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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무령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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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무령왕릉

: 권력은 왜 고고학 발굴에 열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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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707g | 152*225*30mm
ISBN13 9791157060580
ISBN10 1157060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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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태식
경북 김천 출생.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1993년 1월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기자로 입사해 부산지사와 체육부, 사회부를 거쳤다. 1998년 12월 같은 회사 문화부 기자로 옮겨 2015년 6월까지 17년간 오로지 문화재와 학술 전문기자로 일했다. 선문대 역사학과에서 고고학과 고대사 분야에서 신라 적석목곽분시대 도교 사상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기간 동안 몸소 체험한 풍납토성 발굴 역사를 정리해 《풍납토성 500년 백제를 깨우다》(2000, 김영사)를 냄으로써 언론인에 의한 고고학 발굴기의 시원을 열었다. 이어 화랑세기 진위 논쟁에 뛰어들어 그 필사본이 진본임을 증명한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2001, 김영사)를 출간, 그 진위 논쟁의 한 축을 담당했다. 더불어 한국고대사와 문화재 정책과 관련한 각종 논문 수십 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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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멸망 후 제사가 끊겼을 무령왕릉이 누린 최대의 축복은 악랄한 일본인 도굴꾼의 마수를 벗어났다는 점일 것이다. ---- p.57

배수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7월 5일, 갑자기 강돌 하나가 튀어나온다. 이게 아무래도 수상했다. 배수로 시공을 맡은 당시 삼남건업 현장 소장 김영일은 이게 아무래도 수상했다. “강돌이 왜 나와, 했지. 애들이 장난으로 갖다놓았나 이런 생각도 해봤어. 한데 말이야, 이게 땅속에서 나왔단 말이야? 퍼뜩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이거야. 강돌은 무덤돌이거든.” --- pp.87-88

폭우로 발굴단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빗물은 점점 구덩이를 채우고 있었고 자칫하면 무덤 안쪽으로 빗물이 역류해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에 놀란 조사단은 폭우를 고스란히 맞으며 허겁지겁 구덩이 동쪽 경사면을 파헤쳐 빗물을 빼낼 배수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작업이 모두 끝난 것은 7일 밤 11시 30분쯤이었다. 칠흑 같은 밤을 뚫고 배수로 개설 작업을 한 것이다. 이런 돌발 상황에서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김원룡을 비롯한 발굴단이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이미 철수해서 여관에 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발굴단은 폭우가 쏟아져 발굴현장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7일 밤부터 그 이튿날 새벽까지 현장을 다시 찾지 않았다. ---- p.111

실측도가 엉망으로 작성되는 바람에 여기에 표시돼 있지 않은 유물들은 출토 위치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찌 이를 고고학 발굴이라 할 수 있는가? ---- p.146

이상의 유물 채취 작업은 묘 밖에 발전기를 놓고 급히 가설한 전등 밑에서 철야 속행하였는데 광력도 부족하지만 유물들은 바닥에 깔려 나무 썩은 것과, 나무뿌리들이 섞인 층 속에 틀어박혀 있어 세소(細小)한 옥류(玉類) 따위의 원상(原狀)을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였고, 따라서 눈에 띄는 유물 일절을 들어내고 바닥에 남은 진토(塵土)를 빗자루로 쓸어내서 그것을 쌀가마니 2개에 넣어 후에 다시 정밀하게 옥류 기타 유물 잔재(殘滓)의 유무를 검사키로 했다. ---- p.161

그런데 고분을 발굴한다고 해서 그저 고구마 캐듯이 마구 파헤쳐 부장품만 들어내면 되는 것이 아니다. 발굴에서 유물의 채집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물들의 존재 방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그 당시의 매장하는 방법, 매장한 원상을 복원하는 것이다....(중략)....릴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즉 아무도 정보의 전부를 얻어내지 못하고 유적은 영원히 파괴되어버린다면 고고학도란 모두 유적의 파괴자요 도굴자가 아닌가. ---- p.162

무령왕릉이 ‘중국제’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전축분 자체는 물론이려니와 중국 수입품이 확실한 청자와 청동거울을 비롯한 많은 유물, 나아가 왜(倭)에서 가져온 관재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외래적인 특성이 두드러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백제 고유의 토기와 말갖춤이 1점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하다. ---- p.210

박정희를 바라보고 “소년처럼 신기해하는” 운운하는 대목에서 아부가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유물을 쥐락펴락하는 박정희는 전근대 왕조의 제왕을 연상케 한다. ---- p.214

무령왕릉의 경우 관련 정보를 일본에 다 퍼다 주는 바람에 이후 이 분야 연구를 일본이 주도하고 국내 학계가 꽁무니를 따라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 p.241

중국인이 와서 무덤을 설계하고 배치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백제 무덤은 거의 예외 없이 북침인데 어찌하여 유독 무령왕 부부만 남침이란 말인가? ---- p.285

상층 고급문화가 대체로 백제에서 왜로 흐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백제가 왜에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문화 교류에 대한 반대급부로 왜가 백제에 자주 제공한 수출품 혹은 선물로 가장 두드러진 품목은 실은 군사 지원이다. 틈날 때마다 왜는 백제에 군사를 파견했다. 이는 고구려 광개토왕릉비에도 보이는 사실이다. 그런 교류 품목 중에 금송도 들어 있었던 것이다. ---- pp.337-338

무령왕릉 지석에서 중국 천자에게나 쓴다는 ‘崩(붕)’ 자를 발견한 학계에서는 이 글자 하나로 백제가 민족주체성을 견지한 왕조였노라고 호들갑을 떨었고 아직도 이런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 p.373

민족사적 정통성은 물론 북한 김일성 정권을 염두에 둔 것이며 잘라 말하자면 북한에 비해 정부의 정통성이 남한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정통성 회복을 위해 박정희는 역사에 주목했다. ---- p.451

독재자는 흔히 극단적인 국수주의 성향을 지니며, 이를 위해 과거 어느 때인가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민족주체성, 전통문화 부활을 부르짖은 박정희가 좋은 예다. 여기서 고고학과 독재정권은 접점을 이루며 서로가 서로를 이용한다.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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