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저 조 이니스는 미국의 신인상주의 화가로, 인간이 닿을 수 있는 진실을 찾는 신선한 화풍, 탁월한 감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으며 조각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웨스트코스트」 신문사에서 정치부 필자, 편집자,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한국, 프랑스, 포르쿠갈, 터키, 일본, 영국, 멕시코,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면서 전시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낚싯줄을 정확히 유지하지. 다만 운이 안 따른 것뿐이야.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은 다를지도. 매일이 새로운 날이니까. 운이 따르면 더 좋지. 하지만 나는 정확한 곳에 있을 거야. 그러면서 운이 좋으면 준비가 단단히 되는 거지.’ --- p.26
물고기를 낚기 전에 푹 눌러쓴 밀짚모자가 자꾸만 이마를 파고들었다. 갈증도 나서, 무릎을 대고 앉아 줄이 당겨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뱃머리로 최대한 몸을 뻗었다. 손에 물병이 잡혔다. 마개를 열어서 조금 마셨다. 그런 다음 뱃머리에 몸을 기댔다. 돛이 감긴 돛대 위에 앉아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견디기만 하려고 애썼다. --- p.36
‘오늘 주요 야구 경기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구먼, 라디오를 갖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다가 그는 다시 생각했다. ‘항상 이걸 생각하라구. 네가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해.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돼.’ --- p.37
‘당장 다랑어를 먹어. 그러면 손에 힘이 생길 거야. 이건 손의 잘못이 아니야. 넌 몇 시간째 고기랑 씨름하고 있어. 하긴 넌 영원히 고기랑 같이 있을 수도 있지. 어서 다랑어를 먹으라구.’ 한 조각을 집어서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아주 맛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꼭꼭 씹으라구. 즙까지 다 빨아먹으라구. 라임 조각이나 레몬, 아니면 소금을 곁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 p.46
줄은 꾸준히 느릿느릿 올라왔고, 배 앞쪽의 수면이 불룩해지면서 물고기가 나타났다. 물고기가 끝없이 올라오면서 양 옆구리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물고기는 햇빛 속에서 환해 보였고, 머리와 등은 진보라색이었다. 빛 속에서 옆구리에 난 두꺼운 연보랏빛 줄이 보였다. 주둥이는 야구 방망이 길이였고, 양날 칼처럼 가늘었다. 고기는 똑바로 서서 물 밖으로 나왔다가, 다이버처럼 매끄럽게 다시 들어갔다. --- p.49
그는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것은 보지 못했고, 바다가 갈라지는 소리와 고기가 떨어질 때 육중하게 물 튀는 소리만 들었다. 줄이 빨리 풀리면서 양손이 심하게 베였지만, 이런 일이 있으리란 것은 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줄이 손바닥으로 미끄러지거나 손가락을 베지 않고, 굳은살이 박인 부분을 지나게 하려고 애썼다. --- p.64
“제가 배울 수 있는 게 많고, 할아버지는 제게 모든 걸 가르쳐주실 수 있으니까 빨리 기운을 차리셔야 해요. 얼마나 고생하신 거예요?” “많이 했지.” 노인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