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성격이 활발한 편이셨나요? 아니면 발표 시간이면 고개를 푹 숙이고, 선생님이 나를 쳐다보지 않기만을 기다렸는지요. 저는 초등학교 때 매우 시끄럽고 활발한 편이었지만, 제 짝꿍은 말이 없고 소심한 친구였습니다. 발표 시간이면 부끄러워 개미 목소리만한 소리로 대답을 하던, 귀여운 친구였지요. 그런데 이 책 속의 귀여운 아기돼지 통통이는 그때 그 친구를 꼭 닮아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너무 먹고 싶지만 도저히 부끄러움이 많아서 가게 앞에서 주문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의 주인공 통통이. 그런데 주변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목이 터져라 주문하는 개미 알콩이를 보고 용기를 내어 결국 아이스크림을 2개 주문해서 사이좋게 나눠먹게 되지요. 비록 부끄럽지만, 친구를 위해서는 큰 용기를 내어 소리를 내는 것이지요. 『우물쭈물해도 괜찮아』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뿐 아니라, 배려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그런 귀한 그림책입니다.

말이 빠르고 유창해야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 유달리 부끄러움이 많고 말수가 적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마 그 모습을 보고 행여나 우리 아이가 사회에 나가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엄마아빠도 분명 있을 거에요.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이 책을 보면서 한번더 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 그때 그 친구의 수줍은 마음이 통통이의 손끝발끝을 보면서 와닿더라구요.

또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를 도와주겠다는 마음에 더 큰용기를 내는 통통이의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우정과 배려도 느낄 수 있답니다. 친구를 도와주려는 통통이의 마음이 너무 갸륵하지 않나요? 그리고 그 마음 덕분에 아기돼지도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획득하게 되지요.

이 책은 내용도 따뜻하고 아기자기하지만, 무엇보다 수채화톤의 귀엽고 유쾌한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고개를 푹 숙이다보니 바닥까지 머리가 닿을 듯한 아기돼지 통통이의 모습은 유쾌하고 너무나 사랑스럽지요. 그림이 눈에 띄게 에뻐서, 어른인 저도 얼른 소장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그림책입니다. 내용도 밝고 따뜻한데, 그림체까지 맑고 순수한 아이들 마음 그대로라 더욱 손이 가는 그런 책입니다.

<b>몰라서 말을 안 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부끄러울 뿐이에요</b><br/>우물쭈물해도 괜찮아!는 오노데라 에츠코의 따듯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와 키쿠치 치키의 따듯한 수채화가 만난 그림책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와 조기 교육의 영향으로 글보다 말이 빠르고 유창한데 그런 아이들 사이에서 유독 부끄러움이 많아 입을 떼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을 둔 부모와 아이에게 위안을 주는 유쾌한 그림책입니다. 우물쭈물하는 통통이의 손끝 발끝은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의 몸짓을 아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br/>어쩐지 부끄러워 우물쭈물하는 통통이를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재촉한다고 부끄러운 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죠. 통통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놀라면서 부끄러워 점점 더 고개를 숙입니다. 통통이처럼 내성적인 아이들은 자기 모습에 실망해 이렇게 고개를 계속 숙일지도 모릅니다. <br/>부끄러워 머뭇거리고 우물쭈물하는 아이들은 때론 손해를 봅니다. 자기주장을 바로 펼치지 못해 남들이 다 골라간 다음 나머지 것을 고르게 되기도 하죠. 또 행동하는 게 늦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속을 태우기도 합니다. 심지어 부모님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발육 성장이 늦은 것은 아닐까 걱정할 때도 있습니다.<br/>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통통이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고 어떤 시점이 되면 누구보다 용기 있게 자기를 표현할 줄 알게 됩니다. 이 책을 읽어 주시는 부모님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또래보다 말이 느리고 용기가 없는 친구를 보면 통통이처럼 용감한 친구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세요. 아이가 수줍음이 많다면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말이 앞선 것보다 생각을 깊이 하느라 느린 것이라고 격려해 주세요.<br/><br/><b>몸짓과 목소리가 작아도 할 수 있어요</b><br/>통통이는 자기 고민에 빠져 있다가 작은 소리를 듣습니다. 개미 콩알이였지요. 콩알이는 아주 작아 남들 눈에 잘 띄지 않고 목소리도 아주 작아 아무리 외쳐도 다른 사람들한테 그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아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자기가 하고자 하는 걸 말해요. 그리고 통통이가 도와줄까 제안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통통이 어깨에 올라타 결국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습니다. 작지만 용감한 친구 콩알이 덕에 통통이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