분 상하진 않을까 걱정했나 봐요. 정말 불요불굴의 사나이죠.”---p.98
“데이지 목소리가 조심성이 없죠. 온통 …… ”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개츠비가 불쑥 말했다. “데이지 목소리는 온통 돈으로 가득 차 있죠.” 그거였다. 그 전까지 미처 몰랐다. 데이지의 목소리가 돈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 안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무한한 매력, 짤랑거리는 소리와 심벌즈의 노랫소리, 그것은 돈이었다.---p.150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누고 걸어 나왔다. 그러다 울타리에 닿기 직전에 무언가가 떠올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곤 잔디밭을 가로질러 소리쳤다. “그들은 썩었어요. 그들을 다 합쳐도 개츠비 씨 한 사람을 못 따라갑니다.” 지금도 나는 그 말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마뜩잖았으므로 그것은 내가 그에게 해준 유일한 칭찬이었다.---p.192
개츠비는 그 녹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눈앞에서 멀어져가는 그 황홀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빠져나갔지만, 상관없다 ……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 그러면 어느 화창한 아침 …… 그렇게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노를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