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가 성장하여 문학의 주류에 다가오기까지 지난 10년 동안 배명훈 작가는 항상 그 선봉 중에서도 맨 앞 줄에 항상 서 있었다고 할 만한 작가였다. 그리고 이 단편집은 그 세월 동안 SF 팬들과 일반 문학 독자들 모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의 솜씨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훌륭한 표본이다. 흥겹게 시작되어 경쾌하게 읽히는 이야기면서도 단어 하나하나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재료로 제 몫을 하고 있고, 즐겁게 이어져 나가는 줄거리이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현대 한국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통찰이 스며 있다. 만약 세월이 흘러 한국 SF의 황금기가 지금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이 시대를 상징하는 작가 한 사람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배명훈의 소설이 활발히 번역되어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돌아본다면, 오늘 한국 문학 일반이 거두고 있는 성취를 정리하는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 곽재식 (작가)
슬픈 이야기일지라도 설득력을 갖춘 낙관과 다정한 유머가 들어 있다. 우스개 이야기일지라도 정밀한 지적 담론과 매혹적인 수수께끼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배명훈을 읽어야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야만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삶을 가꿀 수 있는 유일한 형식은 ‘이방인으로 남기’, 다시 말해서 세계의 현실에 연루되어 있으면서도 그로부터 동떨어져 있기다. 그러한 형식은 오직 다음과 같은 욕망에만 기반할 수 있다. 지금 혹은 여기 혹은 심지어 자신과도 결코 동일시하지 않으려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지금 여기서의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또 사랑하고자 하며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 가서는 그것을 재구성하려 드는 대책 없는 욕망. 그런데 지금 여기는 야만이 지배하고 있고, 배명훈에게는 대책 없는 욕망이 있는 것이다.
- 권희철 (문학평론가)
배명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이라면 조건 없이 사들이고 있다. 서사와 대사와 묘사를 탄탄하게 쌓아 올리는 동시에 SF라는 거대한 장르를 능숙하게 탐험하는 소설가. 능청과 유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동시에 독자를 감동과 처연 속으로 뚝 떨어뜨리는 소설가. 그의 다양한 면모를 이 책에서도 신나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김겨울 (작가)
배명훈의 소설은 늘 읽는 이의 신경세포를 낱낱이 흩어놓았다가 재조립해서 끝내 익숙한 세상을 달리 감각하도록 만든다. 어쩜 이렇게 지적이면서도 동시에 낭만적인 소설이 가능할까. 형식과 내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언어적 하드 SF에서부터, 소설 안팎의 세계를 뒤섞으며 현실 감각을 지워버리는 아름답고 슬픈 메타 SF까지, 한층 더 짜릿해진 실험으로 가득한 소설집.
- 김초엽 (작가)
배명훈은 웃기다. 배명훈은 진지하다. 배명훈은 치밀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배명훈의 세계는 거대하고 우아하다. 무엇이 그의 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가에 대해서 읽을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고심하지만, 해답은 읽으면 안다는 것뿐. 당신은 소설 속 문장처럼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배명훈 월드라는 건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배명훈 작가는 천재다. 「임시조종사」는 모든 국어 교과서와 한국어 교재에 수록되어야 한다. 한국의 전통 공연 예술 장르가 현대 한국인의 상상력과 만나 살아 숨 쉬며 전투 로봇에 보빈 레이스까지 완벽하게 짜서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배명훈은 매우 천연덕스럽게 펼쳐 보인다. “모래 한 알 속에서 하나의 세상을 본다는 것, 들꽃 속에서 하나의 천국을 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배명훈 작가의 작품을 읽고 이해했다. 배명훈은 색종이에서 우주 저편의 신을 보는 작가다. SF가 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 기쁨, 놀라움, 그리고 인연과 연결과 사랑에 대한 깊은 희망이 그의 작품 속에 있다.
- 정보라 (작가, 번역가)
미래과거시제』는 배명훈의 작품 세계가 극치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배명훈은 한국 SF 문학계에 가장 필요한 순간 등장해 고유의 스타일을 확립했고 뒤이은 작가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제 그가, 자신만의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는 극한까지 이야기를 끌어올리고 밀어올리는 중이다. 어떤 탁월함을 상회하고 갱신하고 개조하며 허공에 디딤돌을 만드는, 이 놀라운 작가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싶어진다.
- 정세랑 (작가)
모든 작가가 장르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SF라는 넓은 장르의 우주에서 각자의 글을 쓰고, 그 글들이 때로는 서로 느슨하게 묶이며 만난다. 그러나 배명훈이 이제 한국 SF에서 하나의 장르라는 사실을, 나는 이 소설집을 읽으며 확신했다. 그의 어떤 유머 감각, 고유한 스마트함, 문학으로서의 도전성, 이 모든 것을 결국은 ‘배명훈 SF’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 정소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