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건강을 수호하는 가장 복잡하고도 중요한 몸속 두 기관의 역할을 지나치게 무시해왔다. 그것이 바로 뇌(신경계)와 장(소화계)이다. 심신 커넥션은 신화가 아니라 생물학적 사실이며, 우리 몸의 총체적인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필수적인 연결고리인 것이다.
―1장. 몸과 마음의 신비롭고 은밀한 커넥션 / 유병장수, 수명 연장의 혹독한 대가 中에서
인간의 감정운영 프로그램은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유전자 암호는 부분적으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고, 생애 초기에 경험했던 사건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과잉반응하는 공포나 분노 프로그램을 가진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수도 있다. 동시에 아이였을 때 감정적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면, 몸은 주요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에 화학표지를 덧붙인다. 그 결과, 성인이 되었을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각한 장 반응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더라도 사람에 따라 그 반응은 서로 달라질 수 있다.
―2장. 마음을 울리는 장의 속삭임 / 유전자에 강렬히 각인되는 감정운영 프로그램 中에서
장에서 수집하는 감각정보의 90% 이상은 의식 수준에서 인지할 수 없다. 우리는 대부분 배 속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쉽게 무시해버리지만, 장 신경계는 항상 이런 신호를 주시하고 있다. 장 감각은 감각기전의 복잡한 체계를 이용해 소화계가 하루 24시간 최적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체정보를 장의 작은 뇌로 전달한다. 그러나 거대한 장 감각의 흐름은 위쪽 뇌로도 전달된다. 미주신경을 타고 흐르는 신호의 90%는 장에서 뇌로 가며, 나머지 10%만이 뇌에서 장으로 전달된다. 즉 장은 뇌의 간섭 없이도 대부분의 활동을 제어할 수 있지만, 뇌는 장에서 오는 생체정보에 크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3장. 뇌를 깨우는 장의 속삭임 / 장에서 뇌로 전달되는 막대한 정보들 中에서
알려진 대로 보이지 않는 생명체 무리가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대사산물이라 부르는 무수한 작은 합성물 같은 다양한 신호를 통해 인간의 뇌와 끊임없이 의사를 교환하고 있다. 대사산물은 미생물의 고유한 식습관의 결과물로, 인간이 섭취한 음식물 중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를 분해하거나, 간에서 장으로 분비된 담즙산이나 장 안을 둘러싼 점막층을 대사해서 생산한다. 사실 뇌와 장의 대화에서 장내 미생물군은 섬세한 생화학 언어를 이용해 대화에 광범위하게 끼어든다. 나는 이 생물학적 언어를 ‘미생물어(microbe-speak)’라고 부른다.
―4장. 뇌와 장의 소통을 돕는 미생물들의 수다 / 뇌와 장의 소통을 매개하는 약방에 감초들 中에서
어미가 받은 스트레스가 어떻게 새끼의 장내 미생물군을 변화시키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태내의 아기 장 속에는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스트레스가 임신부의 질내 미생물군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신경과학자 트레이시 베일Tracy Bale 연구팀은 임신한 쥐를 불편한 상황, 즉 여우 냄새에 연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스트레스를 주었다. 베일의 연구팀은 예전에 이와 같은 스트레스가 새끼 쥐의 감정 및 스트레스를 통제하는 뇌 신경망의 발달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5장. 심신을 지배해버린 불행한 어린 시절 / 자궁 속에서 싹튼 질병의 씨앗 中에서
크라이얀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어머니가 아기에게 처음으로 전해주는 세균주 중 하나인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Bifidobacterium infantis를 먹였다. 그러고는 쥐가 싫어하는 행위인 헤엄을 치게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가했다. 그러자 인간과 마찬가지로 쥐의 혈액에서 염증분자인 사이토카인 농도가 치솟았다. 그런데 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면 쥐의 혈액과 뇌에서의 급격한 변화가 다소 완화되는 듯 보였다. 물론 쥐의 ‘우울한’ 행동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다른 연구를 보면 비피두스균의 특정 균주가 실험적으로 유도된 쥐의 우울증과 불안 유사행동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우울제인 렉사프로와 효과가 유사해 보였다.
―6장. 감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 / 장내 미생물군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 中에서
뇌가 장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광대한 정보에서 주관적인 직감을 구축하는 복잡한 신경생물학적 과정은 깨어 있을 때,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을 때, 계속되는 단식을 견뎌야 할 때 우리가 느끼는 방식에 관한 주관적인 경험의 토대가 된다. 장내 미생물군의 수다를 포함해서 장에서 보내는 내수용성 정보의 지속적인 흐름은 직감을 생성하는 데 중요하며, 따라서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증거는 점점 많아진다. ―7장. 직관에 따른 의사결정 / 결정적 판단을 이끌어내는 직감 中에서
음식을 바꿀 때 우리의 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을 살펴볼 때, 인간의 장내 미생물군은 약 50만 종의 독특한 대사산물, 즉 대사체를 생산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사체는 대부분 신경 활성화에 기여하므로, 분명 우리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그 외 신경계와 직접 소통하는 다양한 대사산물을 최대 50여 가지나 생산하는 미생물도 있다. 각각의 대사산물은 다른 대사산물과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최대 4만여 종의 대사산물 변종을 만들 수 있다. ―8장. 음식이 뇌와 장 그리고 장내 미생물군에 미치는 영향/ 내가 선택한 음식에서 시작되는 작은 혁명 中에서
식량이 너무 귀해 음식을 먹을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야 했던 시대에는 맛있는 음식에 대해 과식을 자극하도록 강렬한 기억을 심어놓음으로써 음식에 대한 갈망을 높이는 능력이 진화에 분명 유리한 장점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능력은 우리가 고열량 식량을 찾았을 때 먹는 데 집중하도록 도와주었고, 나중에 이 식량을 다시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처럼 음식이 풍족하고 흔한 환경에서 이런 특성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현대사회에서 맛있는 음식은 취약한 개인으로 하여금 마치 마약남용처럼 통제할 수 없는 식습관을 촉진 또는 악화시키는 강력한 환경유발 조건이 된다. ―9장. 현대의 식탁 위에 내려진 공습경보/ 사람들이 음식중독에 빠지는 이유 中에서
자연 풍경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수히 많은 것처럼 장내 미생물군의 풍경을 결정하는 요소도 다양하다. 그 중 중요한 요소는 유전자와 생애 초기의 좋고 나쁜 경험 때문에 이 유전자가 변형되는 방식이다. 면역체계의 활성도 중요하고, 식습관, 생활습관, 환경, 마음의 습관을 반영하는 각 개인의 독특한 장 반응 본질도 중요하다.
―10장.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위한 가장 단순한 방법 / 내 안에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을 갖는다는 것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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