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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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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락

: 삶의 환상을 좇는 자, 환멸과 마주치게 되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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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135*195*20mm
ISBN13 9791196554842
ISBN10 119655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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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환상과 환멸의 숨막히는 변주] 삶이 있는 곳에 죽음이 있고, 환희가 있는 곳에 절망이 있다. 피츠제럴드는 이처럼 삶의 표면과 이면에 공존하는 극단의 상황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어쩌면 이 책의 오싹한 부제가 우리 삶 대부분을 설명할지도 모른다. '삶의 환상을 좇는 자, 환멸과 마주치게 되리.' -소설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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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에서 예순다섯 살까지의 세월은 설명할 필요 없는 혼란스러운 회전목마처럼 수동적으로 사는 멀린 앞을 스쳐 돌아갔다. 회전목마 같다는 건 적당한 비유다. 엇박자로 달리거나 숨 가쁘게 삐거덕거리는 말들이 돌아가고, 애초에는 파스텔 칼라였으나 이제는 칙칙한 회색과 갈색으로 바랜 모습이 곤혹스러우면서 참을 수 없이 어지러운 회전목마다. 어린 시절이나 십 대 시절의 회전목마와는 절대 같을 수 없었고, 특정 구간을 달리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청춘의 롤러코스터도 이와 같을 수 없다. 대부분의 남녀들에게 이 30년의 세월은 점차 인생에서 물러나는 일로 채워진다.

처음에는 젊음의 무수한 즐길 거리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수많은 피난처가 있는 앞자리에서 물러나서는, 피난처가 훨씬 줄어든 줄로 후퇴하는 것이다. 여러 야망이 사라지며 한가지 야망만이 남게 되고, 여러 오락거리가 한 가지 오락거리로 줄고, 많은 친구들이 소수의 친구로 줄어들다가 그들에게도 무감각해진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하지 않은데 강한 자가 되어 고독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포탄들이 지긋지긋한 휘파람 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고, 두려움과 피로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주저앉아 죽음을 기다린다.
--- p.53

때때로 하룻밤 혹은 이틀 밤 잠을 못자면 눈을 뜬 채 악몽을 꿀 때가 있다. 새로 돋는 태양과 더불어 엄청난 피로감이 급습하면서 주변 삶의 질은 확 달라진다. 누군가 영위하던 삶이 알고 보니 그저 삶의 가지에 돋은 순에 불과하고, 그저 영화나 거울처럼 삶을 비추며 사람들, 거리들, 집들은 아주 희미하고 혼란스러운 과거가 투사된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적으로 명료하게 확신하게 되기도 한다. 제프리가 아픈 첫 몇 달 동안 록산은 그런 상태였다. 록산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을 때만 잠을 청했고, 구름이 낀 것 같은 상태로 눈을 떴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기나긴 진찰, 복도에 희미하게 배어드는 약 기운, 한때 수많은 즐거운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던 집안을 걸어 다니는 갑작스러운 까치걸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누웠던 침대에서 베개를 베고 누운 제프리의 하얀 얼굴, 이 모든 것들이 그녀를 짓눌렀고, 돌이킬 수 없이 늙게 만들었다.
--- p.90

“제길!”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여러 장면들이 몰려들며 빠르게 지나갔다. 오늘 아침 키티의 모습은 사라졌다. 때묻은 기모노 자락이 말아 올려지며 사라지고, 부루퉁한 표정도, 분노도, 눈물도 모두 씻겨내려가 버렸다. 그녀는 다시 키티 카였다. 노란 머리에 아기 같은 예쁜 눈을 가진 키티 카. 아, 그땐 키티가 그를 사랑했었다, 그를…사랑했었다.
--- p.100

그는 전에도 몇 번이고 보았던 예의 그 상처받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줄리아는 그가 앉은 의자의 팔걸이에 앉아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당신이 내게 뭘 줄 수 있지?” 줄리아가 물었다. “당신이 내면의 힘을 조금씩 키워 약점을 극복할 거라 생각했어. 그럼 당신은 내게 뭘 줄 거야?” “내가 가진 것 전부.” 줄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신이 줄 수 있는 건 잘생긴 얼굴 밖엔 없어. 어젯밤 저녁을 먹었던 식당의 수석 웨이터한테도 있는.”
--- p.161

꿈은 사라졌다. 무언가를 빼앗겼다. 극심한 공황이 찾아와 그는 손바닥을 눈에 대고 눌렀다. 셰리 아일랜드에서 철썩이던 물결, 달빛이 비치던 베란다, 골프장 코스의 깅엄 골프복, 타오르는 태양과 그녀의 목 안쪽 깊은 곳 황금빛 솜털의 모습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의 키스에 젖어 들던 그녀의 입, 멜랑콜리하게 처연해 보이던 그녀의 눈, 아침이면 느껴지던 갓 내온 새 리넨 같은 그녀의 청량함. 이러한 것들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했었으나, 더 이상은 아니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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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잠시도 한군데 머물러 있지 않아서 읽는 이는 그 뒤를 따라가기가 바쁘다. 그는 어디서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재주를 익히게 되었을까? 그건 영원한 수수께끼다.”
-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재능은, 나비의 날갯짓이 만들어 낸 먼지의 무늬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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