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서적은 초반에는 촘촘하게 내용을 전달하다가도 중후반부에 밀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번스타인의 책은 그렇지 않다. 소음이 무엇이고, 소음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생각의 순서대로 차근차근 풀어간다. 중후반부의 내용이 초반부를 심화하는 과정이 아니라 여러 다른 사례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이 책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추천의 글」중에서
솔직히 말해서 소음은 흥미롭다. 소음은 우리를 흥분시킨다. 우리는 최근 선정한 종목으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새로 등장한 인기 종목에 관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우리가 빈번한 매매를 좋아하는 것은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계속 보유하는 편이 실적에 유리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1장. 소음이 당신의 돈을 노린다」중에서
내가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 글자만 따서 보면 ‘R-A-N-D-O-M’, 즉 무작위다! 이 전략에 들어가는 종목들은 완전히 무작위로 선정했다. 이름은 그럴듯하게 붙였지만 말이다(터무니없는 말장난이다」중에서. 우리는 난수를 이용해서 S&P500 종목을 무작위로 선정하고 나서 연말마다 매수해 1년 동안 보유했다. S&P500 종목을 시가총액 순서로 열거하고서 1~500의 난수를 생성해 해당 종목을 매수했다. 난수 366이 나오면 S&P500 시가총액 366위 종목을 사는 식이다. 이 전략에는 아무 경제 논리도 없으므로 단순 무작위다. 그런데도 이 백테스트 결과를 보라. 성과가 아주 훌륭하다!
---「2장. 소음은 직접투자를 조장한다」중에서
왜 가치투자자는 주식을 지나치게 일찍 살까? 부정적 소음이 많아서일 것이다. 성장투자자는 주식을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데, 이는 기업 전망에 관한 호재들이 장기 보유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자들이 주식을 지나치게 서둘러 사는 것은 기업에 관한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악재가 많은 기업은 펀더멘털이 조금만 개선되어도 어닝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역발상 전략으로 주식을 살 적기는 뉴스가 압도적으로 부정적일 때가 아니라 뉴스가 전혀 없을 때다.
---「3장. 소음은 투자자의 기대를 조종한다」중에서
장기 투자 전략을 시간에 따라 점검하면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소음에 휩쓸려 빈번하게 거래하는 현상을 방지한다. 소음과 과대선전은 잦은 매매를 부추기지만, 시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면 충동 거래를 억제할 수 있다. 둘째, 목표를 계속 주시하게 된다. 소음에 휩쓸리면 몇 주 후엔 잊힐 사소한 사건에 관심이 분산되어 목표를 망각하기 쉽다. 셋째, 소음에 휩쓸려 기존 투자 전략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는다. 예를 들어 투자 전략을 수립했으나 일정 기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소음에 귀가 솔깃해져 이른바 ‘더 나은’ 전략으로 교체하기 쉽다.
---「4장. 장기 투자자를 위한 전략」중에서
국제적으로 분산투자를 할 때는 소형주를 매수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소형주는 주로 그 나라 국내 경제의 영향을 받으므로 분산투자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투자자가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하려고 일본에 투자한다면, 일본 소형주를 매수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일본 대기업은 미국 매출 비중이 커서 주식을 매수해도 분산투자 효과가 높지 않은 반면, 일본 소기업은 주로 일본 경제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외국 투자자가 국제 주식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하려고 미국에 투자할 때에도 실적이 주로 미국 경제에 좌우되는 미국 소형주를 매수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5장. 소음이 분산투자에 미치는 영향」중에서
다시 말해서 두 퀴즈의 선택지 1~5는 똑같은 자산을 가리킨다. 퀴즈 1은 자산의 명칭이고 퀴즈 2는 자산의 수익률일 뿐이다. 두 퀴즈 모두 미국 자산과 신흥시장 자산, 반도체 주식과 식품 주식, 장기 국채와 단기 국채, 인터넷 주식과 전통적 소매회사 주식, 생명공학 주식과 보험회사 주식을 비교한 것이다. 두 퀴즈에서 당신이 고른 선택지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실제로 이 퀴즈를 푸는 사람들이 고른 선택지가 일치하는 사례는 드물다.
---「6장. 자신의 위험 수용도를 파악하라」중에서
그러나 투자 기간이 길고 투자자가 자산의 위험 특성을 확신하지 못할 때는 투자자의 시간 지평이 소음에 의해서 크게 바뀔 수 있다. 즉, 자산의 위험 때문이 아니라, 자산의 위험에 대해 투자자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 지평이 바뀐다는 말이다. 자산의 위험성을 확실히 아는 투자자는 손실이나 변동성에 놀라지 않는다. 그리고 자산의 안전성을 확실히 아는 투자자는 소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 투자 자산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소음에 판단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확신이 없는 투자자는 소음에 굴복하기 쉽다.
---「7장. 시간 지평을 늘려라」중에서
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경쟁을 논하지 않고 워런 버핏은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을까? 나는 소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이나 기업을 잘 알수록 소음에 좀처럼 휩쓸리지 않는다. 우리는 치약이나 탄산음료를 잘 알기 때문에 그 제조업체에 관한 과대 선전에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광섬유는 치약만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광섬유 제조업체의 전망을 들으면 흥분하기 쉽다. 비교할 기준이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8장. 좋은 기업이 아니라 좋은 주식을 찾아라」중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등급보다 매수 등급을 더 많이 부여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흔히 나오는 답변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은행 부문 고객사를 두려워해서 그 주식에 매도 등급을 함부로 부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옳은 말이지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주력 종목에 매도 등급이 부여되어 주가가 하락하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애널리스트 평가는 대개 기관투자가들의 투표로 결정되므로, 애널리스트는 고객사보다도 기관투자가를 더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9장. 탁월한 애널리스트를 찾아라」중에서
기술주 거품에 의해서 주가가 급등한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한 기업들은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PER 50배로 자본을 조달하게 되면 PER 5배로 조달할 때보다 비용이 10분의 1로 감소한다. 2000년 3월이 되자 자본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자금이 기술 업종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주식이 지극히 과대평가되었으므로 기술회사들은 현금 대신 주식으로 비용을 지불했다. 주식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급여를 지급했으며, 심지어 사무용 가구와 커피머신을 사기도 했다.
---「10장. 스타일 투자 전략으로 소음을 걸러내라」중에서
좋은 기업을 선호하는가? 경기가 둔화해 이익이 감소하는 중이라면 좋은 기업이 유리하지만, 경기가 상승해 이익이 증가하는 추세라면 좋은 기업이 불리하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기업보다 나쁜 기업 주식의 수익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높은 수익을 안겨줄 나쁜 기업 주식을 찾아낼 자신이 없다면, 회생주나 소외주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을 찾아보기 바란다.
---「11장. 핵심 정보만 뽑아내는 12가지 필터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