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일어일문과 수료를 했다. 현재 출판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다이고로야 고마워」, 「어린이를 위한 다이고로야 고마워」, 「줄거운 돈」,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 「행복 - 돌고래에게 배우는 21가지 삶의 지혜」 등이 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 ……?” 당신은 누구. 당신은 누구. 당신이야말로 누군가요?
나는 나와 꼭 닮은 여자를 아연실색해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닮은 정도가 아니었다. 머리 모양도 화장도 달랐지만 눈앞에 있는 인간은 나와 너무도 똑같았다.
자세히 볼 것도 없이 한눈에도 알 수 있다. 머릿결, 피부, 목소리도 좀 닮은 게 아니라 완전히 똑같다. 그것은 기묘한 확신이었다. 그저 닮은 정도가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똑같은 것이다. 꼼짝도 하지 않는 발뒤꿈치에서 점차 공포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공포가 등짝을 피아노 터치로 타고 올라 머리 앞으로 쑥 빠져나갔다. 동시에 주술이 풀렸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눈앞에 있는 여자를 밀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그건, 나였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였다. 무서워. 도망쳐야 해.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았다. 이성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나는 몸속에서 솟아오르는 본능적인 공포에 떨었다 --- p.30
“그렇죠. 저도 긴가민가해요. 자라온 환경과 이름이 똑같다는 건 이상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몸을 가지고 각각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인간이잖아요.
혹시 우리가 쌍둥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더 자연스럽죠. 친척도 없고,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일을 알고 있는 건 아버지밖에 없으니까, 아버지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지 않겠어요?
저도 이제 와서 새삼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녀는 또 입을 다문다.
똑같은 인간치고는 어쩐지 반응이 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성질이 급하고 말투가 빠른 쪽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이 느리다. 시골에서 지내다 보면 성격이 그렇게 느긋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